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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가족적 사회주의’없다면 13억 중 12억 굶어 죽었을 것

본지에 연재 중인 ‘먼나라 이웃나라’ 중국편이 23일로 50회를 맞는다. 지난해 7월 1회 ‘용의 비상’으로 대장정에 오른 지 약 1년 만이다. 청나라 말기 근대사에서 시작해 신해혁명과 5·4운동, 공산당 결성 등의 현대사로 접어들었다. 반환점을 돈 이원복(64) 교수를 15일 서울 덕성여대 예술대학 학장실에서 만났다. 연재를 하면서 “국내에 출간된 웬만한 중국사 관련 서적은 다 본 것 같다”는 그는 늦깎이로 시작한 중국 공부가 꽤나 즐거운 듯 했다. 중국 근·현대사 주요 사건 연보를 줄줄 외고 있었다. “원래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뭘 하는 성격인데, 원고 마감만큼은 안 그런다. 중앙일보 연재도 최소한 한두 달치를 미리 그려놓는다”고 했다. ‘먼나라 이웃나라’ 중국편은 같은 학부 김승민 교수가 이끄는 일러스트 그룹 ‘그림떼’가 돕고 있다.



본지 연재‘먼나라 이웃나라’중국편, 23일 50회째 맞는 이원복 교수

서울 덕성여대 예술대학에서 만난 이원복 교수. “사람들은 내가 일벌레인 줄 알지만, 사실은 놀다 지치면 그때 일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쓰러져 죽는 한이 있어도 마감을 지키는 게 프로”라며 웃었다. [오종택 기자]
-100회 예정으로 출발한 ‘먼나라 이웃나라’ 중국편이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중국사에 도전한 소감이 각별하겠죠.



“저 스스로가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중국사가 이렇게 많았느냐’는 주위의 얘기도 많이 들었고요. 우리가 한 번도 중국을 마음 놓고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었잖아요? 아편전쟁부터 의화단 운동까지는 대충 알아도 신해혁명 이후부턴 잘 모르죠. 중화인민공화국이 생긴 1949년 이후 문화혁명으로 2000만 명이 사망했거나, 톈안먼(天安門) 사태와 덩샤오핑(鄧小平) 집권 이후 대국으로의 비상 정도만 알죠.”



-머리가 많이 아프셨겠습니다.



“중국을 다루는 건 머리가 무거운 일이라기보다 책임이 무거운 일이죠. 소재가 무궁무진하다는 건 그만큼 해석이 무궁무진하다는 얘기니까요.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해석이란 불가능하겠지만, 최대한 중립적이려고 애썼습니다. 국내에 나온 웬만한 중국사 책은 다 사 본 것 같아요. 보수적 시각, 진보적 시각, 일본인 저자, 중국인 저자 등 가리지 않고 두루 참고했죠.”



-‘먼나라 이웃나라’는 학습만화로 히트했는데, 중국편은 성인용에 가깝습니다.



“사실 중국 근·현대사라는 소재부터가 아동용이라고 하긴 힘들어요. 그때가 워낙 혁명과 이념의 소용돌이였으니까요. 정치 얘기죠. 그러니 성인들 보기에 더 좋죠. 중국의 국부 쑨원(孫文)만 해도 평생을 혁명가로 살았고, 협상의 달인이었잖아요? 현실 정치를 위해서는 영혼까지 팔던 인물이었죠.”



-우리가 중국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역사 들여다보기의 종착역은 결국 지금 우리의 얼굴을 보는 거죠. 중국은 수난과 침략, 도약의 역사를 거쳤다는 점에서 한국과 닮은 구석이 많아요. 19세기와 20세기에 가장 크게 망한 나라가 청나라와 조선이었어요. 20세기와 21세기에 가장 비약적으로 성장한 나라가 중국과 한국이고요. 남의 얼굴을 보면서 내 얼굴을 생각하는 거죠.”



-알고 보니 중국은 어떤 나라던가요.



“중국은 알면 알수록 참 희한한 나라에요. 50회가 공산당 결성 얘기인데, 중국 공산당은 구 소련이나 북한과는 많이 달라요. 가족적 사회주의라고 해야 할까요. 공산당이 아버지라 인민들을 품에 안고 가는 거죠. 스탈린주의처럼 교조적이지도 않고 세습 같은 황당한 일도 없죠. 훨씬 합리적이고 지혜로운 시스템 같아요. 그런데 개인으로 보면 개인주의적이고 욕심이 참 많아요. 철두철미하게 자본주의적이죠. 이런 국민을 데리고 사회주의를 하지 않았으면 아마 13억 인구 중 12억 명은 굶어 죽었을 거예요. 나라가 탐욕의 정글이 됐겠죠. 그래서 나보다 우리를 앞세우는 시스템을 굳힌 것 같아요.”



-가족의 가치를 강조하는 걸 흔히 전근대적이라고 얘기하는데요.



