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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이때 아니면 언제? 비오는 날, 즐거운 날

이제 장마가 시작됐다. 비가 와도 우리는 그 시간을 즐겨야 한다. 인생의 시간은 영원하지 않으므로 한시라도 즐겁게 사는 일을 늦춰선 안 된다. 지루한 장마를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장마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를 주제로 4명의 기자가 각각 장마를 즐길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 집안에서도 집밖에서도 장마를 즐기는 법은 의외로 많았다. 기자들이 각자 찾아낸 방법을 제안한다.

글=서정민·이도은·이정봉·이진주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촬영협조 창덕궁·피에로 스트라이크·비트·한국앨러간·반디네일·대싱디바·더플레이스

서정민 기자의 제안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우중산책’


비 오는 날 무슨 산책? 하지만 비가 오기 때문에 기분 좋은 산책도 있다. 나무가 울창한 길을 걸을 때다. 나뭇잎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비에 흠뻑 젖은 흙과 나무들에서는 풍기는 신선한 내음도 기분 좋다. 새로 산 예쁜 우산을 든다면 더 기분이 좋아진다.

호젓한 숲길, 운치 있는 정자  창덕궁

비 오는 날 창덕궁 후원 숲길을 따라 두 시간 정도 걷고 나면 몸도 마음도 모두 건강해진 느낌을 받을 수 있다.

4월부터 개방한 후원 내 연화당 마루에 앉으면 부용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비가 오면 창덕궁으로 가자. 나무가 가장 많은 고궁이다. 임금과 왕족들만 사용했다는 후원(비원)을 들러 창경궁으로 나오는 코스가 제법 좋다. 낮은 언덕과 골짜기를 따라 호젓한 숲길, 작은 연못, 운치 있는 정자가 펼쳐진다. 창덕궁과 창경궁은 입장이 자유로워졌지만 후원은 아직도 인솔자를 따라 정해진 시간에 하루 9차례만 입장할 수 있다. 입장료는 5000원. 1시간30분 정도 되는 후원 관람이 끝나고 나면 궁의 숲길을 혼자 걸을 때다. 후원 입구 옆에 있는 창경궁이다. 1000원을 더 내고 창경궁으로 들어가면 중앙에는 잔디와 나무가 예쁘게 조화를 이룬 ‘쉼터’가 있다. 차 한 대가 다닐 정도의 흙길을 따라 양쪽으로는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으니 우중산림욕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조각도 보고 차도 마시고  성곡미술관

서울 종로구 신문로 2가에 있는 성곡미술관에는 야외조각공간이 있다. 규모는 작지만 나무들로 빽빽하게 둘러싸인 길을 따라 곳곳에 전시된 청동 조각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길은 돌담을 따라 크고 작은 두 개의 원을 그리며 나 있다. 바닥은 흙길과 목침으로 연결돼 있다. 비가 오면 흙길은 푹신하고 목침 길은 물을 흠뻑 먹어서 검게 반짝인다. 중앙에는 테이블이 7개 정도인 카페도 있다. 3면이 유리로 된 성냥갑 모양의 카페에 앉아 있으면 물에 둥둥 떠 있는 기분이 든다. 산책을 끝낸 후 성곡미술관 바로 앞에 있는 카페 ‘단아’와 ‘아이올리’를 찾아도 좋다. 단아는 한옥을 개조해서 운치가 있고 아이올리에서는 맛있는 ‘호랑이 막걸리’를 판다.

해질 무렵 나무 사이 작은 불빛  홍익대학교

비 오는 날, 특히 저녁 무렵에 걸어 보라고 권하고 싶은 곳이다. 정문부터 후문까지 길게 뻗은 도로는 채 1㎞가 안 되지만 구성이 흥미롭다. 콘크리트 도로를 다 걷어내고 흙과 돌로 길을 꾸몄다. 길 중앙에는 나무 수십 그루를 겹쳐 심고 작은 인공 연못도 만들었다. 해질 무렵부터 학교 건물 앞, 나무 사이마다 가로등이 켜지기 때문에 공원 느낌은 더해진다. 미대 학생들이 작업한 야외설치물들이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어 혼자 걸어도 심심하지 않다. 가볍게 학교 산책을 마치고 나오면 홍대앞 거리에 무수히 자리 잡은 카페 중 하나를 골라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즐길 수 있다.



이정봉 기자의 제안

친구들과 게임 한 판, 수다도 한 판


젊은 청춘이 장마라고 집안에만 있을쏘냐. 비 오고 눅눅한 계절에 빛을 발하는 게 실내스포츠다. 볼링·당구부터 실내 게임장까지. 단, 친구들과 어울려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주고받으면 훨씬 더 기분전환이 되는 법. 그래서 찾아봤다. 스포츠와 게임을 즐기면서 수다도 떨 수 있는 곳들을.

