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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애플이 제조업체? 신유통기업!

애플의 주식 시가총액이 세계 최대 유통기업인 월마트를 앞지르더니 마침내 정보기술(IT)업계의 지존인 마이크로소프트(MS)마저 제쳤다. 미 증시에서 애플의 시가총액은 석유회사인 엑손 모빌에 이어 2위로 확고하게 올라섰다. 애플의 기업가치 상승 속도를 보면 눈이 부시다.



나는 애플의 시가총액이 월마트와 MS를 앞지르던 날 스티브 잡스가 무슨 말을 했을까 상상해 봤다. 잡스는 MS보다는 월마트를 추월했을 때 더 큰 감회에 젖었을 법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을 것 같다.



“우린 IT기업이 아니라 사람들의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거래하는 신유통기업입니다. 그래서 유통업의 상징인 월마트를 앞선 게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애플이 월마트의 시가총액을 넘어선 것은 투자자들이 구유통업보다 신유통업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한 결과다. 애플이 만든 아이폰의 본질은 단순한 휴대전화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거래되는 유통망이다.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뭉쳐진 응용프로그램이 아이폰을 통해 전 세계에서 거래되고 이용자들은 이를 내려받아 과거엔 상상치 못했던 즐거움을 만끽한다.



신유통업은 전통 유통업과 여러모로 다르다. 기존 유통업은 자기 돈으로 점포망을 만들어야 하지만 애플의 유통업은 자기 돈을 쓰지 않는다. 거꾸로 돈을 받고 점포(=아이폰)를 확장한다. 게다가 이마저도 통신업체들이 대행해 주니 봉이 김선달도 혀를 찰 정도가 아닌가. 기존 유통업은 공간적 제약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갖지만 애플의 신유통망은 그런 제약이 애초부터 없다. 프로그램 개발자들은 아이폰의 ‘앱스토어(App Store)’를 통해 지구촌 구석구석의 사람들에게 실시간으로 제품을 팔 수 있다.



MS가 지난 10년간 인수합병한 기업 수는 애플의 10배에 달하고 연구개발(R&D)에 투자한 금액은 애플의 9배나 된다. 그럼에도 애플의 시장가치가 MS의 그것을 넘어선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질문에 잡스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우린 상상력과 아이디어의 가치를 혼자 만들지 않지…”라고.



애플은 전 세계 도처에 있는 외부 개발자들이 아이폰을 장식하는 수많은 응용프로그램을 만들도록 아웃소싱화했다. 또한 외부 개발자들이 만든 제품을 아이폰 전용시장에 유통시켜 개발자와 수익을 나눠 갖는 상생(相生)의 개방형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아이폰의 핵심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 파워에 있다.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은 기발한 즐거움을 줄 뿐만 아니라 우리네 일상생활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이처럼 애플은 제3자의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빌리고, 뭉치고, 자극하는 ‘아웃소싱화’ ‘네트워크화’ ‘소프트화’라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구성해 엄청난 기업가치를 창출한 것이다.



애플은 더 이상 IT 제조업체가 아니다.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글로벌 장터를 질주하는 유통업체다. 이러한 신비즈니스 모델의 부상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의미를 던져준다. 증권 투자자들은 상상력과 아이디어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기업가들도 여기에 기반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국가 지도자들 역시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자극할 교육·경제 환경을 만드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강방천(50) 회장은 한국외국어대 경영정보학과를 나와 증권사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2004년 에셋플러스투자자문을 창업해 2008년 이를 자산운용사로 전환했다. 기업의 내재 가치를 꿰뚫는 가치투자로 고수익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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