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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정수 - 빙상 이정수 - 개그맨 이정수의 ‘유쾌한 수다’

“월드컵 이전까지는 제 기사를 검색하려면 자꾸 쇼트트랙 이정수가 뜨더라고요.”(축구선수 이정수·30세)

“하하. 그랬나요. 요즘은 우리 셋 중 형(축구 이정수) 프로필이 제일 크게 나오는데.”(쇼트트랙 이정수·21세)

“포털 사이트 프로필은 가장 유명세를 치르는 3명까지만 나와. 우리 셋, 다른 제3의 이정수한테 자리를 뺏기지 않으려면 더 열심히 하자고요.”(개그맨 이정수·31세)

2010년, 한국 스포츠는 ‘이정수’가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월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는 쇼트트랙의 이정수가 금메달 2개를 따내며 이름을 드높였다. 4개월 뒤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축구의 이정수가 기세를 이었다. 고비 때마다 알토란 같은 득점으로 모두 2골을 기록, 한국의 16강행을 이끌었다. 두 이정수의 선전에 주먹을 불끈 쥔 사나이가 있다. 개그맨 이정수다. 2002년 KBS ‘개그콘서트’의 ‘우격다짐’ 코너로 일약 스타로 떠올랐던 그는 최근 SBS의 개그 프로그램 ‘웃찾사’에 출연하며 ‘제2의 전성기’를 노리고 있다. 세 명의 이정수가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똑같은 이름 덕일까. 이들은 쉽게 친해졌으며 ‘이정수회’를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

글=온누리 기자
사진=이영목 기자

개그맨 이정수(오른쪽)가 축구선수 이정수(가운데)에게 삶은 계란을 먹여주며 파안대소하고 있다. 축구선수 이정수는 K-리그 수원 시절인 2007년 부상으로 벤치를 지키던 중 삶은 계란을 먹는 장면이 TV 화면에 잡혀 ‘계란정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왼쪽은 밴쿠버 겨울올림픽 쇼트트랙에서 금메달 2개를 따낸 이정수. [이영목 기자]

-셋이 함께 만난 건 오늘이 처음이겠네요.

▶축구 이정수(이하 축구)=기억 못 하실 수도 있겠지만, 사실 전 개그맨 정수씨랑 통화한 적이 한 번 있어요. (이)운재 형을 통해서였죠. 정수씨 유명할 땐 친구들이 ‘내가 누구게’ 이러면서 절 놀려댔어요(‘내가 누구게’는 ‘우격다짐’ 코너에서 개그맨 이정수가 히트시킨 유행어다).

▶개그맨 이정수(이하 개그맨)=아, 기억난다. 몇 년 전에 운재 형이랑 커피를 마시다가 ‘너랑 똑같은 이름을 가진 축구선수가 있다’고 해 통화했던 적이 있어요. 사실 우리는 서로 관심이 아주 많아요. 내 기사 검색하려고 하면 우리 모두의 기사가 다같이 나오니까 서로의 근황을 속속들이 알고 있을 수밖에 없죠.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지켜봤을 텐데요.

▶개그맨=전 대학로의 맥줏집에서 나이지리아전을 봤는데, 정수가 골을 넣더라고요. 사람들이 다 저한테 달려와 포옹하고 난리도 아니었죠.

▶쇼트트랙 이정수(이하 쇼트트랙)=전 친구들하고 봤는데. 사실 전 형이 두 번째 골 터뜨렸을 때 진짜 놀랐어요. 제가 월드컵 시작하기 전에 친구들한테 그랬거든요. 내가 밴쿠버에서 금메달 두 개, 은메달 한 개 땄으니까 축구선수 이정수 형이 2골1어시스트 할 거라고. 정말 두 골째가 들어가 우루과이전 때는 정말 기대 많이 했어요. 1어시스트만 하면, 저 돗자리 깔아도 되는 거였죠.

▶축구=하하. 솔직히 전 골 넣고도 넣은지 몰랐어요. 머리가 하얘졌어요. 전 수비수니까 공격수들처럼 매번 골을 넣는 게 아니라서 골 세리머니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제가 오히려 밴쿠버 올림픽 때 정수 덕을 좀 봤죠. 일본 기자분이 ‘한국의 쇼트트랙 선수 이정수를 아느냐’며 인터뷰를 요청했어요. 우린 서로 한 명이 잘하면 덩달아 유명해지는 운명인가 봐요. 서로 잘 되는 게 좋은 거죠.

