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조기상환 피하려 장 막판에 ‘팔자’ 쏟아내

“대우증권의 고의적인 막판 집중 매도로 주가가 하락해 손실을 봤다”는 투자자들의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대우증권 공모 주가연계증권(ELS) 삼성SDI 신조기상환형’을 둘러싼 소송에서다. <본지 7월 2일자 E6면>

핵심은 2005년 11월 16일의 거래 상황. 이날은 문제의 ELS의 두 번째 조기상환 평가일이었다. 삼성SDI의 주가가 10만8500원 이상이면 대우증권은 투자자들에게 원금에 6% 수익금을 얹어 돌려줘야 했다. 증권시장 마감 10분 전인 오후 2시50분, 삼성SDI의 주가는 10만9000원이었다. 대우증권의 ELS 투자자들은 조기상환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2시52분54초부터 불안한 기운이 감돌았다. 10만7500원 등에 팔겠다는 대량 매물이 나왔다. 대우증권이 팔겠다고 내놓은 것이다. 전체 물량은 13만4000주. 일부는 10만8000원, 또 일부는 10만8500원으로 나눠 매도가격을 불렀다.

오후 2시50분부터 3시까지는 주문이 나오는 대로 바로 거래를 하지 않고 한꺼번에 모아 3시에 가격을 결정하는 ‘동시호가’ 시간대다. 이때 대우증권이 부른 매도가에 이끌려 삼성SDI의 종가는 10만8000원으로 미끄러졌다.

ELS 조기상환은 간발의 차이로 이뤄지지 않았다. 삼성SDI 주가는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ELS 만기일인 2008년 3월 기준가격을 밑돌았다. 결국 투자자들은 원금의 33%에 이르는 손실을 봐야 했다.

이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대우증권이 수익금을 주지 않으려고 고의로 대량 매도 주문을 내 삼성SDI 주가를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이들 중 두 명이 제기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는 1일 판결문에서 대우증권의 막판 대량 매도에 대해 “투자자의 정당한 신뢰와 기대를 해친 행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에게 원리금 2억7000여만원과 이자를 주라고 했다.

재판부는 대우증권의 매도 주문이 없었다면 종가는 10만8500원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음 날인 11월 17일 삼성SDI는 10만8500원에 거래를 시작해 10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대우증권은 “중도상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정당한 절차였다”고 해명했다. 조기상환 가능성이 커지자 고객에게 돌려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기준가격보다 떨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도 동시호가에 들어가기 직전 가격인 10만9000원보다 낮은 가격에 주문을 낸 것은 고의성이 있었다고 봤다.

대우증권은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 같은 ELS에 대한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가 “만기상환금을 지급받았기 때문에 중도상환금을 요구할 수 없다”며 기각 결정을 내린 것도 언급했다. 이번 소송을 대리한 한누리법무법인의 나승철 변호사는 “당시 재판부는 상환금 반환을 청구할 권리의 자격만 따졌을 뿐 시세조작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며 “이번 판결은 시세 조종의 고의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이번 판결이 가져 올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누리법무법인은 문제가 된 ELS의 피해자를 더 모아 대우증권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할 계획이다. 2005년 이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는 260여 명으로 총 121억원어치가 팔렸다.

이외에도 ELS와 관련해 캐나다왕립은행(RBC)을 대상으로 한 32억원 규모의 집단소송과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16억원 규모의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다. ‘한화스마트 ELS 10호’ 발행사인 RBC의 경우 만기일에 기초자산인 SK의 대량 매물을 쏟아냈다. 결국 SK 주가가 급락해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대우증권과 비슷한 경우다.

한편 ELS 시장은 올 들어 큰 폭의 성장세를 보여 왔으며, 지난달 발행 규모는 2조원을 넘어섰다.

하현옥 기자

◆주가연계증권(ELS)=기초자산으로 지칭되는 개별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에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유가증권. 기초자산이 특정 가격 조건을 달성했는지 등을 정기적으로 평가해 이에 따라 상환 시기와 조건을 달리해 수익을 지급한다. 조건에 따라 원금과 수익을 지급받지 못할 수도 있고, 만기 전에 현금화가 어려운 단점도 있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