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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나] 식품업계 주름잡아 보렵니다

“문제는 말솜씨라고 생각합니다.” 유진하(28)씨는 스스로의 문제를 이렇게 보고 있었다. 그는 “취업하려면 또박또박 논리적으로 말해야 하는 데 그러지 못했다”며 “어눌한 말투를 고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기자가 “그동안 어떤 노력을 했느냐”고 물었다. “『설득의 심리학』 『말 잘하는 사람이 성공한다』 『당신도 화술의 달인이 될 수 있다』 등 수십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식품산업기사 자격증도 땄고요. 지난해에는 실무 경험을 쌓기 위해 대전시청에서 행정 인턴도 했습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진 않았다. 전공(식품공학)을 살려 식품 업체에 취업하고 싶었지만 아직까지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그는 “무엇보다 가족에게서 취업하라는 압박을 받을 때가 가장 힘들다”며 “중앙일보 취업 컨설팅을 통해 길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서른 살이 되기 전에는 반드시 취업하겠다”고 말한 그에게 자문단은 어떤 조언을 했을까.

글=김기환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 유진하씨는

학력
  건양대 식품공학과 졸업(2008년 2월)

학점  2.95(4.0 만점)

외국어 토익 500점(2009년 8월)

경력  대전광역시청 운영지원과 행정인턴(2009년 2~12월)

자격증 식품산업기사(산업인력공단·2008년 8월)

희망 직무 식품업체 총무·품질관리직


유진하씨는 대학교 졸업 후에 식품산업기사 자격증을 땄다. 현장경험과 실무 능력을 키우기 위해 대전시청에서 행정인턴을 했다. [김상선 기자]
서류 집중 분석 자기소개서는 ‘면접 준비서’나 다름없다. 대부분의 면접은 자기소개서 내용을 바탕으로 진행한다. 따라서 경험을 구체적으로 풀어내 채점관이 경험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 (면접장에서도) 유리하다. 스스로의 경험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지원자이기 때문이다. 경험으로 뒷받침하지 않은 추상적인 표현, 일반적인 내용을 쓴다면 채점관은 지원자의 경험으로부터 눈을 돌려 다른 질문거리를 찾게 된다. 홈에서 열리는 경기보다 원정 경기가 더 어렵다는 것을 떠올리면 좋겠다.

유씨는 경험에 대해 추상적인 표현으로 일관했다. 예를 들어 ‘맡은 일에 집중하는 성격이다. 한 번 주어진 일은 끝까지 물고 늘어져 멋지게 마무리한다’ ‘도전적인 사람이다’ ‘사람들은 저를 팔방미인이라고 부른다’ 등 판에 박힌 표현을 썼다. 이런 표현을 썼다고 하더라도 경험으로 뒷받침하면 된다. 하지만 경험은 없고 주장이 대부분이라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성장과정’란에서는 독립심이 강하다고 썼다. 그 이유로 아버지의 가르침을 꼽았다. 그보다는 스스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독립심을 키울 수 있었던 사례를 언급하는 게 낫다. ‘학과 수업 중 발표를 해 격려와 칭찬을 받았다’는 내용은 적지 않는 게 나을 뻔했다. 황세연 SK텔레콤 인사담당 상무는 “단편적인 에피소드에 불과하다”며 “무슨 이유로 칭찬을 받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어린 시절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경험을 연대기식으로 나열하기보다 남과 차별화할 수 있는 사례 몇 가지를 들어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 좋다.

‘성격의 장단점’란에서는 모순이 보인다. 유씨는 장점으로 ‘처음 만난 사람과도 자연스럽게 대화한다. 대인관계가 원만하다’고 적었다. 하지만 단점으로 ‘남을 배려하는 심성이 약하다’고 썼다. 남을 배려하지 않는데 대인관계가 원만할 수는 없다. 이동우 롯데백화점 인사담당 상무는 “장단점란에는 지원자가 갖고 있는 장점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단점은 최대한 우회해서 표현하되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담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단점은 노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질문의 의도를 제대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원분야(품질관리)와 관련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경험 위주로 작성하라’는 항목이 대표적이다. 이 질문은 지원자의 의지를 묻는 것이 아니다. 현재까지 경험을 바탕으로 직무에 적합한 인재라는 점을 강조하면 된다. 하지만 유씨는 ‘원부자재 품질관리, 제조공정관리 등 업무 관련 내용을 끊임없이 익히겠다’고 썼다. 특히 경험에 대한 언급이 없어 질문 의도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다.

대전시청에서 행정 인턴을 했던 경험은 비교적 자세하게 풀어냈다. 경험을 통해 배운 점까지 덧붙인다면 더 나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서류전형 평가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구할 수 있는 이력서에는 공통점이 있다. 어디에선가 본 듯한 느낌이라는 것이다. 지원자의 색다른 경험을 담지 않아 생긴 문제다. 유씨의 자기소개서가 그렇다. 취업에 대한 강한 의지와 열심히 하겠다는 열정은 느껴진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경험)가 없다. 이동우 상무는 “유씨만의 경험을 끄집어내 의지와 열정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열정에 비해 자신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과연 내가 회사에 입사해 일을 잘할 수 있을지 근심했다’는 내용이 그렇다. 황세연 상무는 “신입사원답게 어떤 일이 주어져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야 한다”고 충고했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는 얼개가 있다. 순서대로 ▶질문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정한 다음 ▶구체적인 경험을 근거로 살을 덧붙여야 한다.

