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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의 세상 탐사] 엑스포 조선관

"남북한 체제경쟁의 승패 극명하게 엇갈리는 현장
'정대세 눈물' 의미 모르는 북한 한국 젊은이 감성만 움직였을 뿐

상하이 엑스포의 조선관은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여러 상념에 잠기게 했다.
“우리 축구 선수들 영웅적으로 잘했습네다.” 30대 후반의 여성 판매원이 미소로 답한다. 조선관 안에서 책자·우표·DVD·화보·한복을 파는 담당자 중 한 명이다. 나는 ‘조중 친선은 세기를 이어(朝中友誼世代相傳)’라는 제목의 화보집을 샀다. 책 판매대에서 가장 비싸다. 300위안(약 5만3000원)이다. 괜찮은 외화벌이 덕분인지 그 여성은 친절해진다. 그제야 옅은 노란색 한복이 환한 미소와 어울린다. “축구 좋아합네까.” 북한 축구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월드컵 이변의 상징이다.

상하이 엑스포에는 189개국이 참가했다. 북한이 나온 것은 엑스포 사상 처음이다. 그 조선관은 겉모습부터 단출하다. 외관은 ‘조선’이란 붉은색 글씨에다 북한 깃발 인공기로 장식했다. 20여m 줄을 따라 막힘 없이 들어간다. 관람객들은 기분 좋은 표정이다. 상하이 엑스포는 특별한 인내를 요구한다. 인기 많은 국가관 입장에 서너 시간이 걸린다. 중국·한국·일본·사우디관이 그렇다. 조선관은 줄 서지 않는 거의 유일한 전시관이다.

그 조선관에서 나는 이변을 기대했다. 관람객들을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랐다. 미지와 폐쇄, 돌출과 베일의 북한 이미지는 역설적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북한 축구처럼 볼거리 한 방을 기대했다.

조선관의 핵심은 주체사상탑 모형이다. 평양 시내를 담은 사진이 배경이다. 탑은 4.5m 높이로 축소했다. 대동강 다리 모형, 정자, 분수대 그리고 작은 고구려 고분 모형과 벽화가 선보였다. 그것으로 조선관 투어는 끝이다. 이변은 없었다. 관람객들은 금세 흥미를 잃는 눈치다. 사진 찍고, 엑스포 기념 여권에 도장 받고 서둘러 나간다.

천장 쪽에 ‘Paradise for People’(인민의 낙원)이라는 영어 글귀가 보인다. 전시관 컨셉트는 ‘강성대국의 번영하는 평양’이다. 5대의 TV모니터에서 그 주제를 뒷받침하는 생활상과 선전물을 비춘다. 하지만 관람객을 잡기엔 역부족이다. 상하이 엑스포는 첨단 디지털 기술의 경연장이다. 관람객들은 다른 국가관에서 화려한 3D 신기술 세례를 받았다. 그런 관람객의 눈에 아날로그 식의 허술하고 빈약한 전시물이 들어올 리 없다.

중국인 관람객 두 명이 나가면서 투덜댄다. 기념품을 사는 내 모습을 쳐다보던 20대 초반이다. “메이이스(沒意思:시시하다)”라고 말한다. 비웃음이 넘쳐난다. 같은 민족으로서 씁쓸하다. 출구 쪽에 투박한 선전 광고가 붙어 있다. “조선 료리의 진맛…상해 평양 고려관”이라고 한글과 중국어로 써있다. 아래쪽에 “아름다운 평양 처녀들의 공연이 있습니다”고 적혀있다.

밖에서 그 중국 젊은이들이 쉬고 있다. 말을 건넸다. “북한은 미사일도 쏘고 핵실험도 한 걸 아느냐”고 물었다. 그들은 피식 웃는다. 상하이 푸단(復旦)대에 다닌다고 한다. 하지만 곧 진지해졌다. “조선과 중국은 친하다. 이 때문에 공식적으로 물어보면 조선관에 대해 우호적으로 답변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참 따분하다(전우랴오:眞無聊).” 그 순간 강성대국의 이미지는 구겨져 버린다.

그날 저녁에 광고판의 고려관 식당에 갔다. 평양냉면을 시키면서 20대 초반 종업원에게 “정대세 선수를 아느냐”고 물었다. 제대로 모르는 눈치다. “정대세도 모르느냐”고 따지듯 하자 “축구는 연합해서 하는 것 아닙네까”라고 답한다. 정대세의 눈물을 북한 젊은이는 모른다. 한국 젊은이들의 감성만 사로잡았다. 지윤남과 정대세는 북한 체제의 이변이다. 가난과 억압의 체제 속에 이단이다.

6·25전쟁 60주년이다. 남북한은 폐허에서 새 출발했다. 그리고 누가 국민을 자유롭고 잘살게 할 것인가의 경쟁을 했다. 오래전에 승패가 났다. 한국이 완승했다. 그리고 엑스포에서 극명하게 갈려 있다. 중국인은 한국관을 보려고 평균 3시간 이상 줄을 선다. 조선관은 중국인들의 마음속에 비웃음의 대상이 되었다.

중앙일보 편집인 bg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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