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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진의 서핑 차이나] 중국 공산당, 직선제로 당내민주화 앞당긴다









프롤레타리아 독재 원칙에 의거해 철저한 임명제로 운영되던 중국 공산당이 변화하고 있다.
공동 추천, 직접 선거를 의미하는 ‘공추직선(公推直選)’ 방식을 통해서 기층 당조직의 간부들을 갈아치우고 있다. 이는 21세기 들어서 중국공산당이 당내 민주를 구현하는 새로운 방법이다. 10여 년전 쓰촨성 핑창(平昌)현서 처음 시작됐다.

◇민주의 중국식 진화=2007년 중국공산당은 17차 당대회에서 ‘공추직선’을 당의 민주정치 건설 노력의 방향으로 설정했다. 난징(南京)시만 살펴보면 이미 806개 촌당조직과 363개 도시지역 당조직에서 전면적으로 시행했다.
난징의 민주화 실험은 농촌이 아닌 대도시에서 이뤄졌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인구 758만 명의 대도시에서 민주화가 결실을 보고 있다는 것은 중국이 민주주의로 진화해 가고 있다는 이정표다. ‘중국신문주간’ 최신호는 커버스토리로 난징시의 공산당 지도부의 직접선거 과정을 심층 보도했다.
보통 중국은 새로운 정책을 도입할 때마다 전국적으로 도입하는 사례가 없다. 우선 특정 지점을 선정해 ‘점(點)’에서 먼저 시험한다. 그곳에서 성과를 거두면 점에서 선으로, 선에서 면으로 확대 적용한다. 난징의 실험은 직선제를 통한 당내민주화가 이미 점의 단계를 넘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화웨이(楊花偉) 중국공산당 난징시 조직부 연구실 주임은 최근 난징시가 관할하는 806개 농촌지역에서 '공추직선' 방식으로 새로운 촌지부의 당서기와 간부들을 교체했다고 밝혔다. 난징시 위화타이(雨花臺)구 조직부장 쑨차오후이(孫朝暉)는 4년 전 직선제 실험을 처음 시행했다. “당시 자료들을 정리하느라 매일같이 밤샘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그는 당시 하루가 멀다하고 관련 자료를 정리해 상부에 보고했다. “당시 상부의 뜻은 간단명료했습니다. (직선제 시행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문제와 부족한 점을 빠뜨리지 말고 기록하라는 것이었죠.” 이후 몇 년에 걸쳐 진행된 난징시 일대의 기층 당내 민주화 실험은 일단락된 상태다.

◇능력있는 자에게 권한을=올해 4월부터 난징시 강북의 2개 구, 강남의 9개 구에 속한 806개 마을의 중국공산당 당조직 영도와 조직위원들이 임기만료돼 교체됐다. “이번 교체는 매우 중요합니다. 민주·공개·경쟁·우수한 자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능력·소질·농민에 대한 서비스 정신이 우수한 촌서기들을 선출했습니다.” 난징시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 5월 19일 오전 8시반, 다촨(大泉)촌 당 촌지부 지도자와 조직위원회의 공개 추천대회가 정식으로 거행됐다. 200여명의 마을 공산당원과 촌민대표가 마음에 두고 있던 리위안룽(李元龍)을 대표로 선출하고 한 표를 행사했다. 지난 90년대 빈곤했던 다촨촌은 리위안룽의 노력으로 빠르게 낙후 지역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는 다촨촌에 남북으로 5㎞ 길이의 하수도를 건설하고 1600무 면적의 농지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공추직선'은 보통 아홉개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추대회다. 대회에서는 유세 연설외에도 촌민들이 후보자들에게 직접 현안을 질문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공추직선'은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공추대회와 한 표 행사를 통해 우수한 서기를 뽑아 마을을 한층 더 부유하게 하자는 것이다.
“21세기에 가장 귀중한 것은 바로 인재입니다”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난징시 조직부 관계자의 말이다. 선거대회에서는 비밀 기표소를 세워 당원들이 서로 눈치보지 않고 자신의 뜻에 따라 진정 능력있는 사람을 선출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45세 정도의 비교적 학력이 높고, 농촌 업무에 익숙하며, 군중 공작에 우수한 촌지부 서기들을 신속하게 뽑아냈다. “인재는 기층에서 단련하고, 간부는 일선에서 선발한다”는 원칙에 의거해 미래 지도자들을 배양·선발·단련·형성해 냈다.
난징시 전체적으로 보면, 이번 선거 과정에서 1만1267명이 등록해 1만570명이 자격 심사를 통과했다. 그 가운데 당조직이 천거한 비율이 19.1%, 당원군중이 연명해 천거한 자가 2854명으로 27%를 차지했다. 스스로 천거한 사람은 5697명으로 53.9%를 차지했다. 선거과정에서 8만여 당원과 270만 군중이 모두 직접 선거에 참가했다.

