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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사기꾼이 된 국민 영웅 … 충격 먹은 아이들

델타의 아이들
임어진 글, 조승연 그림
웅진주니어
196쪽, 8500원


결국 비극으로 끝나버린 ‘황우석 사건’을 연상시키는 풍자동화다. 국민영웅으로 칭송받던 인물이 어느날 갑자기 천하의 사기꾼이 돼버렸다. 그 과정을 목격하며 혼란스러웠을 아이들에게 사건의 본질을 차분히 일러주는 이야기다. 우리 사회가 반성해야 할 점은 과연 무엇인가. 때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아이들 앞에서 한번은 꼭 짚고 넘어가야할 주제다.

이야기 속 가짜 영웅은 ‘잠노 박사’다. 인간의 잠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식물 ‘잠풀 델타’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며 등장했다. 잠풀 델타를 집 안에 두고 키우면 잠을 흡수해 하루 2∼3시간만 자도 된단다. 인류의 삶과 문화를 바꿀 획기적인 발명품이다.

세상은 곧 잠노 박사 광풍에 휩싸인다. 학교에선 잠풀을 주제로 글쓰기, 그림 그리기, 체육 대회가 열리고 잠노 박사의 정신을 이어받자며 ‘델타 소년단’도 만들어졌다. 영웅 앞에서 비판의식은 설 자리를 잃었다. 맹목적인 믿음은 폭력성마저 띠었다. 혹 잠풀 델타의 진위를 의심하기라도 하면 ‘왕따’가 될 각오를 해야 했다. 너무나 있을 법한 상황이라 더 무섭게 다가오는 현실이다. 마침내 잠노 박사의 주장이 허위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어른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하고 넘어갔지만, 아이들은 바뀐 세상을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장래 희망 하나가 사라져버린 충격도 컸다.

“세상엔 말이야. 정말로 나쁜 사람도 있더라. 정말로 거짓말쟁이도 있고. 우리가 만날 차 조심 차 조심 하지만, 운 나쁘면 교통사고도 당하잖아. 그런 것처럼 나쁜 사람을 만나기도 하는 거야. 그러면 얼른 병원 가서 약 발라 달라고 치료받으면 그 뿐이야.”(188쪽) 혼란스런 동민이에게 형이 해준 말이다. 나쁜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이 스스로를 미워하거나 자신의 꿈을 버리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책은 우리 사회의 영웅주의·집단의식을 비꼬는 동시에 잠을 죄악시하는 문화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선을 보낸다. 잠을 줄여 공부를 하고 돈을 버는 게 과연 미덕일까에 대한 문제 제기다. 효율성만 최고의 잣대로 삼는 현 세태에 대한 성찰이기도 하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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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