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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딛고 미술세계 우뚝 선 미래 지리학자 편지원군

우리가 일상적으로 다니는 길을 아주 특별하게 바라보는 소년이 있다. 길을 통해 미래의 지리학자를 꿈꾸는 편지원 학생. 지원이가 가진 병은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지난해 서울에서 개최된 공모전에서 최연소로 미술작가 대열에 이름을 올려 주위를 놀라게 한 지원이는 천안사람이다. 얼마 전 개인 그림전을 열어 큰 관심을 받았다. 지원이의 작업실을 찾았다.



‘길은 통로다. 자연이다. 다양한 모양이다.’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길을 통해 세상을 보고 미래를 그린다



지원이는 올해부터 휠체어를 타고 다닐 정도로 몸이 불편하진만 해맑은 웃음만은 한결같다. 이달 초 열린 개인전에서 5개 작품이 팔린 어엿한 작가다. [조영회 기자]
15일 오후. 평소와 다름 없이 학교(오성초 4학년) 수업을 마친 지원이가 작업실로 향한다. 지원이의 작업실은 다름 아닌 집이다. 또래 아이들이 수업이 끝나자 마자 태권도학원, 미술학원, 음악학원 등으로 발길을 옮기는 분주한 시간이다. 지원이는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 집이 유일한 학원이자 미래를 설계하는 작업실이다.



현관문을 열면 가장 먼저 그림 두 점이 눈에 들어온다. 유치원 다닐 때 본 이야기책 ‘오른쪽이와 동네 한 바퀴’를 보고 그대로 따라 그린 그림이다. 상가 사이로 우뚝 솟은 전봇대와 전깃줄, 각종 음식(떡볶이, 국수, 순대, 중국집)을 파는 가게를 현실감 있게 표현했다. “5살 꼬마의 그림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섬세하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 때부터 길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해 그림마다 도로가 있고 도로마다 번호가 어김없이 표기돼 있다. 변함없는 취미는 ‘컴퓨터 게임’이 아니라 ‘컴퓨터로 길찾기’다.



작은 방에서 희망을 꿈꾼다



방문에는 ‘편지원 지도 연구소’라는 푯말이 써 있다. 연구소 운영 (Open Hours) 시간과 연락처가 아기자기하게 적혀 있다. 주말 오전 10시~오후 4시. 연구소 전화번호(041-552-4649). 세계지도를 바탕으로 명함도 만들었다. 달랑 책상 하나 뿐인 작업실과 공부방에는 지구본과 세계 지도가 있다. 공부방과 함께 쓰는 침실은 아예 한쪽을 모두 세계 지도로 도배했다. 책상 서랍에는 전국 각지의 관광안내지도로 가득 차 있다. ‘정선여행, 광주관광지도, 춘천관광지도, 부산관광, 성남시관광, 국립경성대학교, 장수여행(장수군), 겨울테마여행지도(경상북도)…’ 전국을 다니며 수집한 수많은 안내지도가 지원이의 보물 1호다.



지원이는 이 지도를 토대로 스케치북에 연필로 그림을 그린다. 이를 기초로 캔버스에 다시 밑그림을 그린 뒤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해 작품을 만든다. 지원이가 지난해부터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작품이 있다. 바로 전국에 있는 고속도로 인터체인지(IC)다. 지난해 금강IC를 비롯해 서울만남의광장, 서울톨게이트, 금강휴게소, 판교휴게소(상상), 서인천휴게소 등을 그렸다. 올해에는 천안IC, 한남대교남단, 울산IC, 장성IC, 현풍IC, 북인천IC, 동탄IC, 조양IC 등을 그렸다.



길따라 떠나는 여행이 작품소재



엄마 아빠와 주말이면 늘 여행을 다닌다. 목적지를 정한 적도 있지만 어느 때는 무작정 떠나기도 한다. 전국의 고속도로는 거의 모두 다녔다. 지원이의 기억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다 본 것처럼 차선과 도로 모양이 실제 도로와 일치한다. 한남대교남단을 그리고 싶어 아빠와 2시간 동안 강변을 걸었다. 그곳을 유심히 보고 기억했다가 집에 돌아와 1주일 만에 그림을 완성했다. 경부고속도로 6차선(보라색), 강남대로 6차선(노랑색), 압구정로 6차선(핑크색), 연결로(주황색). 그림만 봐도 운전자가 어느 도로를 이용해야 할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복잡한 길로 세상을 보다



“그냥 평범한 길 보다 복잡한 길이 재미있고 좋아요” 지원이가 작품화한 길은 모두 복잡하게 꼬여 있는 길이다. 차선까지 정확하게 색깔 별로 구분한 그림을 보면 신기하기만 하다. 최근에는 경부고속도로 천안IC를 작품으로 만들었다. 천안에 살면서 꼭 그려보고 싶었지만 천호대교가 완공되지 않아 미뤄왔다. 교통은 수월해졌지만 길 모양은 더욱 복잡해졌다. 입장방면, 터미널방면, 톨게이트방면 등의 차선과 진입로 모양까지 똑같다. 각기 다른 색상으로 구별된 길의 전체적인 윤곽을 보면 또 다른 이미지가 연출된다. 동맥과 정맥 사이로 얽혀있는 핏줄에서부터 얼굴, 하트, 별 등 다양한 모양이 이색적이다. 길의 모습을 아름다운 미술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지원이는 “힘들게 사는 친구들이나 주변 분들이 있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물러서지 말고 좋아하는 것을 끝까지 해내는 기쁨을 누렸으면 좋겠다”고 웃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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