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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특목고 입시지형도 ⑥ 기업참여로 변화하는 공교육 시스템





교육 소프트웨어·학교 시설…기업이 시스템선진화 이끈다

 기업이 학교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효율성을 지향하는 기업의 경영 방식이 교육에 적용되면서 변화에 무딘 학교 현장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지원을 받는 학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특목고 입시 판도까지 바뀔 정도다. 기업의 지원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특목고들의 변신 모습을 살펴봤다.



기업이 고교 입시판세를 바꿔



 지난해 말 서울지역 고교 입시에선 두 학교의 경쟁에 관심이 쏠렸다. 서울지역 상위권 수험생을 두고 하나고와 민족사관고가 유치경쟁을 벌인 것이다. 하나금융그룹이 설립한 하나고는 서울지역의 유일한 자립형사립고로 첫 문을 연 반면, 강원도에 위치한 민족사관고는 우리나라 최고의 자립형사립고로 이미 자리매김을 한 상태였다. 결과는 예상 외였다. 예년 같으면 민족사관고로 당연히 지원했을 최상위권 학생들이 대열에서 이탈해 하나고로 마음을 바꾸는 현상이 벌어졌다. 당시 민족사관고는 ‘집중상담’이란 이름의 전형 전 모의평가로 합격 가능성을 알려줘 ‘편법전형’이라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지역 제한제와 복수지원 금지가 첫 시행된 입시에서우수학생을 선점하기 위한 방편이었지만, 하나고의 돌풍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하나고의 강세는 앞으로 더 확산될 것으로전망된다. 많은 학부모들이 하나금융그룹의 든든한 재정지원이 자녀의 학업성취에 큰 힘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특목고 입시 강사는 “민족사관고가 기숙사 증축 지연 등 학교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런 모습이 수험생 학부모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로 비쳐졌다”고 말했다.



 경기지역 외고입시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 경쟁학교는 경기외고와 용인외고. 고교 입시에서 경기외고는 용인외고보다 한 수 아래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교육기업 대교가 2008년 경기외고(당시 명지외고)를 인수하면서 경기지역 최상위권 수험생을 양분하는 경쟁자로 떠올랐다. 특히 민족사관고와 용인외고에서 교감을 지낸 박하식 교장을 스카우트하고, 교육시스템을 선진화하면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이 모두가 바로 기업의 영향력이었다.



학교운영 참여로 효율성 높여줘



 기업의 학교운영 참여는 학교 시설의 현대화 뿐만 아니라 교육 소프트웨어의 선진화도 주도했다. 기업 경영방식이 학교 운영에 접목되면서 효율성을 높여준 것이다. 이는 교사의 지도능력과 수업의 질을 높여 학업향상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서울 보인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보인고는 2005년 인조모피를 생산하는 인성하이텍이 인수한 뒤부터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2007년 상업고에서 인문계고로 전환했으며, 내년엔 자율형사립고로 바뀐다. 재단의 재정지원 없인 꿈꾸기 어려운 변신이다.



 삼성그룹이 설립한 중동고, 태광산업이 만든 서울 세화고, 현대그룹이 세운 서울 현대고도 모두 내년에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한다. 이 중 중동고의 발전이 가장 눈에 띈다. 중동고는 자율형사립고 선정 심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1995년 중동고를 인수한 삼성은 지난 15년 동안 720억원에 달하는 재정지원을 했다. 2007년엔 200억원을 들여 빔 프로젝트, 유·무선랜, 전자칠판 등 첨단장비로 교실을 꾸몄다. 법정부담금 외에도 해마다 20억원을 따로 지원한다.



 삼성은 그룹 내에 중동고 지원 전담팀을 조직해 교수학습에도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삼성의 전문연구원이 산학겸임교사로 참여해 문·이과 통합교육, 과학·경제·경영 영재아카데미 운영 등을 시도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교원 평가, 유럽선진학교 탐방, 행정전담직원 지원 등 교사의 능력향상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서울 세화고는 교사에게 급여 외에 연구비를 별도 지원, 수업 품질 향상을 꾀하고있다. 수업만족도 조사, 일대일 맞춤 지도 등으로 학업능력을 높인다. 재단이 확보한 200억원의 자금이 탄탄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롯데관광이 이끄는 미림여자정보고는 지난해 마이스터고로 선정되면서 한 단계 도약했다. 재단과 학교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문화관광부의 관광지 웹 콘텐트 제작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론에 그치던 수업을 실무로 연계시킨 것이다. 기숙사 증축, 디지털 스튜디오 신설 등 하드웨어 구축은 기본이다.



 경기외고도 기업경영방식을 도입해 시스템 선진화를 추구하고 있다. 각 부서당 행정교사 1명씩을 배치해 교사의 행정업무 부담을 해소했다. 수업 50분의 70% 이상을 반드시 학생의 발표·토론으로 진행하도록 바꿨으며, 각 외국어별 전통축제를 열어 문화체험 수업을 유도한다.



 경기외고 이기찬 교사는 “행정업무 부담이 줄어 수업준비와 학생지도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학생들의 학업성취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화고 김재윤 교사는 “기업의 지원은 학교 경영은 물론 교사들의 경쟁력도 높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이끄는 교육이 본격화되는 훗날엔 명문고의 판세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설명] 경기외고는 드라마·발표·토론·독서·문화체험행사 등 다양한 외국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영어일본어중국어 카페를 개설했다. 사진은 영어 카페.



<박정식·송보명·정현진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 사진=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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