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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고아에서 백악관 고위직까지 … 실화로 한국 현대사 그려”

원로 언론인 김동익(77·사진)씨가 소설책을 펴냈다. ‘실명소설’이라는 어깨 제목을 붙인 장편 『태평양의 바람』(나남)이다. 소설은 6·25 전쟁고아로 서울역 앞에서 ‘쓰리꾼(소매치기)’으로 전락한 주인공 임성래(스티브 임)가 미 공군 장성의 가방을 훔친 게 인연이 돼 그의 양아들로 입양되면서 인생이 뒤바뀌는 내용이다.

양아버지의 이름을 따라 스티브 화이트로 개명한 주인공은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백악관 정보분석관으로 발탁되기에 이른다. 태어난 조국, 키워준 조국 모두에 봉사할 길을 찾던 스티브 임은 한국정부와 연이 닿아 박정희 대통령이 임기 말 추진한 핵개발 계획에도 관여한다. 소설은 짧고 명료한 문장으로 한국 현대사 격동기의 다채로운 풍경을 실감나게 전한다. 무엇보다 실존 인물의 실제 이야기라는 점에서 흥미를 더한다. 흡인력이 강렬하다.

22일 김씨는 “신문기자 되기 전 학창시절부터 죽기 전에 소설 한 권 써보고 싶었는데 몇 해 전 스티브 임이라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 살아온 얘기를 듣다 보니 소설로 한번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임씨의 일생이 단순한 개인의 일대기가 아니라 한국 현대사 자체라는 것이다.

김씨는 중앙일보 편집국장·대표이사를 거쳐 1990년대 초반 정무장관을 지냈다. 성균관대 교수 등을 거쳐 경기도 용인 송담대 총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7월 총장 퇴임 뒤 대외 활동을 접은 김씨는 곧바로 자료 조사에 착수했다. 임씨 주변 인물들을 대상으로 임씨가 들려준 이야기가 사실인지 확인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김씨는 “소설을 쓰다가 흥미로운 사실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옛소련 우크라이나의 핵심 인력을 인도를 거쳐 한국으로 데려와 핵무기를 개발하게 하려던 스티브 임의 계획을 박정희 대통령이 묵인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무엇보다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들이 어떤 환희와 고난을 거쳐 오늘의 이 나라를 만들었는지 젊은 사람들이 이해하는 데 내 소설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신문기자 생활을 오래 해선지 자꾸 팩트(사실)에 집착하게 돼 기자로서 소설 쓰기의 한계를 느꼈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김씨의 소설 쓰기는 계속될 것 같다.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 사회의 숨겨진 영웅을 발굴해 그들의 이야기를 소설 형식으로 써보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집필 의지를 다졌다. 스티브 임도 실은 그런 영웅 중의 하나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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