◇같은 사무실 선후배의 대결=지난 5월28일 딩창(丁墻)구에서 벌어진 선거에서는 왕둥(王東)과 왕시저우(王喜洲)가 맞붙었다. 민주적인 추천, 조직의 검증, 차액표결을 통과한 이 두 명의 후보자는 마지막 경선 무대에 함께 섰다. 이 두 명은 5년 동안 같은 사무실에서 선후배 사이로 일을 해왔다. 1980년 생인 왕둥은 사무실 부주임, 그보다 10살 많은 왕시저우는 사무실 주임이다. 이들이 당서기 직을 놓고 겨룬 딩창구는 2.17㎢ 면적으로, 2010년 세수는 7000만 위안(한화 123억원)다. 5월말 현재 이미 5089만위안(89억원)을 달성했다. 난징시 관할 지역 중에서 부유한 지역에 속한다. 127명의 당원이 그들의 유권자다. 그들의 선택이 마을의 미래를 결정했다.
최근 난징시 근교 농촌에서는 큰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난징시의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향촌의 옛 인간관계가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향촌 정치무대에서 활약하는 사람들은 본지 사람 뿐만 아니라 햑력이 높은 외지인, 나이 어린 80년대에 태어난 관리들이 뛰어난 능력을 배경으로 대두하고 있다.
왕시저우는 70년대생이다. 금테 안경을 썼고 사람들과 이야기할때 짓는 미소가 특기다. 그는 이곳의 노간부다. 1988년부터 마을 통계원으로 일을 시작해 10년 후 공청단 서기를 역임했다. 1997년 회계 역을 맡았고 99년 촌 부서기, 촌 주임으로 승진했다. 2002년에는 중앙당교에 들어가 대학 학력을 취득했다. 이 지역에서 줄곧 일을 해온 토종 간부인 셈이다.
딩창구는 이번 선거에서 경쟁률이 매우 높았다. 9명이 출마했다. 난징시 촌장 선거중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 가운데 7명이 기존 간부였다. 한차례 유세와 질의 응답이 끝나자 왕시저우, 왕둥과 전임 서기까지 3명이 남았다. 이후 차액표결이 이뤄졌다. 왕시저우와 왕둥이 남고, 전임 서기가 떨어졌다. 마지막 유세가 펼쳐졌다. 난징 방언으로 지역표심에 호소한 왕시저우가 127표 가운데 117표를 얻어 승리했다.
아깝게 탈락한 왕둥 역시 난징 사람으로 1980년 생이다. 하지만 그는 왕시저우와 달리 고향에서 근무 경력이 없었다. 그 밖에 전역군인, 전임 간부군들이 이번 난징시의 '공추직선'에 대거 출마한 것으로 밝혀졌다.

