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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당권 경쟁 정세균·손학규·정동영 삼국지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는 17일 호남권 A의원과 서울 여의도에서 오찬 회동을 했다. 이날 A의원은 8월로 잡힌 전당대회(전대)에 손 전 대표가 나서야 한다고 강력하게 건의했다. “뒤에만 있으면 안 된다. 이젠 움직여야 한다”는 게 A의원의 주장이었다. 평소 같으면 대표 출마 문제에 대해 “관심 없다”란 입장을 분명히 했을 손 전 대표가 이날만큼은 조금 달랐다고 A의원이 전했다. 손 전 대표는 A의원에게 “출마하라는 사람이 많다. 다양한 의견을 좀 수렴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아니다’ 에서 ‘꼭 아닌 건 아니다’ 쪽으로 기류가 바뀐 셈이다.

6·2 지방선거 후 정세균 대표는 승장으로 각광받았다. 당내 인사들은 그의 재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그러자 정동영 의원이 주축이 된 비주류는 ‘당 쇄신론’을 내세워 정 대표 측과 전선을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 대표와 손을 잡고 있던 손 전 대표가 전대 레이스에 뛰어드는 걸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적벽대전이 끝나자 유비와 손권이 경쟁하기 시작한 걸 연상케 한다. 민주당 당권 경쟁이 ‘삼국지’를 닮아 가고 있다.

정세균 대표 측과 비주류는 곳곳에서 대치 중이다. 정 대표 측은 20일 “전당대회를 8월에서 7월 중순으로 앞당겨 치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조기전대’ 카드는 비주류 진영이 7월 6일 임기가 끝나는 정 대표에게 퇴진을 종용하며 “임시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본지 6월 17일자 12면)고 압박한 데 대한 반격이다. 조기전대를 하게 되면 출마 준비가 덜 된 손 전 대표의 발이 묶이게 될 지 모른다. 물론 비주류 측이 조기전대 시도를 “강력히 분쇄할 것”(문학진 의원)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정세균 대표와 정동영 의원은 16일 열린 고(故) 조세형 고문 추모문집 출판기념회에서도 미묘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정 대표는 추념사에서 “조 고문이 평소 ‘권력은 민심을 받들어 잘 쓰라고 있는 것으로, 장롱 속에 둔다든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비주류의 압박에 개의치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반면 정 의원은 “조 고문이 2001년 당 쇄신 작업을 근본적으로 한 것이 정권 창출의 밑거름이 됐다”며 정 대표 체제를 겨냥한 듯 쇄신을 강조했다.

이 두 사람과 손 전 대표가 전대에 출마하면 그건 당 대통령 후보 선출대회를 방불케 하는 빅 이벤트가 될 게 분명하다. 민주당 지도부 경선은 1부 리그(대표 경선), 2부 리그(최고위원 경선)로 분리돼 있다. 대표 경선의 경우 최다 득표자만 살아남는다. 따라서 탈락자의 정치적 위험은 매우 크다. 그래서 세 사람 간 정면 승부의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동영 의원의 입장에선 ‘삼각대결’ 구도가 유리하다. 주류 측은 정 대표와 손 전 대표 간 지지층이 겹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소멸된 열린우리당의 중진, 친노무현계, 486세대 등의 연합세력이 두 사람의 공통 기반이다. 둘의 ‘따로 출마’는 ‘주류 연합’의 와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손 전 대표의 경우 전대에 대리인을 내세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금이 승부수를 던질 시점”이라는 데는 세 진영의 시각이 일치한다.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이상 향후 2년을 당권에서 비켜 서 있을 순 없다는 것이다.

강민석·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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