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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치료제 ‘타시그나’ … 내성 생긴 글리벡 보다 높은 효과

10년 전 선보인 만성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은 최초의 표적항암제다. 글리벡은 건강한 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암세포만 공격해 불치병으로 여겼던 백혈병의 치료 패러다임을 바꿨다. 그러나 일부 환자는 내성이 발생해 효과를 보지 못했다. 다행히 최근 출시된 ‘타시그나(사진)’ 등 차세대 백혈병 치료제들이 글리벡 내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특히 1차 치료제로 사용해도 글리벡보다 우수한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만성골수성 백혈병 치료의 두 번째 패러다임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백혈병=혈액암 … 20년전엔 “불치병”

피를 만드는 조혈모세포가 병든 백혈구를 만드는 것이 백혈병이다. 쉽게 말해 혈액암이다. 2008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백혈병은 폐암·간암·위암 등 대표적인 고형암에 이어 암종별 사망원인 7위에 올라 있다.

백혈병은 진행상태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또 손상을 입는 면역세포의 종류에 따라 림프구성과 골수성으로 구분한다.

급성백혈병과 만성백혈병은 원인이나 특징이 전혀 다르다. 급성은 초기부터 얼굴이 창백해지고 잇몸이 붓는다. 고열·피로감·빈혈·멍·구토 등 다양한 증상이 처음부터 동반된다. 암 진단을 받는 즉시 무균실에서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

만성백혈병은 초기에는 별 증상이 없다가 병이 진행되면 급성과 비슷한 증세가 나타난다.

백혈병은 암 덩어리가 있는 고형암보다 세포분열이 빨라 불치병으로 여겨졌다. 강북삼성병원 혈액암클리닉 오석중 교수는 “만성백혈병 중 가장 일반적인 만성골수성 백혈병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조혈모세포이식과 항암요법으로 치료했다”며 “항암제 치료의 환자 평균 생존기간은 3~5년에 불과했고, 조혈모세포이식도 10년 생존율이 60%를 넘지 않았다”고 말했다.

표적항암제보다 진전된 ‘타시그나’ 나와

[중앙포토]
만성골수성 백혈병의 발병률은 매년 인구 10만 명당 1~2명. 국내에선 매년 약 250명의 새로운 환자가 생긴다. 전체 백혈병 환자의 15%를 차지한다.

글리벡은 만성골수성 백혈병 환자의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치료효과를 높였다. 환자의 입원이 필요 없어지고, 치료 중에도 일상생활이 가능해졌다. 글리벡으로 치료받은 만성골수성 백혈병 환자의 8년 평균 생존율은 85%에 이른다.

하지만 일부 환자에게서 약물 내성이 발생했다. 돌연변이 암세포가 생겨 치료를 포기해야만 했다. 글리벡 치료에 실패한 환자는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아야 하는데, 이식 후 합병증에 따른 실패율과 환자에게 맞는 골수를 찾아야 하는 어려운 현실에 부닥친 것이다. 최근 출시된 ‘타시그나’ 등은 글리벡에 내성과 부작용을 보이는 환자에게 효과를 보이는 차세대 백혈병 치료제다. 특히 내성 환자뿐 아니라 처음부터 차세대 백혈병 치료제를 사용해도 글리벡보다 효과가 우수하다는 연구결과가 세계적인 의학저널과 학회에서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만성골수성 백혈병 1차 치료에도 효과

이달 5일 세계 최고 권위의 의학저널인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글리벡과 차세대 만성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타시그나의 효과를 직접 비교한 첫 임상시험 결과가 게재됐다.

만성골수성 백혈병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을 글리벡 투여군과 타시그나 군으로 나눠 12개월간 치료했다. 타시그나의 1차 치료제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이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35개국 217개 의료기관 846명의 환자가 참여했다.

그 결과 글리벡보다 타시그나 군에서 암 유전자 수치가 1000분의 1로 떨어진 환자가 2배나 많았다. 치료제 투여 전에 비해 백혈병이 진행되고, 부작용이 관찰된 사례도 타시그나가 더 적었다.

만성골수성 백혈병은 원인이 되는 암유전자의 수치를 낮춰 병의 진행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병이 만성기에서 가속기와 급성기로 진행되기 시작하면 환자의 상태는 급격히 나빠지고 치료도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달 초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와 유럽혈액학회(EHA)에선 타시그나의 18개월 치료 결과가 발표됐는데 결과는 같았다. 글리벡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를 위해 개발된 치료제지만 글리벡처럼 1차 치료제로 사용해도 우수한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된 것이다.

국내에서 타시그나 임상시험을 이끈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김동욱 교수는 “타시그나를 복용한 국내 환자 30명 모두에서 필라델피아 암 염색체가 제거되는 효과가 나타났고, 병이 진행된 환자는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타시그나가 향후 글리벡에 이어 만성골수성 백혈병 치료의 새로운 표준요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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