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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부활 꿈꾸는 시트콤: 웃음의 드라마 10년 '순풍'은 다시 분다

'뉴논스톱'·'연인들'(MBC), '동물원 사람들'(KBS), '대박가족'·'레츠고'·'여고시절'(SBS)…. 요즘 '시트콤'이라는 명패를 달고 방송되는 프로그램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시청률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과거 '순풍산부인과'가 동시간대 9시 뉴스를 제치고 3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풍 신드롬'을 일으킨 것과는 대조적이다.방송계 일각에서는 시트콤의 전성기가 끝났다는 성급한 결론까지 나오고 있다. 무엇이 시트콤을 침체 일로로 내몰았을까.가장 큰 문제는 소재 고갈이다. "해볼 것은 다 해봤다는 분위기예요. 뭔가 새로운 형식과 내용이 더 나올 게 없으니 억지를 웃음으로 가린 변종(變種)들만 나오고 있는 겁니다." 시트콤 PD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시트콤 제작의 딜레마=시트콤의 매력은 적은 제작비로 드라마 이상의 광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경제성'에 있다. 시트콤을 발전 가능성이 큰 장르로 꼽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야기가 세트 등 한정된 공간에서 이뤄져 편당 제작비가 1천5백만원을 넘지 않는다. 드라마 '여인천하'(1억5천만원)의 10분의1 수준이다. 게다가 드라마처럼 이야기의 연속성이 없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하면 몇개월 안에 쉽게 문을 닫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시트콤은 정작 연출자·작가·연기자에겐 매력이 없는 장르다. 웃음을 수준 낮은 것으로 생각하는 한국적 풍토에서 코미디와 함께 '주변 장르'로 치부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복잡하고 빠듯한 제작 과정이 시트콤을 기피하는 이유다. 일일극일 경우 일주일에 다섯편, 10개의 아이템을 만들어 내기 위해 작가와 PD는 밤을 새기 일쑤다. 철저히 계산된 연기를 소화해낼 연기자가 절실하지만 대부분이 코믹한 이미지가 굳어질까봐 출연을 꺼린다. 1년 가까이 방송되는 시트콤에 쏟는 노력과 시간을 드라마나 영화에 돌린다면 더 많은 돈과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토종 시트콤을 만든 사람들=1992년 SBS 주병대 PD는 미국 체류 중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시트콤'에 주목했다. 드라마 구조에 코믹한 요소를 넣어 매회마다 초단타 웃음을 전달하는 시트콤은 후발주자인 SBS의 차별화 전략과 맞아 떨어졌다. '시트콤'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도입한 '오박사네 사람들'은 무대 세트 앞에 방청객석을 마련하는 등 미국식 시트콤에 충실했다. 그러나 코미디 무대에 익숙한 방청객에게 밋밋한 시트콤은 그리 자극적이지 못했다. 결국 방청객석은 '오박사' 이후 모든 시트콤에서 사라졌다. 미국적 시트콤 형식과의 결별이었다.

'LA 아리랑'등 코미디의 기승전결식 이야기 구조에 머물렀던 시트콤이 한층 진화한 단계가 바로 '순풍 산부인과'다. 철없는 장모, 방귀뀌는 사위, 의뭉스런 손녀딸 등 인물 자체의 특이한 캐릭터와 그들간의 긴밀한 관계, 톡톡 튀는 대화가 극의 중심축이 됐다. 'LA 아리랑' 조연출을 맡았던 김병욱 PD는 "'LA 아리랑'까지만 해도 '웃으면 복이 와요'처럼 드라마보다는 코미디적 요소가 강했다"며 "'순풍'에 이르러서야 드라마도 코미디도 아닌 제3의 장르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후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대박가족'이 가족 시트콤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한발 늦게 시트콤에 뛰어든 MBC는 송창의 PD를 주축으로 틈새 시장을 공략했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연출자였던 송PD는 당시 '케빈은 12살'이라는 미국의 드라마를 보며 탄탄한 대본·등장인물의 개성있는 캐릭터, 깔끔한 마무리 등 격있는 웃음을 줄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일밤'의 'TV 인생극장'이라는 코너를 통해 시트콤의 감을 익힌 그는 곧 청춘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 성인시트콤 '세친구''연인들'을 연달아 히트시켰다.

반면 KBS는 '멋진 친구들''쌍둥이네'등으로 청춘·가족 시트콤에 도전했지만 타 방송사의 강세에 밀려 제자리를 잡지 못했다.

시트콤은 매우 과학적이고 논리적이다. 연기자의 애드리브 없이 철저히 계산된 대본 자체로 웃음을 주어야 한다. 그만큼 대본 작업이 고되고 힘들다. 한국에서는 이른 시간 안에 양질의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기 위해 집단 창작제가 자연스레 정착했다. 한 프로그램에 다섯명에서 십수명까지 작가가 투입됐다. 오수연·김의찬·정진영 등 SBS 코미디 작가 공채 출신들을 중심으로 전문 시트콤 작가 1세대가 형성됐다. 그러나 시트콤 작가를 훈련시킬 체계적인 과정이 없는 현실에서 이들을 이을 만한 2세대의 등장은 아직 요원하다.

◇시트콤이 낳은 스타들=박영규·오지명·이의정·박상면·송승헌…. 모두 TV 시트콤에서인기를 얻은 배우들이다. 특히 오지명은 '오박사네 사람들''오경장''순풍'등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했고 '쌍둥이네'의 제작자로 나설 정도로 애정을 쏟았다. 잘생긴 중년남성의 이미지를 쌓아왔던 박영규는 '순풍'에서 철없고 원초적인 아저씨로 변신해 웃음 폭탄을 던졌다. 초반 고전을 면치 못하던 '남자셋 여자셋'도 번개머리 이의정이 투입되면서 극에 탄력을 받았다.

그러나 시트콤은 기본적으로 모든 출연자가 주인공이다. 각자 다른 에피소드를 통해 주인공이 되는 시트콤의 특성상 프로그램의 인기도에 따라 '공생공멸(共生共滅)'하는 운명이 됐다.

한국에 시트콤이 들어온 지 이제 10년. 드라마·쇼·오락 등 전통적인 장르에 비해 출발이 늦은 만큼 시행착오가 여전하다. 조이TV 송창의 PD는 "시트콤은 코미디·드라마에 비해 늦게 시작한 장르인 만큼 아직 시작 단계로 봐야 한다. 다들 배우는 입장인 만큼 앞으로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트콤이 부활하기 위해서는 시트콤에 대한 인식전환과 시트콤 전문 스튜디오 설립 등 투자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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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