맥줏집에 볼링 레인  피에로 스트라이크

야광 처리된 볼링공과 핀으로 경쾌하게 장식된 ‘피에로 스트라이크’.
2000㎡(약 600평) 규모의 커다란 홀에 울려 퍼지는 경쾌한 음악 그리고 시원한 맥주. 여기까지는 여느 맥줏집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볼링 핀이 튕겨져 나가는 경쾌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홀 안쪽 12개의 레인이 고속도로처럼 시원하게 펼쳐진다. 어두운 실내, 눈에 들어오는 건 형광색 볼링공과 야광 핀들. 볼링을 친 뒤 시원한 맥주도 들이켤 수 있다. 그래서 주말이면 두세 시간은 기다려야 할 정도다.

볼링 레인 뒤쪽에서는 당구대가 놓였다. 포켓볼뿐만 아니라 사구 당구대도 있는데 술집치고는 당구장만큼 관리가 잘 돼 있다. 오후 11시부터는 클럽 DJ들의 공연이 펼쳐져 흥을 돋우기도 한다. 볼링은 한 게임 5000원, 당구는 한 시간 1만5000원. 서울 강남구 청담동 디자이너클럽 빌딩 1층.

인공 눈 깔린 270m 스키 슬로프  웅진플레이도시

보통 실내스키장이라고 하면 그냥 초록색 융단을 깔아놓고 연습하는 시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여기는 진짜 인공눈이 깔린 슬로프가 있다. 270m 길이에 15도 경사가 져 있어 괜찮은 스피드감을 즐길 수 있다. 들어서면 영하에 가까운 추위가 느껴지기 때문에 한여름에 감기 걸리기 싫다면 스키복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스키복이 없다면 1만7000원에 대여도 가능하다. 겨울철 스키장보다는 짧지만 어린이를 위한 눈썰매장과 매니어들을 위해 울퉁불퉁 홈이 파인 모굴스키장도 갖췄다. 스키장 이용료(6/1~8/31)는 대인 4만1000원, 소인 3만1000원. 경기 부천시 상동호수공원 옆.

온갖 게임기 다 모였죠  엔터

장마철 갈 곳을 못 찾은 연인들이 들러 즐기기 좋은 곳이다. 테트리스 같은 옛날 오락기부터 펌프잇업·미니농구대 등 몸을 풀 수 있는 것까지 온갖 종류의 게임기가 다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2인용이라 여럿이 오기보다 연인이나 단짝 친구와 올 만하다. 지하 1층에는 부스 형태의 노래방이 있다. 생각보다 방음이 잘 돼 잠깐 노래 한 곡이 ‘땡기면’ 추천. 스티커 사진 부스가 있어 둘만의 추억을 남길 수 있다. 게임·노래방은 500~1000원, 스티커사진은 5000~6000원. 서울 신촌 ‘민들레영토’ 맞은편.



이도은 기자의 제안

세월이 증명한 해법, 뒹굴며 만화책이죠


비 오는 날은 집에서 뒹굴며 만화책을 보는 게 최고다. 물론 아무 만화나 볼 순 없다. 만화 얘기만 나오면 안 빠지는 화제작을 고르는 게 영양가 있다. 찔끔찔끔 연재됐던 웹툰(인터넷 연재 만화)·신문만화를 몰아서 보는 것도 방법이다. 네이버 만화 동호회 ‘내 사랑 만화’에서 어른의 눈높이에 맞는 만화를 추천받았다.

투자의 여왕(키위스톤)

주인공 고금리는 회사일은 똑소리 나게 해내지만 주식만 하면 반토막이 나는 왕초보 투자자다. 어느 날 학교 후배이자 천재 투자자인 제택구를 만나 재테크도 배우고 사랑도 싹틔운다. 고금리의 상사로 등장하는 원주식 부장은 실속 없는 개미투자자를 대표한다.

→ 경제용어와 숫자만 보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여자들에게 강추.

남기한 엘리트 만들기(보리별)

공무원 시험에 세 번 떨어진 청년 남기한은 열한 살 초등학생으로 돌아간다. 몸은 작아졌지만 지능은 그대로인 상태. 백수에서 엘리트로 변신할 절호의 찬스를 놓치지 않으려 고군분투한다.

→ 사춘기 자녀와 어떻게 대화할지 몰라 고민하는 엄마·아빠에게 추천한다.

돈까스 취업(거북이북스)

재일교포 2.5세 작가가 자신의 취업 경험담을 그렸다. 미대 4학년인 주인공은 진로를 고민하다 친구들과 다른 길을 택한다. 안정적인 한국 기업이 아닌 창의성을 내세우는 일본 회사에 지원한 것. ‘그림을 그리며 살고 싶다’는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우리네 찹쌀떡처럼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돈까스를 먹는 일본 풍속에서 제목을 따왔다.

→ 어떤 직장을 택할지 고민하는 취업생, 원하는 일을 찾아 전직을 꿈꾸는 직장인에게 권한다.

연옥님이 보고 계셔(애니북스)

80년생 작가의 성장기를 다룬 자전적 이야기. 부산을 배경으로 10명의 대가족이 살아가는 좌충우돌 일상을 그렸다. 에피소드는 코믹하지만 어른 아이 입장에서 본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구수한 사투리에 투박한 그림은 촌스럽지만 향수를 부른다.

