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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 BOOK] 금융위기 주범들의 남 탓, 그게 궤변인 이유

 풀스 골드
질리안 테트 지음
김지욱 외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468쪽, 1만8000원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생명보험사인 AIG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를 확산시켰고, CDO(부채담보부 증권)·MBS(주택저당증권)·CDS(신용부도스왑)같은 신용파생상품들을 고안·판매했다. 그런데도 이들은 며칠 전 열린 미 의회 청문회에서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유동성 위기 때문이지 자신들이 만든 파생상품때문이 아니라는 강변이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그들의 주장은 ‘궤변’임을 금방 알 수 있다. J.P.모건은행(2000년 체이스맨해튼은행에 합병돼 지금은 JP모건체이스은행임) 은 CDO·CDS라는 신용파생상품의 창안자다. 또 시티·체이스맨해튼과 함께 미국 3대 은행 중 하나였다. 그런데도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기반으로 하는 파생상품에는 손대지 않았다. 모기지 관련 CDO나 CDS는 세계 금융 역사상 최대 베스트셀러였고 다른 은행들은 엄청난 돈을 벌었음에도. 이유는 간단하다. 매우 위험한 짓이라 판단했다.

2008년 세계를 강타한 미국발 금융위기는 위험성을 알면서도 금융파생상품을 만들어 판 금융회사들의 무분별한 욕심 탓이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사진은 주가가 급락한 2008년 10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거래인이 놀란 표정으로 지수를 확인하는 모습. [중앙포토]
은행은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후 이 대출을 증권화(MBS)해서 매각한다. 이 MBS를 다시 증권화한 게 모기지 관련 CDO고, 부실위험만 별도로 증권화한 게 CDS다. 만일 CDO에 들어있는 모기지가 부실해지면 CDO 역시 휴지조각이 될 수밖에 없다. CDS를 산 금융기관 역시 CDO를 산 투자자들에게 돈을 물어줘야 한다. 은행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CDO가 부실해지면 돈을 물어주겠다는 약정을 체결한 셈이라서다. 물론 CDO에 담겨 있는 모기지 가운데 일부만 부실하다면 그 묶음들인 CDO는 안전할 수 있다. 그게 이 상품을 만든 은행의 주장이다. 박스 안에 든 사과 한 개가 상하면 그것만 덜어내서 팔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문제는 상한 사과가 다른 사과에 미칠 영향이다. 모건은 다른 은행과 달리 모기지 하나만 부실해질 경우 다른 모기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의심했다. 모기지간의 상관관계가 핵심이라는 얘기다. 관계가 약하면 CDO를 만들어도 되는데, 문제는 이를 입중할 자료가 불충분하다는 점이었다. 다른 은행은 이를 알면서도 만들었고, 모건은 알기에 만들지 않았다. 물론 모건의 판단이 옳았다. CDO와 CDS를 만든 은행들은 최소한 중상을 입었고, CDS를 산 AIG는 국유화됐다.

사실 금융은 어렵다. 무슨 얘기인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선물·스왑같은 파생상품은 더욱 이해하기 힘들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CDO나 CDS등의 신용파생상품은 더 그렇다. 하지만 상품을 이해하지 못하면 금융위기를 온전히 파악할 수 없다. 위기를 설명하는 책들이 엄청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드문 이유다. 이 책은 상품에서 접근해 위기를 설명한다. 그것도 J.P.모건의 상품 개발 역사를 통해서다. 역사로 접근하면 이해하기 수월하다는 점을 활용했다. 게다가 지은이는 유명 저널리스트다. 재미있고 평이하게 서술했다. 금융위기에 대한 이해력을 한 차원 높여줄 책이라 확신한다.

김영욱 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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