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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상황이 한국경제엔 혜택될 수도

“고효율의 일본과 저비용의 중국 틈새에 끼어있는 샌드위치 상황이 한국 경제엔 혜택이 될 수 있다. 일본은 반면교사, 중국은 자극제가 될 수 있어서다.” 블룸버그통신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16일 제주도 서귀포시 롯데호텔에서 중소기업중앙회와 본지가 마련한 특별 좌담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좌담회에는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유장희 이화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김정수 본지 경제전문기자가 참석해 최근 국내외 경제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앙일보가 마련한 윌리엄 페섹(블룸버그통신 칼럼니스트) 초청 특별 좌담회에서 참가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페섹은 “일본·중국의 틈새에 끼어 있는 샌드위치 상황이 한국 경제엔 혜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른쪽부터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경제학), 윌리엄 페섹,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김정수 중앙일보 경제전문기자.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김정수 본지 경제전문기자=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지고, 선진 각국이 재정 건전화에 나서면서 세계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윌리엄 페섹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불행히도 더블딥(경기침체 후 잠시 회복되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침체 현상) 가능성이 크다. 재정 확대, 저금리 같은 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민간부문의 심리가 여전히 불안하다. 일례로 뉴욕에 있는 아버지와 통화할 때 일자리를 걱정하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이렇게 일반 사람들이 경제를 걱정하면 소비가 위축되게 마련이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특히 유럽 경제의 버팀목인 독일이 걱정이다. 그리스·포르투갈·스페인 등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는데 괜찮을지 의문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미국·유럽 등 선진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같은 구매력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수출 주도로 성장해온 한국으로선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페섹=지난 30년간 한국은 수출 덕분에 엄청난 성취를 이뤘다. 그러나 한국은 이제 수출이라는 하나의 기둥과 함께 서비스산업이라는 또 다른 기둥을 세워야 한다. 내수를 보다 적극적으로 키워야 한다. 두 번째로 생각해볼 수 있는 대안이 중국이다. 선진국 시장이 침체를 겪으면 한국으로선 아시아로 눈길을 돌려야 하는데 가장 주목해야 할 대상이 중국이다. 중국은 구매력이 갈수록 커질 것이다. 중국인들은 한국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다. 한국 기업들은 중간재는 물론 중국의 소비재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김정수=한국은 급속한 고령화를 겪고 있다. 지적한 대로 수출 주도 전략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다가 ‘제2의 일본’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페섹=한국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어려운 위치에 있다. 그러나 두 나라 사이에서 누리는 혜택도 있다. 무엇보다 현재 상태에 안주할 틈이 없다. 일본은 자신들의 성공에 안주했기 때문에 잃어버린 10년, 아니 20년 상황에 직면했다. 일본을 보면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무섭게 추격해오는 중국은 한국에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생존하는 방법은 혁신밖에 없다. 보다 양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이 점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미래의 일자리, 미래의 혁신은 중소기업에서 나올 것이다. 중소기업이 이런 역할을 해내려면 위험을 감수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김기문=기업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환율이다.

▶페섹=요즘 파이낸셜 타임스·월스트리트 저널 등에 ‘한국 주식이 저평가돼 있다’는 기사가 자주 등장한다. 향후 6~12개월 내에 한국으로 자본 유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화 강세가 좋은 소식인지, 아닌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수출업체엔 타격이겠지만 그 나라 경제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니 아주 부정적인 뉴스는 아니다.

▶김기문=한국에선 납품단가와 이익배분 등을 둘러싸고 대·중소기업 간 갈등이 심각하다. 대기업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으나 중소기업은 그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페섹=한국 정부는 그동안 대기업에 초점을 맞춰 경제를 육성했다. 중소기업의 역할은 대기업의 성공을 돕는 데 한정됐고, 여기서 대·중소기업 간 불균형이 야기됐다. 이런 정책은 재검토돼야 한다. 일자리 창출과 혁신, 신기술 개발의 근원은 중소·벤처기업이다.

▶유장희 이대 명예교수=이 과정에서 정부 역할은 무엇인가.

▶페섹=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드는 것이다. 정부는 대기업의 담합, 내부거래 같은 불공정 경쟁을 막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중소기업에 보다 힘을 실어줘야 한다.

▶김정수=미국·유럽 국가들과 비교할 때 한국은 대·중소기업 간 영업실적·임금·복지 격차가 크다.

▶페섹=무엇보다 사고의 전환의 필요하다. 한국에선 대기업 선호 경향이 뚜렷하다. 고용이 안정돼 있고 대기업에 근무한다는 자부심이 있어서다. 미국은 다르다. 중소·벤처기업에 다니면서 서너 번 실패해도 다시 사업자금을 모을 수 있다. 한국도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 직원 수십 명인 회사라도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있다는 희망과 비전을 심어줘야 한다.

▶김기문=미국은 대통령 직속 중소기업청(SBA)을 통해 중소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한국은 그 역사도 짧고 힘도 약한 편이다.

▶페섹=(웃으며)이명박 대통령이 이른바 ‘CEO 대통령’인 점을 적절히 활용해 정부가 중소기업에 귀를 기울이게 해야 한다. 중기중앙회도 더욱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이 일자리 창출과 성장에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 도움이 절실하다’는 점을 부각시켜야 한다.

제주=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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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