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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G(irls)20

전기도, 마실 물도 없는 인도 시골 마을에도 꼭 있는 건? 바로 초음파 검사 기기다. 태아가 딸이면 낙태하려는 이들이 하도 많아서다. 빈민층엔 검사비 500루피(약 1만5000원)가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하지만 더 큰 손실을 피하자면 어쩔 수 없단 분위기다. 딸 가진 부모가 예식 비용은 물론 지참금까지 대야 하는 결혼 풍속 탓이다. ‘지금 500루피를 투자하면 나중에 5만 루피를 아낄 수 있습니다’란 광고가 성행할 지경이다. 용케 엄마 배 속을 빠져나온 후에도 안 먹이고 병을 안 고쳐줘 죽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게 사라진 소녀들이 1억 명은 될 거란 게 인도 출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아마르티아 센의 어림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올 초 12세 소녀가 80세 노인과 강제 결혼한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어린 신부가 사춘기에 접어들 때까지 성관계를 미루는 관행을 노인이 따르지 않는 바람에 소녀는 첫날밤 큰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실려갔다고 한다. 최저 결혼연령을 법으로 정하자는 주장이 들끓었지만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종교 지도자들의 옹호 때문이다. 일찍이 이슬람교 창시자인 마호메트가 9살짜리 아이샤를 세 번째 부인으로 맞았던 전례를 들어서다. 그 바람에 15~19세 사우디 소녀의 6분의 1이 이미 결혼했거나 이혼, 사별 상태라고 유엔은 추산한다.



지난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때를 맞춰 캐나다 토론토에서 소녀들의 정상회의 ‘G(irls)20’이 처음으로 열렸다는 소식이다. 인도·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해 G20 국가의 소녀 대표가 1명씩 참가했다. 이 회의를 후원한 옥스팜, 세이브 더 칠드런 등 비정부기구(NGO)들은 지난 2000년 선진국들이 빈곤 퇴치, 여성 권익 보호 등 이른바 ‘새천년발전목표(MDGs)’를 달성키로 한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에 ‘G(irls)20’에서 각국 소녀들의 열악한 현실을 담은 결의안을 만들어 G20 정상회의에 전달한 것도 그 일환이다.



글로벌 금융·재정 개혁 등 산적한 현안 속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전달됐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세계 인구 중 8분의 1을 차지하는 소녀들의 건강과 안전, 교육을 보장해주는 것 역시 지구촌의 시급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결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인도·사우디아라비아보단 낫다 쳐도 당장 한국도 극악한 성범죄 위험에서 소녀들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처지 아닌가. 신예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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