-셋이 함께 광고를 찍어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개그맨=전 예전부터 생각한 게 있어요. 두 정수가 운동선수니까 스포츠음료 광고가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철인 3종 경기처럼 빙상 정수가 스케이트를 타고 질주한 뒤 축구복을 갈아입으면 축구 정수가 나와 그라운드를 달리는 거죠. 그런 뒤 축구 정수가 무대 위로 올라오면 저로 변신해 스포츠음료를 벌컥벌컥 마시는 컨셉트. 또 두 선수 몸이 좋으니까 워터파크 광고도 어울릴 것 같고요.

▶쇼트트랙=하하, 지금 2PM이 광고하던데. 우리가 그들을 이길 수 있을까요. 저도 올림픽 끝난 뒤 광고 제의를 받았었는데 실현되진 않았어요. 이번에 형들하고 광고를 찍으면 참 좋을 것 같네요.

▶축구=그러네요. 그런 기회가 꼭 왔으면 좋겠네요!

-이정수 중 가장 유명한 세 분이 모였지만 시련도 있었을 테죠.

▶쇼트트랙=저는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예요. 체육회의 징계 문제가 남아 있어서. 이 시기를 넘어서면 또 좋은 날이 오겠죠.

▶축구=전 그라운드에 못 나설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구체적으로는 부상을 당했을 때. 2005년에 경기를 쭉 잘 해 오다가 팀(인천)이 준우승할 때 플레이오프에 전혀 뛰지 못했거든요. 그때 가장 힘들었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지금 정수(빙상)가 겪고 있는 일들이 마음에 와 닿아요.

-서로가 상대의 분야를 바라볼 때는 어떤 느낌인가요.

▶축구=개그가 정말 힘들 것 같아요. 전 남을 웃기지 못하거든요. 정수 형한테 많이 배워야 해요. 그러려면 술을 한 잔 사야 할 것 같은데요.

▶쇼트트랙=저도 개그가 힘들어 보여요. 이상하게 제가 웃기려 하면 아무도 안 웃고. 그래서 개그에 정말 관심이 많아요.

▶개그맨=제가 보기엔 운동이 힘들 것 같은데요. 전 발로 하는 운동은 못 해요. 축구를 할 때는 헤딩해야 할 찬스에 눈을 감고 있죠. 얼음 위에서는 서 있지도 못 하고요. 그래서 두 선수가 정말 대단해 보여요.

-그렇다면 나에게 축구란, 쇼트트랙이란, 개그란 뭔가요.

▶축구=저한테 축구는 희로애락. 삶의 전부예요.

▶쇼트트랙=저한테 쇼트트랙은 ‘약’이었어요. 아프면 약 먹고 낫잖아요. 스케이트를 타면 아무 근심도 안 들고 아프지도 않거든요.

▶개그맨=저한테 개그는 수학이에요. 한동안은 개그가 어려운 줄 몰랐는데 요즘은 너무 어려워요.

-앞으로 꿈은 뭔가요.

▶축구=저는 꿈을 다 이뤘어요. 축구하면서 태극마크를 다는 게 꿈이었고, 대표 된 뒤에는 월드컵 나가는 게 꿈이었어요. 골까지는 생각도 안 했는데 월드컵에서 골도 넣었죠. 이제 다른 목표를 정하는 게 숙제예요. 다음 월드컵에 도전해야죠. 홍명보 형 같은 선배들을 찾아다니면서 비결을 들을 참이에요.

▶쇼트트랙=저도 다 이루긴 했는데요, 2014년 올림픽에서 더 완벽한 모습을 보이는 게 새 목표예요. 올림픽 2연패를 해 세계인들에게 ‘이정수’라는 선수를 각인시키고 싶어요.

▶개그맨=두 분은 꿈을 이뤘지만 저는 아직 미완입니다.

-에필로그

▶축구=아 참, 전 올해나 내년께 여자친구와 결혼할 예정이에요. 해외 생활을 오래 하니까 빨리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그때 개그맨 이정수씨가 축가를 불러주시면 어떨까요.

▶개그맨=하하, 내가 제일 못하는 게 노랜데. 사회는 어떨까. 쇼트트랙 정수가 축가를 부르고.

▶쇼트트랙=그거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하지요.

▶축구=정말 좋아요. 꼭 그렇게 합시다, 하하하.

▶일동=그나저나 우리는 휴대전화에 서로를 뭐라고 저장해야 할까요.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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