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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빙하기’뮤지컬 시장 … 아이돌 스타 작품은 빼고

‘금발이 너무해’로 뮤지컬 신고식을 치른 ‘소녀시대’의 제시카. 같이 출연한 김지우·이하늬 등에 비해 기량이 다소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흥행 면에선 가장 앞섰다. [PMC프로덕션 제공]
매튜 본의 댄스 뮤지컬 ‘백조의 호수’. 백조가 아닌 흑조가 등장하는 역발상과 탄탄한 근육질의 남성 무용수로 늘 화제를 모아온 뮤지컬이었다. “예술 작품만 하느라 1년 내내 손해 보는 LG아트센터를 먹여 살리는 작품”이란 말이 있곤 했다. 지금껏 2003년, 2005년, 2007년 세 차례 공연돼 모두 매진됐다. 올해엔 5월에 3주 가량 공연됐다. 결과는? 참혹했다. 유료 점유율 52%. 반토막이었다.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꼽히는 ‘미스 사이공’. 2006년 국내에서 초연돼 85%의 유료 점유율(서울)로 나름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다면 4년 만에 다시 올라간 올해의 성적은? 고작 55%에 머물고 있다. ‘오페라의 유령’ 역시 5월까진 선방했지만 월드컵이 시작된 6월부턴 티켓 판매가 떨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백조의 호수’ ‘미스 사이공’ ‘오페라의 유령’-. 올라갈 때마다 관객이 몰리는 흥행 보증 뮤지컬이다. 왜 올해만 유독 부진할까. 작품의 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과거에 비해 세 공연 모두 올해엔 완성도가 더욱 높아졌다”란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그렇다면 신종 플루 때문에? 아님 천암함이나 월드컵? 이유나 핑계를 대자면 끝이 없을 터다. 세계 최고의 뮤지컬이 줄줄이 고전하면서 2010년 상반기 뮤지컬 시장을 가리켜 ‘신(新) 빙하기 도래’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아이돌만 살아남는다=대작 뮤지컬의 부진과 전혀 상반되는 풍경은 아이돌 스타가 출연한 뮤지컬이다. 연초 뮤지컬계를 강타한 시아준수의 ‘모차르트!’를 필두로, ‘소녀시대’ 멤버인 제시카와 태연이 출연한 ‘금발이 너무해’와 ‘태양의 노래’는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샤이니’의 온유가 뮤지컬에 처음 출연한 ‘형제는 용감했다’ 역시 빈 좌석을 구하기 힘들었다.

아이돌 스타에 대한 쏠림 현상은 이들의 출연분 점유율을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아이돌 스타가 출연한 날의 유료 점유율은 모두 90% 넘긴 반면, 더블이나 트리플 캐스팅된 다른 배우가 출연한 날의 점유율은 60∼70%에 불과했다. (표 참조)

그렇다고 아이돌 스타가 다른 뮤지컬 전문 배우들에 비해 기량이 월등한 것도 아니다. “유명한 작품? 소용없다. 완성도? 필요 없다. 아이돌 스타만 나오면 흥행 가능하다”란 자조 섞인 토로가 점점 현실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팬들만 돈을 쓴다=다음주에 개막하는 뮤지컬 ‘코러스 라인’. 개막을 한달 가량 앞두고 아이돌 그룹 ‘애프터스쿨’의 정아와 ‘유키스’의 수현을 급하게 캐스팅했다. 제작자는 “스케줄 등을 고려해 포기하려 했지만 ‘아이돌 없으면 투자 안 하겠다’는 요구를 모른 체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왜 뮤지컬계가 이토록 급속히 연예계에 투항하는 걸까. 조용신 뮤지컬 평론가는 “2001년 이후 계속 들어온 해외 대작 뮤지컬에 대한 피로감이 있었다”라며 “미국에서도 1920년대말 북(book) 뮤지컬이 등장하기 전까지 보드빌 시대를 주름잡은 건 스타였다. 결국 관객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창작품이 나와야 스타에 대한 의존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성기완씨는 “한국 대중은 비용을 지불하고 문화 콘텐트을 이용하는 데 인색하다. 유일하게 기꺼이 돈을 쓰는 이들은 스타를 향한 팬들이다. ‘팬덤’ 중심의 관람문화가 뮤지컬이라고 예외가 아닌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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