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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칼럼] 못 믿을 중국 … 달라이 라마를 초청하자

결의든 의장성명이든 북한을 규탄하는 유엔 안보리의 조치가 6월 말까지는 나올 전망이다. 한국은 중국을 천안함 사건에 대한 합동조사단의 결론을 수용하고 북한 규탄대열에 참여시키려고 치열한 외교를 벌여왔다. 북한 규탄이 안보리 결의냐 의장성명이냐, 의장성명이면 북한을 직접 거명할 것인가에 말의 과장 없이 한·중 관계의 미래가 달렸다.



한국의 일차적인 목표는 북한의 이름을 들어 규탄하는 의장성명이다. 중국의 반대로 북한의 이름이 빠질 경우 삼척동자가 읽어도 북한을 지칭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표현이 들어가면 의장성명이 더 좋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가령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인용하고 그런 도발행동을 저지른 국가를 규탄·경고하는 성명이면 중국도 찬성하는 안보리 결의 다음가는 차선책은 된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북한을 의식한 중국은 아직도 천안함을 격침시킨 주체를 애매모호하게 표현하려고 기를 쓰면서 러시아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자신의 입장에 동조시키려고 한다.



한국은 중국의 반대로 의장성명에 북한의 이름이나 북한을 명백히 시사하는 표현이 들어갈 수 없다면 15개 이사국이 표결에 참가하는 안보리 결의로 가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기권할 것이다. 거부권은 엄두도 못 낸다.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기권해도 9개국이 찬성하면 결의안은 통과된다. 중국은 안보리 회원국 절대다수가 천안함 격침을 북한 소행으로 인정하고 북한의 만행을 규탄하는 분위기에서 홀로 기권하는 데 큰 부담을 느낀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의 극단적인 반발을 부르지 않는 수준의 성명으로 타협하려고 한국을 설득하고 있다. 토론토 G8 정상회의에서 외무장관 회담을 하자고 요청하는 것도 중국이다.



한국 여론의 일반적인 인식과는 반대로 안보리 결의보다 의장성명이 북한에 주는 응징효과가 훨씬 크다. 의장성명은 15개국 모두가 컨센서스로 찬성해야 채택되지만 안보리 결의는 9개국만 찬성하면 채택된다. 5개 상임이사국이 거부권만 행사하지 않으면 기권을 해도 통과된다. 한국에는 안보리의 새로운 대북결의가 필요 없다. 이미 발효 중인 안보리 결의 1874호만 제대로 이행해도 북한을 압박하기에 충분하다. 안보리 조치는 집행유예 같은 것이다. 그런 행동을 또 하면 가중처벌을 받는다는 경고여서 북한은 도발에 신중할 것이 기대되고, 그것이 안보리 조치에서 한국이 얻는 미래의 억지력이다.



중국 때문에 안보리는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다. 북한은 안보리가 채택하는 규탄 성명이나 결의안을 선전포고로 알고 전쟁행위도 불사하겠다는 맹랑한 성명으로 안보리에 정면도전한다. 안보리 다수 이사국은 안보리가 북한의 협박에 휘둘려 북한에 대한 규탄성명 하나 채택하지 못한다면 안보리의 존재가치가 흔들린다고 걱정한다. 중국은 안보리의 권능을 훼손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안보리 조치가 한국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한국과 중국의 협력적 동반자 관계는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한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인들이 중국에 보인 기대와 호감은 낭만적 거품이었음이 드러날 것이다. 우리는 중국을 일방적으로 배려했다. 대만을 방문하려던 국회의원들이 중국 대사관의 전화를 받고 방문을 포기한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불교단체들이 달라이 라마를 초청했지만 정부는 매번 중국의 반발에 굴복해 비자를 발급하지 않았다. 천안함 사건에서 중국이 우리의 핵심 국가이익이 걸린 문제에 협력하지 않으면 정부는 불교단체가 초청하는 달라이 라마에게 비자를 발급하고 지도층 인사들은 대만을 마음대로 방문해야 한다.



상임이사국의 과분한 특권을 누리는 중국이 안보리의 권능을 약화시키는 것은 제 발등을 찍는 행위다. 안보리에서 북한을 비호하는 중국은 동북아와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자격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중국의 사보타주로 안보리가 천안함 공격의 명명백백한 증거를 갖고도 상응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면 앞으로 세계 도처에서 일어날 도발행위와 평화 파괴행위에 대한 증거의 기준도 흔들린다.



한국이 우수한 해군력으로 어뢰 부스러기 같은 증거 하나 안 남기고 북한의 해안기지에 기습 단발공격을 단행할 경우 누가 봐도 한국의 소행임이 확실해도 중국의 천안함 논리에 따르면 한국이 자백하지 않는 한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중국에 충고한다. 한국을 가볍게 보지 말라. 한국의 핵심 국가이익을 존중하라. 북한체제의 안전을 바라거든 북한의 명백한 잘못에는 “노”라고 말하라.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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