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봄날에 나는, 무심코 하늘이 하는 일을 보았네

시가 독자들에게 과연 무슨 소용이 될 수 있는가. 시인 김종해(69·사진)씨의 관심사는 늘 시의 효용과 본질에 대한 문제였다. 그가 지금까지 펴낸 8권의 시집에 실린 ‘시인의 말’들은 대개 그런 질문과 그에 대한 스스로의 답변을 담은, 시론(詩論) 성격인 경우가 많았다. 2001년 시집 『풀』의 시인의 말이 대표적이다. 김씨는 “나는 사랑의 온기가 담겨 있는 따뜻한 시, 영혼의 갈증을 축여주는 생수 같은 시가 좋다”고 분명히 밝힌다.

김씨가 9년 만에 펴낸 아홉 번째 시집 『봄꿈을 꾸며』(문학세계사) 또한 그런 생각과 질문의 결과물이다. 평론가 유종호씨는 해설에서 그런 특징을 ‘견고한 단순성’이라고 표현했다. 시집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역시 ‘봄꿈’이다. 봄꿈, 춘몽(春夢)은 흔히 덧없는 인생을 가리킨다. 하지만 김씨의 시집에서 봄꿈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표제시 ‘봄꿈을 꾸며’에서 시의 화자는 열두 달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달이 이월이라고 말한다. 눈바람이 맵지만 ‘꽃 피는 봄이 코앞에 와 있기 때문’이다.

21일 김씨를 만났다. 그는 대뜸 “지상에서 살아 있는 것 자체가 봄날”이라고 말했다. “삶이 아무리 혹독하다 해도 살아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인생을 긍정하는 시인의 생각은 아무래도 그보다 먼저 간 이들 때문인 듯 하다. 시집에는 임영조·신현정 등 세상을 등진 동료 시인 등, 유독 죽음을 소재로 한 시가 많다.

봄날이 좋은 이유는 ‘꽃은 언제 피는가’에서 엿볼 수 있다.

‘사랑하는 이의 무늬와 꿈이/물방울 속에 갇혀 있다가/이승의 유리문을 밀고 나오는,/그 천기의 순간,/이순의 나이에 비로소/꽃피는 순간을 목도하였다/판독하지 못한 담론과 사람들/틈새에 끼어 있는,/하늘이 조금 열린/새벽 3시와 4시 사이/무심코 하늘이 하는 일을 지켜보았다’.

우주 운행의 비밀, 그 안에서 떠나간 사랑하던 이들도 보이는 날이 봄날이다.

글=신준봉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