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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덕의 13억 경제학] 중국경제 콘서트(3)‘에어버스,자석에 끌리다’

이 콘서트는 '유럽 재정 위기의 저변에 중국이 있다'는 다소 도발적인 문제를 던져놓고 시작했습니다. 중국인들이 유럽의 일자리를 빼앗고, 그래서 유럽의 실업이 늘어났고, 실업수당이 많아졌고, 정부 재정부담이 커졌고, 결국 위기가 빚어졌다는 '여행자의 이야기'였지요.

물론 비약이 심한 논리일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단순하고요. 혹자는 '엉터리 논리로 혹세무민(惑世誣民)한다'고 비난합니다.

자 여기 또 다른 얘기를 보내드립니다. '뚱단지 논리'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를 제시합니다. '중국경제 콘서트(1)'과 '중국경제콘서트(2)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혹 읽지 않으셨다면 다음의 사이트를 읽고 오세요.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woodyhan&folder=1&list_id=11641134

자, 그러면 오늘의 콘서트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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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에어버스 공장이 어떻게 톈진 빈하이(濱海)신구로 오게 되었나고요?
그 내력은 이렇습니다.

2006년 10월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이 유럽을 방문합니다. 기업인들을 대거 대동하지요. 이 때 에어버스 회장도 옵니다. 그리고는 계약을 체결하지요. 톈진에 에어버스 조립공장을 지어 2009년부터 양산에 들어간다는 겁니다. 이 계약 체결과 함께 또다른 뉴스가 타전됩니다. '중국은 에어버스 항공기 170대를 추가고 구입하기로 했다'는 겁니다. 조립공장 댓가로 한 턱 크게 쏜 것이지요. 그렇게 에어버스는 톈진 행(行)루트를 타게됐습니다.



신문에 보도된 관련 뉴스는 길어야 원고지 5장, TV보도는 길어야 2분입니다. 그러나 그 뉴스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엄청난 작업이 물 밑에서 진행되지요. 에어버스의 톈진행에도 엄청난 '백(back)작업'이 있었습니다.

중국은 한 해 항공여객 수요가 약 8~9% 속도로 증가합니다. 경제가 발전하니 당연한 얘기지요. 문제는 비행기입니다. 이 속도로 가면 앞으로 20년 동안 중국은 한 해 평균 약 145대의 비행기를 새로 투입해야 합니다. 저의 억측이 아닙니다. 보잉이 지난 2007년 발표한 통계입니다. 이 통계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20년 동안 중국은 2880대의 항공기를 새로 사와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홍콩 마카오를 포함하면 3700대로 늘어납니다. 중국은 실제로 지난 10여년 동안 매년 150대 안팎의 비행기를 사들였습니다.

비행기는 누가 팔지요?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 잖아요. 둘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들 두 회사 한 테 찾아가 비행기를 사야합니다.

비행기 한 대에 약 1억달러 잡습니다. 저장성의 아가씨 근로자들이 재봉틀을 돌려 만든 셔츠 1억 벌을 팔아야 나오는 액숩니다. '비행기 한 대 사려고 셔츠 1억 벌을 팔아야 한다'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옵니다. 어쨌든 대충 잡아도 한 해 150억 달러가 이들 두 회사로 흘러드는 겁니다.

보잉과 에어버스에게 중국은 회사의 미래가 달린 땅이 됐습니다. 중국시장에서 이기는 회사가 두 회사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땅 따먹기 경쟁'에서 이기는 겁니다. 두 회사는 중국시장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지요.

칼자루를 쥔 쪽은 중국입니다. 중국은 두 나라를 때로는 경쟁시키기도 하고, 고의로 배척하기도 합니다. 영도자가 미국에 갈 때 보잉 비행기를 몇 대 더 사주고, 유럽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하면 에어버스 주문을 취소하기도 합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지요. 시장의 힘입니다.

중국이 이들 두 민간항공기 제작회사를 놓고 더 큰 딜을 시도합니다. '중국에 와 조립 생산을 하라'는 제안이었지요. '임금 싼 중국이야말로 조립생산의 천국아니냐'는 식입니다. 압력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많이 벌어가는데 뭔가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압박이지요. 간청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시장 줄테니 기술다오'라는 식입니다.

두 회사는 거부합니다. '니들 우리 기술 빼가려고 그러지? 그 시커먼 속셈을 모를 줄 알고'라는 반응이었습니다. 기술유출을 우려했던 겁니다.

그러나 그들은 중국시장의 힘을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말굽자석에 철가루 끌리듯 끌려갈 수 밖에 없었지요. 에어버스가 먼저 손을 들었습니다. 보잉을 이길 수 있는 절호의 찬스로 여긴 겁니다(보잉은 미국정부의 엄격한 대중국 첨단기술 수출 정책으로 인해 중국으로 가기가 어려웠다는 요인도 있습니다.) 대신 조건이 있었습니다. 모든 부품을 유럽에서 가져와 중국에서는 100% 조립만 한다는 것이었지요.

그렇게 에어버스는 중국으로 가게 된 겁니다. 상하이로 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원자바오 총리가 '시내루'를 줬습니다. 고향 톈진으로 오라는 것이지요. 그렇게 2006년 10월 조인식이 이뤄졌던 겁니다. 꼭 1년 전인 2009년 6월 톈진공장에서 중단거리 모델인 A320 항공기가 첫 선을 보였습니다. 지금도 에어버스 공장에서는 조립작업이 한창입니다.

에어버스는 유럽의 자존심입니다. 프랑스 독일 영국 스페인 등이 합작으로 만든 회사지요. 조립공장은 툴루즈(프), 함부르크(독), 세빌리에(스페인)등에 있습니다. 그런 에어버스가 처음으로 공장을 비(非)유럽지역에 설립했고, 그 곳이 바로 톈진이었던 겁니다. 공장이 왔습니다. 당연히 일자리도 따라옵니다.

에어버스 톈진공장은 작년 22대의 A320을 제작해 전량 중국항공사에 공급했습니다. 올해에는 26대를 생산할 계획이랍니다. 내년부터는 한 달 4대 생산 체제를 구축한다고 하더군요. 1년 50대 정도가 만들어져 중국 하늘을 날게 되는 것입니다. 이 비행기는 원래 유럽의 노동자가 만들어야 했었을 비행기였습니다. 그들은 조립공장이 중국으로 옮겨지면서 일자리를 위협받게 됩니다. 톈진 노동자가 에어버스에서 일자리를 찾는 그 순간 유럽 하늘 아래 어느 노동자의 밥그릇이 날라가는 구조입니다.

중국이 유럽의 일자리를 배앗아 유럽의 위기를 조장했다는 말, 아직도 '혹세무민의 논리'라고 치부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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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