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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나·허정무의 월드컵 일기 <끝> 16강 이뤘는데 … 왜 이리 마음 아픈지

믿어지지 않는다. 우리에게 월드컵이 정말 끝난 건가. 이렇게 끝났다는 게 허무하기만 하다. 8강행에는 실패했지만 한국 축구는 당초 목표대로 16강에는 진출했다. 마음이 벅차고 기쁘고, 즐거워야 하는데 지금 내 마음은 왜 이런지 모르겠다. 마음이 아프고 괴롭다. 어제 경기 후 내내 한잠도 이루지 못했다. ‘기회가 정말 많았는데, 경기를 정말 잘했는데’ 하는 생각들이 어지럽게 머릿속을 맴돈다. 내심, 새 역사를 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많이 했다.

경기를 정말 잘한 까닭에 아쉬움이 더 짙다. 박주영 선수의 기둥을 맞힌 프리킥에 안타까워 나도 모르게 털썩 주저앉았다. 절대적인 기회에서 찬 이동국 선수의 슛은 안타깝게 골키퍼 정면으로 흘러가고 말았다. 심판도 야속하기만 했다. 페널티박스 안에서의 득점 찬스에서 기성용 선수는 상대 수비 선수한테 발목을 밟혔지만 경기가 그대로 진행됐다. 눈물이 났다. 상대 선수가 이청용 선수를 거칠게 수비했지만, 호루라기 한 번 불지 않았다. 축구를 그다지 잘 알지 못하는 내가 봐도 경기는 우리가 지배했는데. ‘투혼’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가운데서도 선수들은 이를 악 물고 뛰었는데. 마지막 수아레스 선수의 골이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1-1 무승부 후 승부차기까지 가지 않을까, 승부차기까지 가면 왠지 우리가 유리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후반 종료 후 인저리타임 3분이 주어졌을 때도 우리 선수들이 동점 골을 넣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경기가 끝나고 한동안 실감이 나지 않아 멍하기만 했다. 조금 후 선수들의 울먹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가슴이 미어졌다. 그리고 남편(허정무 감독)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인터뷰하는 걸 지켜봤다.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내 눈에서도 쉴 새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지난달 22일 남편이 월드컵 원정길에 오른 뒤 내 마음은 단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그리스전 이후 딱 이틀 정도가 그나마 가장 기쁜 날이었다고 할까. 선수 가족들의 마음도 나와 같을 거다. 한 달 넘게 마음을 졸이다 이제는 허탈감이 밀려올 시기다. 국민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밤잠을 설쳐가며 열심히 응원했는데, 결과는 어쨌든 패배였으니 얼마나 실망이 크실까. 그래도 대표팀에는 비난 대신 박수를 보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간곡하다. 지금 이 아픈 마음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또 언젠가 다시 열릴 한국 월드컵 신화의 밑거름이 될 거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7월 12일까지 월드컵은 계속된다. 대표팀은 더 이상 주인공이 아니지만, 그래도 축구 팬 여러분들이 마지막 남은 축제를 즐기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29일 대표팀이 들어온다고 한다. 나는 쌍둥이 손자들을 데리고 공항에 마중 나갈 예정이다. 그간 고생했을 남편에게 수고했다고 말한 뒤 정말 맛있는 김치찌개를 끓여주고 싶다.

정말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에게도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한 번도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한 채 벤치에서 동료들을 응원해준 태극전사 여러분께도 미안하고 또 고마운 마음이다. 빗속에서 수중 응원을 펼쳐주신 국민 여러분께도 고개 숙여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한다.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지 못한 데 대해 정말 죄송하고, 또 죄송한 마음뿐이다.

글 솜씨 없는 나의 응원일기를 열심히 읽어주신 중앙일보 독자들께도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언젠가 새로운 모습으로 꼭 보답할 길을 찾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정리=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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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허정무
(許丁茂)
[現] 대한민국축구국가대표팀 감독
1955년
최미나
(崔美那)
[現] 윌러스 대표
195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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