→ 가족·연애 문제로 아파하는 순수 어른에게 강추.

심야식당(대원씨아이)

자정이 되면 묘한 요릿집이 문을 연다. 정식 메뉴는 된장국 정식뿐. 하지만 빨간 비엔나소시지, 달콤한 계란말이, 하루 묵은 카레 등 사람들이 찾는 메뉴도 만들어 준다. 샐러리맨부터 조폭까지 일상에 지친 모든 이가 허기와 마음을 채우고 가는 식당 풍경이 잔잔하면서도 재미있다.→동네에 단골 식당·술집이 있는 야식파에게 추천.

음주가무연구소(애니북스)

유명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의 작가 니노미야 도모코가 실명을 내세워 음주가무연구소의 소장을 맡는다. ‘왜 술집엔 좋은 사람이 많을까’ ‘술은 재능을 이끌어낼까’ 등을 연구하는 것이 이곳의 과제. 독창적이고 엽기적인 내용이 웃음을 자아내고 ‘역시 끊긴 필름을 절대 기억해내지 않는 것이 행복하다’처럼 수긍 가는 대목도 많다.

→ 사소한 이유에도 꼭 한 잔 걸쳐야 하는 주당에게 권한다.



이진주 기자의 제안

해뜰 날 기다리며 나를 가꿔요


장마가 아무리 길어도 태양은 다시 떠오르고 맨살에 민낯을 과시할 날이 곧 온다. 요즘 나온 홈 뷰티 아이템들은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만큼 편리해졌다. 한번 밀면 한 달은 매끈하게 살 수 있는 홈 제모용품, 두 달 동안 꾸준히 바르면 속눈썹이 길어지는 발모제, 한번 바르면 3주는 지속되는 네일케어 세트 등 꼭 필요하고 신기한 홈 뷰티 제품들을 모았다.

털털한 여자는 싫어요  홈 제모용품

속편 개봉을 앞두고 있는 ‘섹스 앤 더 시티’의 잊지 못할 에피소드 한 토막. 파혼한 캐리를 위로하기 위해 휴양지로 떠난 네 친구들이 해변 벤치에 누워 일광욕을 즐긴다. 한데 여기서 변호사 미란다의 수영복 라인 밖으로 무성하게 빠져나온 체모에 친구들이 기겁한다. 미란다는 ‘브라질리언 제모(역삼각형 제모)’를 받으러 다닐 여유가 없다고 호소하다 울컥하고 만다.

노출이 많아지는 여름엔 털이 문제다. 레이저 시술은 이미 늦었다. 에스테틱 제모는 위생과 안전성이 염려된다. 이럴 땐 홈 제모용품이 반갑다. 제모크림을 바른 뒤 특수 주걱으로 긁어내거나, 샤워할 때 거품처럼 바른 뒤 스폰지로 밀어내면 된다. 파스처럼 붙였다 떼어내는 제품 등 다양한 형태가 나와 있다. 효과는 3~4주 지속된다니 장마철에 시도하면 해뜰 날 태양 아래 누울 수 있겠다. 참, 요즘은 브라질리언보다 한 발 더 나간 완전 제모가 새로운 트렌드란다.

속눈썹이 자란다고?  속눈썹 발모제

이번엔 또 다른 털이 문제다. 꼭 필요한 곳에 있어야 할 털이 모자라서다. 미키마우스와 미니마우스의 얼굴을 구분하는 결정적 차이는 바로 속눈썹. 속눈썹 하나 그윽할 뿐인데 미니마우스는 캐릭터계의 초미녀 대접을 받는다.

마스카라나 에스테틱 속눈썹 등 인조적인 것이 아니라 내 속눈썹을 기르는 방법도 있단다. 홈 래시케어다. ‘딸리까’ 같은 수입 브랜드에서 알음알음 나오던 것이 최근엔 국내 중저가 브랜드에서도 여러 제품을 출시했다. 제약회사도 뛰어들었다. 애초 녹내장 치료제였는데, 환자들의 속눈썹이 무성하게 자라는 ‘부작용’ 보고가 잇따르자 증모제로 개발된 ‘안과계의 비아그라’다. 단,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다.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겠다고 아래 속눈썹까지 넘치도록 바르면 ‘팬더눈’이 된다.

장마철에도 잘 말라요  네일·페디케어 세트

손·발톱만 잘 칠해도 여름 한철 갖춰 입은 느낌으로 지낼 수 있다. 다만 한번에 2만원은 들여야 하고, 번거로운 예약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게 불만이다. 요즘 나온 네일라커는 ‘젤네일’이라고 해서 빠르게 마르고 3주나 지속된다. 보통 네일케어가 사흘에서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는 것에 비하면 획기적이다. 코팅제로 쓰이는 디부틸프탈레이트(DBP)와 톨루엔이 들어 있지 않은 에나멜도 나와 있다. ‘래피드라이’처럼 빨리 마르도록 도와주는 제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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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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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