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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공무원, 시의원 … ‘엑스포 여수’ 뇌물 만신창이

여수시가 2012년 세계박람회에 대비해 발광다이오드(LED) 등을 이용해 밤 경치를 아름답게 꾸민 소호동 해안도로. 그러나 야간 경관 조명사업과 관련해 시장, 공무원, 시의원이 연루된 뇌물 스캔들이 발생, 박람회에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프리랜서 장정필]
엑스포를 2년 앞두고 전남 여수가 만신창이다. 엑스포의 밤을 수놓을 야간 경관조명 사업을 둘러싼 뇌물 스캔들 때문이다.

시장은 물론 공무원과 시의원들까지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여기에 시장은 시장 당선자를 선거법으로 고소하고 잠적했다. 상황이 이러니 당장 엑스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9일 오후 여수시 학동 시청 앞에서 만난 이한욱(48·회사원)씨는 “여수 시민이라는 게 부끄럽다. 고작 이런 정도의 사람에게 30만 시민의 살림을 맡긴 우리가 한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12년 세계박람회 성공을 통해 국제도시로 발돋움하겠다더니 뇌물 스캔들로 인해 ‘부정부패의 도시’로 낙인 찍히게 됐다”고 한탄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오현섭(59) 여수시장은 20일 갑자기 비서실 직원에게 전화해 21~23일 연가를 냈다. 아무도 영문을 몰랐다. 연가가 끝난 뒤에도 그는 출근하지 않았다. 벌써 열흘째 연락 두절 상태다. 그는 김모(59·여·구속) 전 여수시 국장이 야간 경관조명 시공업체 나이토피아의 임원으로부터 3억원을 받은 것과 관련해 21일 경찰청 특수수사과 직원들을 만나 조사받기로 돼 있었다. 그는 잠적하기 수일 전에 김충석(69·무소속) 시장 당선자를 선거법 위반으로 광주지검 순청지청에 고소했다. 그는 선거 기간 중 김 당선자가 자신을 근거 없이 비방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김 당선자도 취임하기 전인 29일 검찰에 가 조사를 받았다.

야간조명 사업은 엑스포 개최에 맞춰 2006년부터 여수시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총 400억원을 들여 2012년까지 마칠 계획이었다. 나이토피아는 2008년도 사업을 담당했으며 사업비는 75억원이다.

오 시장이 열흘째 나타나지 않자 주변에선 “외국으로 밀항하거나 자살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는 6·2 지방선거에 민주당 공천을 받아 출마했으나 낙선해 30일 시장 직에서 물러난다. 그러나 30일로 예정된 이임식도 치를 수 없게 됐다. 또 다음 달 1일 김 당선자 취임식도 ‘전임 시장의 행방불명’ 상황에서 치러질 지경에 놓여 있다.

김 당선자는 “미국 등 외국에서까지 ‘무슨 일이냐’고 전화가 오는 등 국제적 망신을 사고 있다. 큰 부담을 안고 민선 5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걱정했다.

여수시민단체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불필요한 개발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해 온 자치단체의 개발 만능주의와 관련자들의 비리 불감증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오현섭 시장은 회피하지 말고 떳떳하게 수사를 받는 것이 책임 있는 단체장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시청에서 만난 이정남(54) 전국공무원노조 여수시지부장은 “우리 공무원들도 황당하다. 낯을 들고 나다닐 수가 없다”며 혀를 찼다. 그는 “박람회에 나쁜 영향을 줄까 불안해 하는 시민들을 생각해서라도 오 시장은 경찰에 즉각 출두해 진실을 밝히고, 연루된 시의원들은 즉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뇌물 추문은 시의회도 예외가 아니다. 여수경찰서는 최근 오 시장의 측근인 주모(67)씨의 집을 압수수색해 일부 시의원 등의 명단을 확보하고 이들을 조사할 예정이다. 주씨는 구속된 김 국장으로부터 지난해 7월 1억원을 건네받아 12월 당시 시의원 15명에게 수백만원씩 나눠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4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중국으로 나간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 구속된 김 국장은 경찰 조사에서 업체에서 돈을 받은 뒤 오 시장에게 보고하고 보관하다 지난해 7월 주씨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여수시의원들의 모임인 의정동우회의 박중석(74) 회장은 “오 시장은 빨리 자진 출두하고, 여수시의회는 시민들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촉구했다. 또 “시의회가 다음 달 7일 의장단 선거를 실시한다는데, 이번 사건에 연루된 시의원이 많아 자칫하면 사법처리 대상자를 선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수사 결과 발표 이후로 연기하라”고 요구했다. 구속된 김 국장이 받은 돈 중 일부가 정치인에게도 흘러갔다는 소문도 돌아 파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여수=이해석·유지호·강인식 기자
사진=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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