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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솔이·준호·우연이… 그곳 아이들은 나무를 닮으며 커 간다

임금에게 벼슬을 받은 소나무도 있다지만 시인이 장문의 시를 읊어 칭송한 느티나무가 있다. 전남 담양 출신 고재종은 고향의 느티나무를 이렇게 노래했다.

어른 다섯의 아름이 넘는 교정의 느티나무,
그 그늘 면적은 전교생을 다 들이고도 남는데
그 어처구니를 두려워하는 아이는 별로 없다.
선생들이 그토록 말려도 둥치를 기어올라
가지 사이의 까치집을 더듬는 아이,
매미 잡으러 올라갔다가 수업도 그만 작파하고
거기 매미처럼 붙어 늘어지게 자는 아이,
또 개미 줄을 따라 내려오는 다람쥐와
까만 눈망울을 서로 맞추는 아이도 있다.
··········

나무가 얼마나 웅장하면 그늘에 전교생을 다 들이고도 남는단 말인가. 고속도로를 달려 담양으로 내려간다. 고창담양고속도로 북광주 IC를 내려서니 마을 뒤로 불태산과 병풍산이 감싸듯 솟아 있고 두 산 사이로 구불구불 고갯길이 나 있다. 이 고장이 왜 대치(大峙) 또는 한재라 불리는지 알겠다.

시인이 노래한 느티나무는 멀리서도 보인다. 납작 지붕들 위로 우뚝 솟은 덩어리가 산봉우리 같다. 나무가 서 있는 곳은 한재초등학교 교정. 심은 이는 조선 태조 이성계라고 전해진다. 전국의 명산을 돌며 공을 드릴 때 이곳에 들러 기념으로 심었다고 한다. 나이가 600살이나 됐는데도 늙은 기색을 찾아보기 힘들다. 줄기가 힘차고 가지는 무성하다. 천연기념물(284호)이다.

나무 아래 풍경은 시인이 본 것과 다르지 않다. 여자아이 대여섯이 거대한 둥치를 미끄럼틀 삼아 오르내린다. 카메라를 들고 접근하자 금세 렌즈 앞에 얼굴을 모은다(작은 사진, 왼쪽부터 이주미·최서희·윤신은·김예본·김하영). 동글한 얼굴들이 풋사과 같다. 찰칵, 셔터를 누르자 아이들은 다시 나무로 달려가며 외친다. “아저씨, 우리 반 홈페이지에 올려 주세요. 5학년 2반요!” 멀찍이 서 있는 남자아이 하나. “너는 쟤들이랑 안 노니?” “난 여자들하고는 안 놀아요.”

5학년 1반 학생들이 미술 야외 수업을 나왔다. 영웅이·우연이·서희·지혜·도원이·광현이·솔이·준호·대범이·길수…. 모두 20명. 느티나무를 등지고 빙 둘러 서서 스케치를 한다. 학교 본관과 정원의 불상, 석등 같은 풍경들이 하얀 도화지 위에 자리를 잡는다. 한 줄기 바람이 스치자 아이들 머리 위에서 푸른 소나기 지나가는 소리가 난다. 솨아아. 송미희 담임선생님은 아이들 어깨를 안아 주고 토닥여 주며 촉촉한 대기를 깊이 들이마신다. “여기 아이들은 순박하고 맑아요. 도시와는 많이 다르죠.”
아이들은 알까. 자기도 모르는 사이 느티나무를 닮아 간다는 것을. 세월이 많이 흐르면 교정의 그 컸던 나무가 그리워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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