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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요트는 화려했다, 요트룩은 소박했다

월드컵이 전 세계를 달군 12일. 축구보다 요트로 들썩댄 곳이 있었다. 이탈리아 지중해에서 둘째로 큰 섬 사르데냐에 있는 항구 도시, 포르토 체르보다. 전 세계 요트 애호가들에겐 카프리만큼 유명한 곳이다. 이날 이곳의 뉴마리나에선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로로피아나가 주최하는 ‘수퍼요트 레가타’ 대회가 열렸다. 2009년 시작된 이 대회는 ‘수퍼 요트’라는 가로 24m 이상의 세일링 요트의 향연이다. 참가 요트는 모두 28척. 프로선수들뿐 아니라 세일링이 취미인 VIP 등 500여 명이 모두 대회에 참가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그들에게서 요트 경륜만큼 클래식한 ‘요트룩’을 엿봤다.

포르토 체르보=이도은 기자 사진=로로피아나 제공

격식 갖춘 피케셔츠가 기본

지중해 파도를 헤치고 대회에 나선 로로피아나 요트팀. 아래위를 모두 흰색으로 통일시켜 푸른 바다와 대조를 이룬다.

피케셔츠·반바지·야구모자로 클래식한 멋을 낸 스코피오네팀.
요트 패션은 호화로울 것 같지만 정작 요팅에 나서는 사람의 패션은 소박하고 단순했다. ‘피케셔츠·반바지·야구모자’의 3종 세트가 큰 틀이다. 로로피아나 PR팀의 마르타는 “요트룩에서 세일링룩은 크루즈룩과 엄연히 다르다”며 “세일링룩은 스포츠웨어의 실용성뿐 아니라 격식을 보여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서 피케셔츠는 캐주얼하지만 막 입었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아이템. 폴로·테니스에서 피케셔츠가 애용되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격식’을 갖추자니 반바지 길이가 무릎선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 반바지에 벨트를 매는 것도 공통된 옷차림이었다. 가장 중요한 옷차림 비법은 탄탄한 근육이 적당히 드러나도록 아래위 옷을 붙게 입은 것이다. 피케셔츠는 어깨뼈가 돌출된 부분에 어깨 재봉 선이 딱 맞도록 입는 식이었다.

바다와 어울리는 흰색이 최고

고무줄 바지 대신 벨트를 매는 것도 요트룩만의 특징.
압도적으로 흰색이 많았다. 상·하의 중 한쪽에 흰색을 고른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전체를 흰색으로 입은 팀도 있었다. 첫 느낌은 밋밋했는데 바다에 나가 보니 이유를 알았다. 푸르디 푸른 파도 위에서, 눈부시게 청명한 하늘 아래서 가장 빛나는 색은 바로 흰색이었다. 요트까지 흰색일 땐 통일감을 주기에도 최고의 선택이었다. 검은색 선글라스와도 대조가 확실했다. 흰색이 아닌 경우에도 감색·빨강·연두 정도로 색깔이 제한적이었다. 매직카펫 2팀(프랑스)으로 출전한 알란 하퍼는 “요트복을 고를 땐 바다와 가장 잘 어울리는 색, 자연을 닮은 색이 최고”라며 “일반 피케셔츠를 입을 땐 형광색이나 파스텔을 고르지만 요트복으로는 입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븐팀(이탈리아)의 경우엔 빨간 돛 색깔에 맞춰 셔츠를 빨간색으로 맞추는 센스를 보여 줬다. 마린룩 하면 떠오르는 줄무늬를 진짜 요트룩에선 볼 수 없었다.

포인트는 방풍 점퍼로

빨간색 방풍 조끼로 포인트를 준 가네샤팀.
이날 한낮 기온이 26도까지 올랐지만 바닷바람은 제법 매서웠다. 크루즈를 타고 실내에 있어도 긴 팔이 필요했다. 하물며 세일링 요트에선 바람뿐 아니라 튀는 바닷물을 감당하기가 만만치 않겠다 싶었다. 예상대로 셔츠 위에 점퍼나 조끼를 덧입은 선수들이 제법 됐다. 방풍·방수가 되는 기능성 옷들이다. 배 앞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장하는 바우맨(bowman), 바람의 속도와 방향에 따라 돛을 바꾸는 트리머(trimmer), 이들을 총지휘하는 스키퍼(skipper)들이 주로 입었다.