“전 그걸 그리스·로마신화 중심의 서양적 사고라고 봐요. 우리가 갖고 있는 중국에 대한 생각은 서구의 것이죠. 서구에선 국가와 개인은 계약 관계이기 때문에 국가가 자신을 보호해주지 못하면 떠나버려요. 하지만 중국은 ‘패밀리’ 의식이 강해요. 숙명과 핏줄, 의리를 중시하죠. 중국이나 한국 모두 그게 응집력이 됩니다. 전 지금 서구가 맞고 있는 경제위기도 가치관의 위기에서 왔다고 봅니다. 탐욕적이고 개인주의적인 문명과 가치관이 극에 달해 결국 무너진 거죠. 포용과 공존을 지향하는 아시아적 가치는 그런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될 겁니다.”



-그렇다면 중국의 가장 큰 강점은 포용력?



“그렇죠. 그들은 대국적으로, 대범하게 껴안아요. 일본을 대하는 태도만 봐도 그래요. 항일(抗日), 반일(反日)은 해도 척일(斥日)은 안 해요. 1895년 청·일전쟁에서 패하고 나서 중국은 일본을 완전히 다시 보게 됩니다. 10년 후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이기자 일본은 중국에게 일종의 로망이 되죠. 대만의 국부 장제스(蔣介石)가 일본 육사 출신이었어요. 중화민국의 국부 쑨원이 일본 망명생활 때 쓰던 가명이 중산(中山)인데, 이건 일본 메이지 천황의 어머니 성인 나카야마(中山)에서 딴 거거든요. 우리나라에서 누가 그랬다면 돌 맞아 죽었을 거예요. 이미 일어난 역사는 딛고 앞으로 나아가야지, 마냥 껴안고 아파할 게 아니라는 큰 생각을 한 거죠. 사실 일제 강점 35년은 유구한 역사로 보면 한 순간에 불과한데, 우리는 너무 과거에 얽매여 앞을 보지 못하는 게 아쉽습니다.”



그는 50회까지 오면서 “오늘날 중국의 도약과 일본의 몰락에서 배울 점이 많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키워드는 ‘문화적 자존심’이다.



“청·일전쟁은 중국과 일본이 각각 추구하던 개혁이 충돌한 장입니다. 일본은 서구를 따라가려고 자신을 버렸죠. 환골탈태한 거예요. 중국은 중체서용(中體西用)을 내세웠어요. 시스템과 유교사상을 그대로 둔 채 남의 것을 배우려다 실패했죠. 하지만 창의력이 핵심인 콘텐트의 시대 21세기엔 중국이 끝끝내 버리지 않은 중화사상이 중국의 가장 큰 무기가 됐어요. 내셔널 아이덴티티(national identity)와 문화적 자존심이 이 시대의 성장동력이 되고 있는 거죠.”



마지막으로 항상 궁금했던 질문을 꺼냈다. 소년한국일보 연재를 시작한 1981년부터 30년 가까이 변하지 않은 그림체에 대해서. “제가 그런 면에서도 보수적이죠. 뭘 하나 시작하면 잘 바꾸지 않아요. 독일 유학하던 뮌스터대 기숙사에서도 9년을 똑같은 방에서 살았어요. 지금 살고 있는 집도 24년 됐고, 덕성여대도 26년 근무했죠. 결혼생활도 25년째고. 그러니 그림도 안 바뀌죠.”



이른바 한 우물이다. 그림을 빌려 이뤄지는 그의 ‘문명통역’이 긴 수명을 유지하는 이유가 짐작이 갔다.



글=기선민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내가 본 이원복 만화는



▶예술인 조영남



지난해 이원복 교수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아이처럼 맑은 눈과 웃음이 귀여운 분이었다. 과연, 그 장대하고 어려운 중국이라는 나라를 본인처럼 귀엽고 재미나게 요리하더라. 타고난 재능에 대단한 노력을 더해 그가 온 몸으로 쓴 중국 기행은 적어도 내겐 사마천의 『사기』보다 재미있다. 중국에 대해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얘기를 또박또박 놓치지 않고 짚어주니까.



▶서현재 한중우호협회 사무국장



매주 꼬박꼬박 보고 있다. 사건별로 정리돼 있어 중국뿐 아니라 동시대 한국과 일본, 서구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점이 매우 유익하다. 역사책을 읽어 알던 내용이 한 공간에서 쫙 연결이 되는 느낌이다. 사실 중국 관련 전문서적은 전문가 아니면 찾아 읽기도 힘들고 읽어도 지루한데, 이원복 교수 특유의 ‘쉽게 역사 읽기’ 덕분에 중국에 대한 접근이 한결 편안해졌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 교수



과거 우리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줬던 나라이면서 앞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줄 나라 중국. 중국의 오늘을 이해하려면 중국의 어제를 들여다봐야 한다. 『먼나라 이웃나라』 유럽과 미국편에서 ‘지식 크리에이터’로서의 능력을 보여줬던 이원복 교수보다 더 적임자가 있을까. ‘먼나라 이웃나라’ 중국편은 경제대국 중국의 근·현대사를 쉽고 빠르게 이해하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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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이원복
(李元馥)
[現] 덕성여자대학교 예술대학 디자인전공 교수
[現] 덕성여자대학교 예술대학 학장
194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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