총평 말은 글과 닮은꼴이다. 기승전결의 구조가 있어야 하고, 강조하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눈에 띄어야 한다. 황세연 상무는 “의식적으로 답변의 처음과 끝의 맥락이 일치하도록 연습하기만 해도 많이 나아질 것”이라며 “책을 읽으며 연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스피치 학원이라도 다니면서 천천히, 논리적으로, 또박또박 말하는 연습을 하라”고 조언했다.

조급함은 떨쳐내야 한다. 답변에서 자신감을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은 유씨가 취업에 대해 조급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우 상무는 “취업 자체를 목표로 삼아선 안 된다”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도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한결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하기 위해 이것저것 되는 대로 준비해 왔다는 인상을 주면 안 된다.



어디서나 통하는 답변 대신 ‘지원 회사 맞춤형’ 답변을

면접 집중 분석 Q 면접을 보러 오기 전까지 오늘 하루를 설명하라.

A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꼼꼼히 읽어봤다. 말솜씨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평소 즐겨 보던 화술 관련 책도 다시 한번 훑어봤다.

▶ 준비도를 보기 위한 질문이다. 나쁘지 않은 답변이다. 특정 회사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면접 보러 가는 회사에 관한 신문 기사를 읽고 나왔다. 그에 대해 평소 이러이러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운을 띄우는 것은 어떨까. 좋은 첫인상을 심어 줄 수 있다.

Q 장점을 말해 본다면.

A 주변에서 팔방미인이라고 부른다. 운동이 취미다. 농구·골프·당구를 할 수 있다. 운동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과 어울렸다. 주어진 일에는 최선을 다한다. 시청에서 행정인턴으로 일할 때 업무를 잘해서 칭찬을 받기도 했다. 학과 대표로서 동료들의 어려움도 잘 처리해줬다.

▶ 자기소개서를 그대로 읽는 듯한 느낌이다. 장점 여러 가지를 나열했지만 강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 한 가지 장점을 골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것이 좋다.

Q 시청에서 행정인턴으로 일할 때는 어떤 업무를 맡았나.

A 주로 민원을 처리했다. 예비군 동원 시스템도 관리했다. 각종 행사 준비를 도운 적도 있다.

Q 일하는 동안 가장 어려웠던 것은.

A 예비군 동원 시스템의 비밀번호가 자주 변경돼 업무를 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 다소 사소한 부분에 대한 답변이다. 공감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만약 어려운 일이었더라도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을 추가해 채점관을 설득해야 한다.

Q 살아오면서 가장 큰 성취는.

A 2008년에 식품산업기사 자격증을 딴 것이다.

▶ 평이한 성취 경험이다. 실제로 그 경험이 일상적이고 평범한 경험이었다고 할지라도 이렇게 짧게 답변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자격증을 따려는 동기는 무엇이었는지, 딸 때까지 얼마나 노력했는지 등 경험을 덧붙여야 의미가 있다.

Q 4학년 때 식품공학과 대표를 했는데 이유가 있는지.

A 취업할 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또 장학금도 받을 수 있고, 스스로의 능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도 되고….

▶ 지나치게 현실적이다. 식품 업체에 취업하면 관리직으로 일할 수도 있다.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과 대표로서의 역할을 물어본 것은 리더십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순전히 자기계발 측면에서만 답했다. ‘조직을 위해 헌신하고 싶었다’는 답변은 어떨까.

Q 회사에서 유씨를 뽑아야 할 이유가 있다면.

A 대인관계가 원만하다. 식품업체 관련 지식이 풍부하다. 개성이 강하고 성실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 일반적인 답변이다. 어느 회사의 면접장에서도 답할 수 있는 내용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지원한 회사에 ‘맞춤형’ 답변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OO사의 인재상은 글로벌이다. 저는 이러이러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한 인재다’라고 답해야 한다. 덧붙여 최근 회사에서 주력하고 있는 관심 사업 분야를 언급하고 자신이 그 사업에 적합하다는 것을 드러내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실전 면접 평가 면접은 대화다. 하지만 긴장을 풀어선 안 된다. 채점관이 칼자루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채점관이 듣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유씨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데 집중했다. 자문단은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소한 부분에도 신경 써야 한다. 이동우 상무는 “몸을 의자에 기대고 헛기침을 하거나 안경을 만지는 모습이 불안해 보였다”며 “처음 보는 사람과 편하게 대화하는 법부터 연습한 다음, 면접용 답변을 다듬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황세연 상무는 “면접은 기껏해야 15~20분 정도 되는 경우가 많다”며 “짧은 시간에 모든 걸 보여줘야 하므로 첫인상, 말투, 목소리 중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주 자문단

황세연 SK텔레콤 인력관리 총괄 상무


왼쪽부터 황세연, 이동우.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인적자원관리 프로페셔널(SPHR) 자격증을 미국에서 땄다. 2004년까지 SK그룹의 인사·채용 분야를 맡았다. 2005년 SK텔레콤으로 자리를 옮겨 HR연구팀장, 글로벌 HR팀장을 거쳐 현재는 국내외 인력 관리 전반을 총괄하는 HR그룹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동우 롯데백화점 경영지원부문장

1986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한 뒤 상품2부문장, 노원점장 등을 거쳤다. 인사 부문에 오랫동안 근무한 ‘인사통’이다. 그래서인지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산업 전반의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유통업형 인사 시스템’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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