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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 BOOK] 영국의 가짜 홍차, 블렌딩 기술 원조라네요

홍차의 세계사, 그림으로 읽다
이소부치 다케시 지음
강승희 옮김
글항아리, 352쪽, 1만7000원


식료품 중에 차만큼 세계사의 전환점이 된 것이 있을까. 물론 유럽에 감자가 처음 들어왔을 때는 구황식물이라 해서 ‘국가기밀’ 취급을 받기도 했다지만 차만큼은 아니었다. 미국 독립전쟁의 불씨가 됐던 ‘보스턴 티파티 사건’(1773)과 중국 청 제국의 가파른 몰락을 불러왔던 ‘아편전쟁’(1840~1842)은 모두 차로 인해 벌어진 세계사적 사건이다.

차의 원산지는 중국 푸젠 성의 우이산으로 여기서 나는 ‘정산소종’은 극히 소량이어서 18세기 영국에선 같은 무게의 은으로도 살 수 없을 지경이었다. 때문에 런던의 센물에도 향기가 옅어지지 않는 ‘랍상소종’이 대중화되어 영국인들이 ‘애프터눈 티’에 즐겨 마시는 품목이 되었다. 당연히 중국차에 감초, 향이 없어진 찻잎 등을 섞은 가짜 홍차도 등장했는데 이것이 영국이 자랑하는 차 블렌딩 기술의 기원이 되었다니 문화의 오묘함이란 짐작하기 어렵다.

한국과 일본에서 다이어트에 좋다해서 즐겨 마시는 보이 차는 중국 윈난 성의 차 집산지인 보이에서 만들어지는데 1999년 쿤밍에서 열린 세계원예박람회 때 선보였다. 한데 보이 차는 녹차 70%에 청차나 흑차 30%를 섞어 일차 산화발효 시킨 뒤 다시 물을 뿌리고 천으로 덮어 된장처럼 곰팡이로 발효시킨 것이란다. 이를 운반하기 쉽게 단단한 덩어리모양으로 만들었다는데 현지 주민들은 녹차를 마실 뿐 ‘곰팡이 차’는 결코 마시지 않는다니 입맛이 개운치 않다.

일본의 홍차 연구가가 쓴 이 책은 그런 차의 역사적· 문화적 세계를 탐구한 것이다. 하지만 인과관계를 분석하는 식의 정색을 한 학술서는 아니다. 희귀 그림을 곁들인데다 산책하듯 이곳저곳의 차 이야기를 섭렵하는 식이어서, 토요일 오후 차 한 잔 즐기는 기분으로 읽기 맞춤인 책이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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