◇20대의 눈부신 활약=난징시 위화타이(雨花臺)구에 속한 25개 마을이 이번 '공추직선'을 통해 새롭게 지도부를 교체했다. 자격 심사를 통과한 447명가운데 최종적으로 148명이 새롭게 마을 당조직위원회에 선임됐다. 이들 가운데 1980년대 생인 빠링허우(80後)는 20명이다. 그가운데 푸커우(浦口)구, 융링(永寧)진 허우충(侯冲)촌의 류자오빈(劉兆斌)은 가장 쉽게 눈에 띄는 인물이다. 180㎝키의 산둥 출신인 그는 허하이(河海)대학을 졸업했다. 이번 선거의 후보가운데 학력은 가장 높았지만 나이는 가장 어렸다.
전국적으로 보면 2008년 대학생 촌관(村官) 1만7000명을 모집한 이래 현재 3만 여명의 갓 대학 졸업생들이 지방 간부로 일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 임기가 만료된 이들 대학생 촌관들의 인사 문제가 새롭게 대두돼고 있다. 2009년 12월 리위안차오(李源潮) 공산당 중앙조직부장은 중앙당교에서 발행하는 ‘학습시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생 촌관제도는 계속해서 시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기층 간부층에 젊은피 수혈을 계속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7800만 중국공산당원을 바꾸는 민주주의=2001년, 쓰촨성 야안(雅安)시 허장(合江)향에서 중국 공산당의 민주적 선거가 처음 치뤄졌다. 뿌리깊은 임명제가 처음으로 타파된 것이다. 10년 후 난징시가 중국에서 처음으로 기층 당조직의 ‘공추직선’을 통해 전체 당조직을 뒤엎는 실험에 성공했다. 중국신문주간의 이번 취재과정에서 중앙당교의 당내 민주건설과 관련된 교수들은 신중하게 “중국 공산당의 당내 민주선거는 지금 비록 초급단계에 불과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과정에 접어들었다”고 답변했다.
촌지부 서기의 직접 선거는 빠른 속도로 향진급으로 확대되고있다. 촌과 진의 당내 민주화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촌지부의 서기가 모두 '공추직선'되면 자연히 향진 당위원회에서 개혁을 진행하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향진 당위원회의 업무가 기초한 민의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2003년12월4일 쓰촨성 청두시 신도시 무란(木蘭)진. 243명의 각계 대표가 무란진의 류강이(劉剛毅) 진장과 당위원회 부서기 리융(李勇)을 공개 추천했다. 3일 후 무란진 전체 당원은 직접 선거를 실시해 639표의 유효표 가운데 류강이가 480표를 얻어 전국 제1호 공개 추천, 직접 선거로 당선된 진급 당위원회 서기가 됐다. 쓰촨성 공산당 조직부 자료에 따르면 2004년 10개 시·주(市·州), 30개 현에서 향진당위서기의 공추직선을 실시해 45명의 향진 당서기를 선출했다.

2004년 중국공산당은 16차 4중전회에서 ‘중공중앙의 당의 집정능력 건설 강화에 관한 결정’을 통과시켰다. 이 결정은 “기층 당조직 영도 성원들의 직접 선거 범위를 점차 확대한다”고 명시했다.
사실 17차 당대회 전 일년여 기간 동안 '공추직선' 시도는 점차 늘어났다. 특히 장쑤성 지방이 주 시험대였다. 2006년부터 2007년까지 전국 기층당조직 영도 교체 과정에서 모든 성은 기층 당조직 영도의 직선제를 실험했다. “한 정당으로서 기층 선거를 진행하는 것은 단순한 수단일 뿐 목적은 아니다. 정치체제개혁의 시행착오는 매우 적었다. 경제체제개혁이 만약 실패하면 기껏해야 파산할 뿐 다시 시작하면 된다. 단 정치체제개혁은 퇴로가 없다” 중공중앙당교 차이즈창(蔡志强) 교수의 말이다. 장쑤성이 직선제의 시험대로 오른데는 리위안차오 당 조직부장이 장쑤성 당서기 출신이었던 점도 크게 작용했다.

'공추직선' 제도는 전국적인 범위에서도 대규모로 전개되고 있다. 남부의 선전시에서는 지난 4월9일부터 17일까지 1주일동안 4 곳의 당대표가 공추직선으로 뽑혔다. 항저우에서는 2010년 490여개 당조직이 공추직선 방식으로 영도를 교체할 예정이다. 이는 전체 당조직의 81%에 해당한다. 쓰촨성 청두는 우리나라의 구급은 86.4%, 동급은 93.5%의 당지부에서 공추직선제를 시행하고 있다.

“기층 선거는 점진적이며 절차적이며 장기적인 개혁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불가역적인 개혁이라는 점입니다. 당원 개개인에게 민주적 권리를 부여하고, 당원들이 이 민주적 권리를 잘 향유할 수 있게 되면 이는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당의 기층단위에서 민주를 추진하다보면, 최종적으로 중국은 적극적인 민주의식과 선택능력을 갖춘 사회로 자라날 수 있을 것입니다.” 차이즈창 교수는 공산당 당내 민주화의 미래를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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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