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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 빠질 때 덜 빠지고 오를 때 더 올랐다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승률은 높고 출렁임은 덜했다. 최근 1년간 한국 주식시장이 이랬다. 하나대투증권과 글로벌 금융정보 업체인 톰슨로이터가 주요국 증시의 최근 주가 흐름을 분석한 결과다. 간단히 요약하면 ‘빠질 때는 남들보다 덜 빠지고 오를 때는 좀 더 올랐다’이다. 우량주의 조건이다. 적어도 최근 1년간은 한국 주식시장이 세계 최고 우량주였던 셈이다.

톰슨로이터와 하나대투증권은 23일을 기준으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각국 지수의 최근 1개월·3개월·1년 등락률을 살폈다. 한국은 1개월 등락률이 7.8%, 3개월은 2.8%, 1년은 31.4%였다. 잘나간다던 중국·브라질·인도의 성적도 한국만 못했다. 이들 국가 주식시장의 1년 상승률은 30% 미만이었다. 특히 3개월 등락률은 인도(1.2%)를 제외한 두 나라에선 마이너스였다.

한국보다 양호한 나라는 인도네시아뿐이었다. 인도네시아는 1개월이 11.8%, 3개월 4.8%, 1년은 51.7%였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금융위기의 파도 속에서도 경제가 4.6% 성장했으며, 무디스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국가 신용등급을 올리기도 했다.

최근 1년간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한국이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변동성 지표인 ‘베타(β)’는 세계 평균을 1로 놓았을 때 한국이 0.63이었다. 한국보다 안정적이었던 나라는 대만(0.51)뿐이었다. 하지만 대만의 1년 상승률은 19.3%로, 한국에 12.2%포인트나 뒤졌다.

선진국인 미국(1.08)·일본(0.69)·영국(0.93)도 한국보다 출렁임이 심했다. 지난해 11월 두바이 사태부터 올해 중국의 긴축, 미국 금융규제안 추진, 남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한국 증시가 널뛰기를 했지만 ‘내가 탄 배’여서 심하다고 느꼈을 뿐 남들은 더 격렬하게 요동쳤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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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더멘털의 효과=하나대투증권 최지은 연구원은 한국의 주가 흐름이 좋았던 이유를 “경제 회복이 빨랐고, 기업 이익도 쑥쑥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식시장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좋았다는 소리다. MSCI한국지수 편입 기업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증가율(전년 대비)은 57.1%로 세계 최고였다. 또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1분기 유가증권 시장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8% 증가했다. 2분기 영업이익도 6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증권사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펀더멘털은 탄탄한데 주가는 싸다. 17일 주가를 기준으로 계산한 한국의 올해 주가수익비율(PER)은 9.2다. 세계 평균(13.1)이나 신흥시장 평균(11.6)에 비해 한참 아래다.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러시아(6.5)뿐이다.

상장사의 가파른 이익 증가와 과도한 저평가가 겹쳐 최근 변동성이 심한 장세 속에서도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을 덜 팔고 더 샀다. 올 들어 24일까지 외국인들의 한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61억3500만 달러. 아시아 주요국 중 인도(88억3300만 달러)에 이어 2위다. 여기에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만 3조4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연기금의 힘까지 가세하면서 한국 주식시장이 우량주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왕좌 유지할까=한국 주식시장은 당분간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 우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주식이 싸다는 점이 매력이다. 게다가 앞으로 원화 강세도 예상된다.

외국인도 한국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이는 최근 들어 외국인들이 코스피지수 선물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는 데서도 드러난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24일까지 코스피200지수 선물을 1만9370계약 순매수했다. 올해 들어 월별로는 최대 규모다. 코스피지수가 1700을 넘은 16일부터만 8652계약 매수 우위를 보였다. 앞으로 지수가 더 오를 것이라고 생각할 때 나타나는 매매 패턴이다.

그러나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사정이 낫다는 것이지, 지수가 강하게 튀어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많다. 펀드 환매 때문이다. 지수가 많이 오르지는 않더라도 곧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을 맞아 실적에 따른 주가 차별화 현상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은 2분기 실적이 많이 좋아질 업종으로 자동차·반도체·디스플레이·운송 등을 꼽고 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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