실용적인 이 옷들이 바로 요트룩의 포인트가 됐다. 선수복과 달리 빨강·주황·노랑 등 튀는 색이 많아 스타일링에 요긴했다. 특히 로로피아나팀의 조끼 점퍼는 스포츠웨어 같지 않았다. 양모·실크·캐시미어 등으로 만들어 소재가 고급스럽기도 했지만 ‘아저씨 패션’답지 않게 라인은 슬림했다. 반짝거리는 겉감 덕에 은근히 트렌디해 보였다. 원포인트 전략이 요트 패션에서도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일부 선수가 운동화 대신 신은 ‘보트 슈즈’도 요트룩의 액세서리가 됐다. 원래는 미끄러운 갑판에서도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신는 것. 하지만 다른 대안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요트룩에 가장 잘 어울리는 캐주얼 신발이었다. 끈 없이 발등이 훤히 드러나 편안하면서도 시원해 보였다. 감색·주황·베이지까지 일반 운동화·구두보다 색깔도 다양했다.



“나이 든 고객이 젊게 보이는 옷 만들고 싶다
한국시장 커가니 제주서도 요트 대회를”

이탈리아 브랜드 로로피아나, 피에르 루이지 회장


요트대회를 주최한 로로피아나는 고급 원단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브랜드다. 베이비캐시미어·비쿠냐 등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원단을 생산지와 독점 계약해 판다. 창업 당시는 원단 공급업체였지만 20년 전 토털룩 패션브랜드로 영역을 넓혔다. 6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전형적인 이탈리아 직물기업이다. 지금은 두 형제가 3년마다 번갈아 회장직을 맡는다. 현 CEO는 형인 세르지오 로로피아나(62). 하지만 이번 요트 대회에선 동생인 피에르 루이지(59·사진) 회장이 더 주목 받았다. 자신의 요트 ‘마이송’을 타고 선수로 직접 참가해서다. 요트 경력 38년차의 엄연한 베테랑급이다. 그는 ‘바다가 얼마나 멋진 곳인지 느껴 보라’는 아버지 프랑코 로로피아나와 함께 요트를 타면서 그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포르토 체르보에서 요트학교에 다녔고, 지금도 시간 날 때마다 가족·친구들과 요트를 즐긴다. 그는 “요트에서 선장은 CEO와 같다”고 말했다. 바다 상황에 따라 선원들에게 올바른 지시를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또 명품 브랜드가 요트대회를 여는 것엔 일종의 고객 관리라고 설명했다. 주요 고객들을 스포츠 행사를 통해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고객의 자녀들까지 미래의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한국 시장이 커 가는 만큼 언젠가는 제주도에서 요트대회를 열겠다는 얘기도 했다.

-명품업체라서 ‘럭셔리’한 요트를 통해 마케팅을 하는 것인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유럽에서는 요트가 럭셔리 스포츠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저렴한 요트부터 놀랄 만한 가격의 요트가 있다. 어쨌든 우리 고객은 이미 오래전부터 요트를 즐기는 이들이다. 우아하면서도 자연친화적인 요트는 브랜드 철학과 잘 맞는다. 또 세대에 걸쳐 물려받을 수 있는 레저라는 것도 명품의 철학과 비슷하다.”

-이런 대회를 여는 게 홍보에 효과가 있나.

“우리의 고객은 한정적이다. 그렇다고 대규모로 광고를 했다간 고객을 ‘선택’할 기회가 사라진다. 우리 옷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줄 사람에게만 팔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니 차라리 소수의 고객을 행사에 초대하는 게 낫다. 어차피 그들이 가족들과 함께 대회를 즐기다 보면 손자·손녀들도 미래 고객이 될 수 있다.”

-상류층끼리 교류하는 장을 만들어 주며 고객을 관리한다는 뜻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참가자들은 그냥 즐기면 된다. 그저 순수하게 노는 오락 행사다. 보통 한 요트에 10~15명이 탄다. 의사·변호사·기업가 등 직업도 다양하지만 어느 누구도 하는 일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 여기선 요트 얘기만 하게 된다. 요트 안에선 모두가 평등하다.”

-참가자 중엔 젊은이들도 많던데.

“고객이라기보단 요트가 좋아 온 청년들이 꽤 된다. 하지만 이들과 만나는 게 내 입장에선 크게 도움이 된다. 상류사회보다 일반인에게서 더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들에겐 완전한 명품이 무엇인지 이해시키는 기회도 된다. 어쩌면 미래의 고객이다.”

-완전한 명품이란 무엇인가.

