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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해도 우아할 수 있다 … 그게 바우하우스 디자인

소박하지만 우아하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 보는 이의 마음을 부드럽게 감싼다. 절제미가 돋보이는 한스 베그너(1914~2007)의 의자, 나무를 구부려 세계 최초로 벤트우드 의자(bentwood chair)를 선보였던 미하일 토넷(1796~1871)의 오리지널 작품, 인체공학적 디자인을 구현한 에곤 아이어만(1904~1979)의 의자…. 손에 꼽히는 걸작 디자인이다. 굳이 교집합을 찾자면 ‘눈에 띄지 않는 자연스러움’이다.

서울 청담동 PKM 트리니티갤러리에서 7월 20일까지 열리는 ‘바우하우스 & 모던 클래식-사보 컬렉션’전에서 만난 가구·소품들이다. 여느 살림집의 거실을 시리즈처럼 펼쳐놓은 풍경 같다. 일러스트 작가 SABO(본명 임상봉·43·사진)씨가 1990년 이후 독일에 머물며 20년 가까이 수집한 컬렉션이다. 누군가의 삶과 함께해온 시간의 축적이 묻어나올 뿐 아니라, 일상 물품은 단순하고 편리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믿었던 바우하우스의 철학이 오롯이 드러난다.

◆바우하우스의 실용미학=“1960년대 바우하우스의 디자인 제품이 내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거죠.” 전시장에서 만난 SABO씨는 바우하우스의 특징을 ‘실용미학’으로 압축했다. 쓰임새를 앞세우면서도 간결함의 미학을 덧붙여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설명이다. 바우하우스 디자인 철학이 정리된 것은 1920~30년대였지만, 1960년대 무명의 장인들이 만든 가구에서도 그 정신이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SABO씨가 꾸민 1960년대식 거실 풍경. 오른쪽 벽에 설치한 선반은 덴마크 가구 디자이너 폴 케도비우스가 디자인한 것이다. 왼쪽의 벽지도 SABO씨 수집품 중의 하나다. [PKM 트리니티 갤러리 제공]
그는 전시작이 “SABO 컬렉션임을 주목해달라”고 주문했다. 바우하우스 스타일이라는 이유로 닥치는 대로 사들이거나, 또는 디자이너 이름에 혹해서 모아온 것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을 잊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가 꼽은 취향의 핵심은 ‘우아함(elegance)’이다. 출품된 가구를 보면 한 사람이 사 모았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규모가 크다. 의자와 테이블, 사이드보드 등 보존상태가 새것 같은 가구만 60여 점에 이른다. 조명 램프만 30여 점이다. 소파·벽장 등 총 120여 점이 소개된다.

◆리빙 아트(Living Art)의 매력=SABO씨의 수집벽(蒐集癖)은 유학 시절 시작됐다. 벼룩시장을 드나들며 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빈티지 가구’에 마음을 앗겼다. 하나하나 모으던 게 수집은 어느새 ‘독한 취미’가 됐다.

“탁상시계만 봐도 가슴이 쿵쾅거릴 때가 있었습니다. 물건 살 돈을 모으기 위해 지게차 운전도 마다하지 않았죠.” 주방용 저울, 촛대, 탁상시계로도 모자라 벽지까지 모으다 보니 2005년 독일서 귀국할 때 컨테이너 10개 분량에 달했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그는 전시장 자체를 가정집 거실처럼 꾸밀 수 있었다. 60년대 벽지와 장롱, 그릇, 전구 등등, 박물관에 들어온 느낌마저 준다. 테이블과 의자, 램프는 마치 ‘한 세트’처럼 보인다. 모두 그가 한 점 한 점 구입했던 것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수집한 것이지만 때론 처치할 수도 없는 짐이기도 했죠. 요즘 빈티지 가구 열풍이 불고 있지만 그것을 예측한 것도 아니고요. 그저 제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했을 뿐이에요.”

그에게 빈티지 가구의 매력을 물었다. 그는 “가구만 모은 게 아니라 생활을 모은 것”이라고 말했다. 삶에 밀착한 가구야말로 ‘리빙 아트(Living Art)라는 설명이다. 가구를 모으며 새삼 깨달은 것도 있다고 했다. 좋은 디자인은 개성 있는 삶에서 나온다는 것. 디자인의 적은 획일성이라고 못박았다.

“바우하우스의 절제미는 우리 고유의 투박한 막사발, 혹은 소박한 고가구와도 맞닿는 것 같습니다. 매일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려고 노력해요. 그게 삶의 큰 기쁨이죠.” SABO씨에게 삶은 바로 예술이었다. 02-515-9496.

이은주 기자

◆바우하우스(Bauhaus)=1919년 독일의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가 바이마르에 세운 조형 교육기관. 바우하우스를 통해 디자인의 개념이 정리되고 확산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우하우스는 1933년 폐교돼 사라졌지만, 장인과 예술의 역할을 통합시킨 합리주의와 기능주의 정신은 현대 건축과 미술,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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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