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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골프 거장 잭 니클라우스의 설계 철학

2005년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열린 디 오픈 2라운드. 그가 18번 홀의 스윌컨 다리를 건널 때 갤러리의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다시 오고 싶은 코스 나는 그런 코스 만든다

한 시대를 풍미한 골프 거장 잭 니클라우스(미국)의 마지막 라운드, 그가 마지막 홀의 그린으로 건너가는 그 순간이었다. 니클라우스는 기립박수에 손을 흔들었지만 계속 흘러내리는 눈물 때문에 갤러리를 볼 수는 없었다. 그는 10분간 이어진 박수를 받으며 그린에 올라가 버디를 잡고 나서 골프와 영원히 이별을 고했다. 이후로 그는 골프 팬들의 눈에서 사라졌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16일 ‘황금 곰’ 니클라우스(70)가 인천에 상륙했다. 에어 베어(Air Bear)라는 애칭이 붙은 그의 전용기를 타고서다. 인천 송도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짓고 있는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의 건설 상황을 체크하고 코스에 관해 설명하기 위해서다.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의 자리는 원래 바다였는데 맥아더 장군이 6·25 전쟁 중 상륙작전을 벌인 곳이라고 한다. 17일 그가 설계한 골프장에서 니클라우스와 만나 코스 설계에 대한 거장의 철학을 들어봤다.



니클라우스는 “은퇴 후 5년 동안 코스 설계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선수 시절 그가 최고의 골퍼였던 것처럼 현재 그는 최고의 코스 설계자다. 그의 회사 ‘니클라우스 디자인’은 34개국에서 341개의 코스를 만들었다. 미국 100대 골프장에 그가 만든 코스가 12개가 포함된다.



잭 니클라우스는 요즘 골프 코스의 추세인 거리 늘리기 경쟁이 골프의 전통을 앗아 가고 있다고 말하면서 볼 반발력을 규제해야 한다고 했다. [김상선 기자]
니클라우스는 매우 인자한 할아버지의 모습이었다. 경쟁자들을 주눅들게 했던 선수 시절의 날카로운 눈빛은 세월에 씻겨 나갔다. 그러나 경쟁심은 그대로다. 선수 시절 그의 경쟁자는 다른 선수들이 아니었다. 니클라우스는 “다른 선수를 이기려 경기에 나갔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코스와 나 자신에 이기려 노력했다. 우승은 그 결과로 따라오는 부산물 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그는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18번 들었다. 코스 설계가로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다른 설계자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땅과 자연과 경쟁을 한다”고 했다.



골프 초창기의 골프 코스 설계자들은 자연 그 자체와 프로 골퍼들이었다. 올드 톰 모리스, 윌리 파크 주니어, 제임스 브레이드 등 당대 최고 골퍼들이 스코틀랜드 바닷가 링크스에 자연 그대로의 코스를 그려냈다. 포클레인도 트럭도 없던 시절이어서 자연을 훼손할 수도 없었다. 이후 다양한 철학과 전문 이론을 겸비한 코스 설계가가 등장하면서 프로 골퍼들은 코스 설계에서 배제되는 추세였다.



니클라우스는 최고 골퍼가 가장 뛰어난 설계가라는 과거의 전통을 복원했다. 피트 다이의 권유로 20대부터 코스 디자인을 시작했는데 젊은 시절 그의 코스는 약간 단조롭다는 평가도 있다. 오른쪽 도그레그가 지나치게 많고 너무 길고 어려운 어프로치샷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미국 코스 설계 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나의 경기 스타일과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페이드샷을 구사했고 롱아이언에 매우 뛰어났기 때문에 자신의 스타일과 맞는 코스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니클라우스는 “젊어서는 코스 만드는 방법이 단순했는데 경험이 쌓이면서 25가지의 다양한 방법을 만들었다.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코스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뒤를 따라 많은 프로 골퍼들이 코스 설계를 겸업하고 있다. 최경주도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코스를 설계했다.



니클라우스는 “코스 설계에서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골퍼의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라운드를 하고 나면 ‘다음에는 어떤 코스에서 할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내가 만든 코스에서 치고 나면 ‘언제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라운드 시간을 줄이기 위해 OB 말뚝을 선로처럼 박아 놓은 한국의 일부 골프장을 보면 눈살을 찌푸릴 것이다. 니클라우스는 “코스 밖으로 볼이 나갔다고 선언하는 OB는 골퍼에게 가장 큰 고통을 주는 나쁜 벌타이며 OB가 많다는 것은 부족한 땅에 억지로 코스를 만들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역 시절 그는 최고의 장타자였다. 그러나 요즘 코스의 거리 늘리기 경쟁에는 거부감이 있었다. 너무 긴 코스는 샷 거리가 길지 않은 선수를 밀려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니클라우스는 “골프에서는 거리보다 정확성에 더 중요한 가치를 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선수 시절 장타자이면서도 정교함을 겸비했다. 비평가들이 타이거 우즈보다 그가 뛰어나다고 여기는 이유 중 하나다. 니클라우스는 “적어도 4~5개 홀에서는 장타자가 드라이버를 아예 잡지 못하게 코스를 세팅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스 전장이 길어지면서 자연 파괴와 라운드 시간이 늘어난다. 그는 전통이 사라지는 문제도 지적했다. “로열 버크데일 골프장은 전장을 늘리다 보니 완전히 다른 코스가 됐다. 오거스타 내셔널도 과거의 느낌이 사라졌다. 거리가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짧은 과거 코스들이 무용지물이 됐고 전통 있는 골프장들은 챔피언십에서 제외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가 생각하는 해답은 볼이다. 그는 “2000년 전후로 즈음해 볼의 반발력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 골프장 전장이 길어지게 된 이유”라면서 “볼의 반발력을 10~15% 정도 줄이는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3만 개의 골프장 전장을 늘리는 것보다 볼에 대한 규제를 하는 것이 훨씬 더 쉽다”면서 “장비에 의해 골프가 지배되도록 허용하는 것은 수치”라고 했다.



그의 메이저 우승 기록을 쫓다가 최근 슬럼프에 빠진 우즈에 대해 니클라우스는 “우즈는 아직 어리고 재능이 매우 뛰어난 선수”라면서 “시간이 말해 줄 것”이라고 했다.



인천=성호준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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