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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건에 김정일 직접 관여했다는 데 의문의 여지없다

만난 사람 = 김영희 대기자

미국 굴지의 한반도 전문가 로버트 스칼라피노(90) UC버클리 명예교수와 중앙일보 김영희 대기자가 22일 천안함 침몰 사건 등 한반도의 현안에 관한 대담을 가졌다. 스칼라피노 교수는 “김정일이 천안함 공격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게 북핵은 “한반도 문제를 넘어 이란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의 핵문제와 얽혀있는 국제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스칼라피노 교수는 그의 회고록 『신 동방견문록』의 한국판 출간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하러 한국에 왔다. 대담은 중앙일보 회장실에서 홍석현 회장과 함께 약 1시간동안 진행됐다.

로버트 스칼라피노(오른쪽) UC버클리 명예교수와 본사 김영희 대기자가 22일 천안함 사건 등 한반도 주변 현안을 놓고 대담하고 있다. [김태성 기자]
-천안함 사건으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천안함 공격은 누가 지시했을까요? 김정일?

“신중히 다뤄야 할 질문입니다. 단정하기 어렵지만 김정일이 침몰 결정 과정에 직접(intimately) 관여했다는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게 중요한 부분이죠.”

-천안함 공격이 김정일 모르게는 감행될 수 없었다는 말씀이군요.

“네. 확실합니다.”

-북한 군부는 김정일이 그들이 원하는 핵무기·미사일 개발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김정일에게 충성한다고 보십니까.

“김정일은 아마도 군 고위급의 주장을 받아들여 핵 개발에 착수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기의 현대화·고급화로 인해 무기 가격이 올랐다는 요소도 고려해야합니다. 무기가 비싸진 상황에서 핵은 김정일에게 있어 편리한 대체품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김정일에게 군의 단합은 중대한 문제란 겁니다. 김정일의 아들에겐 더더욱 그래요.”

-그렇다면 완전하고도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실현불가능한 목표입니까.

“핵폐기를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합니다. 북핵만이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핵무장을 묵인하면 우리가 어떻게 이란과 다른 나라의 핵문제를 다루겠습니까. 이건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고 세계적 문제입니다. 나는 핵보유국들이 모여 비핵화를 지켜내기 위한 국제적 합의와 국내 정책적 결정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봅니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북한의 비핵화는 필요하다는 지적이신데. 미국 정부의 속내를 드러내신 걸로 들립니다.

“미국 정부를 대변하는 말이 아니고 내 생각이 그렇다는 거죠.”

-6자회담이 핵 협상을 위한 효율적인 무대가 될 수 있을까요. 한국 정부는 ‘선 천안함, 후 6자회담’ 원칙을 주장합니다.

“앞으로 수주, 수개월 동안 바로 그 문제가 시험대에 오를 겁니다. 북한은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둔 상태지만 과연 북한이 비핵화나 천안함에 대한 보상 문제 등을 다루는데 있어서 합리적 방식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입니다. 따라서 6자회담이 영원한 합의를 이뤄낼지 예측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한국 정부는 남한의 보수세력으로부터 북한에 구체적인 응징을 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한국의 군사 공격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습니까.

“오바마 행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군사적 조치를 막을 거라 봅니다. 미국은 이미 아프가니스탄에서 댓가가 큰 전쟁을 치르고 있어요. 오바마 대통령은 또 북한 문제 해결에 있어 국제적 공조를 통해 북한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보고 있어요. 한국이나 6자회담 참가국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한국에겐 중국이 딜레마입니다. 중국이 북한을 막무가내로 비호해도 한국은 중국이 대국으로서 책임있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압박할 외교적 지렛대가 없어요. 한국 정부에 조언을 해주신다면.

"한국은 중국이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국제적·국내적 노력을 할 수 있게 끊임없이 요구해야 합니다. 동시에 한국은 모든 중국인이 북한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중국은 깊이 분열돼 있습니다. 중국 지도자들은 개인적으로는 북한의 행동과 정책을 용인하지 않습니다. 북한에 대해 연민을 거의 갖고 있지 않아요. 중국이 북한을 비판하고 압력을 가한 경우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 지도자들은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습니다. 북한이 붕괴할 경우 중국에 엄청난 수의 난민이 들이닥칠 것이고 한·미 군대가 북쪽 국경까지 진출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한·중 정부가 협력해 함께 북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개별적으로 또 공동으로 찾아야 합니다. 유엔 안보리 조치는 온건하고 제한적 수준에 그칠 겁니다. 강력한 대북제재에 중국은 반발할 겁니다. 북한에 강경 입장을 취하길 꺼려온 중국 때문에 상황이 더 복잡해졌습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경제적·전략적 지원을 하는 한, 국제 제재를 효과적으로 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릅니다. 한·미가 함께 협력해 군사적 행동을 제외한 다양한 종류의 압력을 북한에 가해야 한다는 데 대한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스칼라피노 교수께서는 회고록에서 북한을 ‘세습 왕국’이라 표현하셨습니다. 북한이 주민들의 눈을 가리기 위해 취해온 우민정책이 현대의 정보사회에서 효력을 잃을 날이 오지 않을까요?.

"그럴 수 있어요. 이미 북한 지도부는 그걸 염려하고 있는 걸로 압니다. 중국과의 국경을 통해 이미 밖의 진짜 세계에 대한 정보·지식이 쏟아져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외부 요인으로 인해 북한 정권이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칠 때가 올 겁니다. 그건 북한 정권의 붕괴 가능성을 알려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정리=전수진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로버트 스칼라피노=한반도·아시아 문제 전문 석학이다.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캘리포니아대 버클리교(UC버클리)에서 반세기 넘게 교수로 활동해왔다. 캘리포니아대 정치학과장 및 동아시아 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한국공산주의운동사』 『현대 일본 정당과 정치』 『중국의 사회주의 혁명』 등의 저술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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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