“제품이 지닌 정직성을 고객에게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돈을 벌어야 하는 입장에선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요트와 경영의 공통점은.

“팀워크다. 왼쪽에서 바람을 보고 밧줄을 풀면 오른쪽에선 반대로 조여야 균형을 잡는다. 그러려면 선장은 선원들과 제대로 소통할 줄도 알아야 한다. ”

-다른 명품 브랜드들은 젊은 층을 잡으려 안간힘을 쓴다.

“우리는 차라리 나이 든 고객들이 젊게 보이는 옷을 만들고 싶다. 요즘은 너무 빨리 바뀌고 금세 질리는 옷만 추구한다. 하지만 우리는 패션이 아닌 지속 가능한 스타일을 보여 주고 싶다. 그래야 고객이 옷의 질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사실 젊을 때는 힘든 일이다. 질로 승부하는 명품은 적어도 35세는 넘어야 그 가치를 알아볼 수 있다.”



요트룩·크루즈룩·마린룩 … 이름 따라 달라요, 바다를 입는 법

‘요트룩’이라고 스포츠웨어만 말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모터로 움직이는 크루즈 요트에선 다양한 패션의 변주가 일어난다. 마치 영화 주인공이 된 듯 우아하고 세련된 멋을 즐길 수 있다. 단 세일링 때처럼 ‘요트룩의 전통’은 지킬 것. 컬러는 흰색이 기본이 되고, 포인트는 과거 돛 색깔의 대부분을 차지한 감색과 빨강을 택하면 된다. 또 옷의 소재는 가능한 한 고급스러워야 한다.

흰색 롱스커트+스트라이프 티셔츠가 기본

바람에 하늘거리는 스커트와 줄무늬 티셔츠는 크루즈 요트룩의 정석이다. [촬영 협조 파파야·오즈세컨·탑걸·헤드·마나스·아페쎄]
최혜련 패션스타일리스트는 “흰색 롱스커트와 스트라이프 긴팔 티셔츠의 조합이 최고의 크루즈 요트룩”이라고 꼽는다. 180도로 퍼지는 스커트는 바람에 따라 하늘하늘 날리면서 여성스러움을 강조하고, 스트라이프 무늬는 단조로움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젖어도 상관없으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려면 소재는 면에 레이온이 섞인 것을 고를 것. 여기에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밑창이 얇은 흰색 스니커즈까지 신으면 100점 만점 요트룩이 된다. 점프슈트도 트렌디한 요트룩 아이템이다. 흰색 점프슈트에 색깔이 강한 스카프로 머리를 감싸면 스포티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이럴 때 신발은 납작한 조리를 신는 게 어울린다. 남자라면 흰색 셔츠와 흰색 면 팬츠가 기본이다. 여기에 파란색 계열 벨트나 로퍼로 선명한 포인트를 줄 수 있다. 커플일 땐 남자가 파랑, 여자가 빨강 식으로 색의 대조를 이뤄도 좋다.

크루즈룩·마린룩과 뭐가 다를까

롱원피스로는 크루즈룩을, 미니스커트로는 마린룩이 연출된다. [촬영 협조 파파야·오즈세컨·탑걸·헤드·마나스·아페쎄]
흔히 요트룩을 크루즈룩·마린룩과 혼동하기 쉽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게 최씨의 설명이다. 크루즈룩이란 요트룩보다 넓은 범위. 요트 크루즈를 가장 많이 하는 여름~가을 사이에 입는 간절기 옷을 말한다. 바캉스룩뿐 아니라 도시에서 입을 법한 옷까지 포함되며, 디자이너 컬렉션의 한 파트로 취급될 만큼 범위가 넓다. 예를 들어 비키니 수영복 위에 프린트 원피스를 입으며, 겉에는 짧은 재킷을 걸쳐 격식 있는 차림을 만드는 식이다.

마린룩은 요트룩을 응용한 평상복으로, 훨씬 캐주얼하고 발랄하다. 스타일이 젊기 때문에 다양한 액세서리를 이용해 멋을 내기도 쉽다. 스트라이프 티셔츠에 재킷·미니스커트를 입는 게 대표적인 마린룩이다. 같은 스트라이프라도 요트룩보다 무늬가 잔잔한 것이 어울리며 신발도 납작한 것보다 굽 놉은 샌들이 잘 맞는다. 보통 캐주얼한 차림에 조개로 만든 팔찌나 돛이 그려진 천가방·스카프 등을 걸쳐도 마린룩이 연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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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