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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다시 불붙은 메가뱅크 논란

메가뱅크(Mega Bank). 총자산 500조원 이상의 대형 은행을 일컫는 말이다. 국내에서 메가뱅크 논의가 재점화됐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우리금융지주와의 인수합병(M&A) 의사를 밝히면서다. 과연 메가뱅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가. 벌써 의견이 찬반으로 갈리면서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국내 은행의 현주소다. 지금의 체력으로 대형화를 통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또 대형화는 금융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단일까, 아니면 거꾸로 그 결과여야 하는가. 전문가 분석을 통해 대형화의 장단점을 따져 봤다.



“은행 대형화해야 세계 시장서 경쟁” vs “큰 은행 흔들리면 경제 전체 흔들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래서 찬성 세계적인 금융 전문지 ‘더 뱅커’에 따르면 2008년 말 기준 세계 최대 은행은 영국의 스코틀랜드 로열은행(RBS)이다. 총자산이 3조5009억 달러(4200조원)에 달한다. 영국 국내총생산(GDP)인 2조6800억 달러보다 30%나 더 많다. 한국에서 가장 큰 우리금융지주(광주은행과 경남은행 포함)의 2009년 말 총자산(277조원)의 15배가 넘는다. 세계적으로 총자산 규모가 2조 달러가 넘는 은행이 8개, 1조 달러가 넘는 은행이 24개나 된다. 한국의 GDP는 2008년 기준으로 세계 15위이지만 한국에서 가장 큰 은행의 규모는 세계 81위에 그친다.



지난해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의 원자력발전소를 수주할 때 UAE 정부는 세계 50위권 이내 은행의 공사지급보증서를 요구했다. 물론 한국에는 이런 규모의 은행이 없다. 결국 수천억원대의 보증료 수입은 고스란히 외국계 은행이 챙겨갔다. 해외에서 대형 수주를 하는 국내기업들이 흔히 겪는 일이다.



은행의 규모가 크면 여러 장점이 있다. 대표적인 게 ‘규모의 경제’다. 어떤 사업을 할 때 규모를 키워 생산을 늘릴수록 단위 생산물당 비용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은행이 영업을 하려면 직원과 지점이 있어야 하고, 전산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은행이 대형화되면 이런 고정비용에 대한 부담이 줄게 된다. 새로운 상품의 판매망도 넓힐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더 본질적인 것은 영세성을 벗어나 세계 시장에 나가 경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국적기업의 국제화 수준을 나타내는 TNI(Transnationality Index)로 비교하면 국내 은행은 11% 수준이다. UBS(76.5%), 씨티그룹(43.7%), 미쓰비시UFJ(28.9%) 등에 비해 현격히 낮다. 세계 시장에서 이런 선진 은행들과 국내 은행의 경쟁이 안 되는 이유다.



윤창현 서울시립대(경제학) 교수는 “원칙적으로 은행의 대형화는 필요한데, 핵심은 어떻게 만드는가에 달렸다”고 말했다. 현재 대형화를 하려면 은행끼리의 짝짓기가 필요하지만 어떤 식의 결합이 바람직한지는 더 논의를 해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남주하 서강대(경제학) 교수도 “대형화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다만 지금처럼 인위적이고 성급하게 논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은행끼리 인수합병(M&A)을 했을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충분히 분석하고 검토하는 게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단순히 규모를 키우는 차원이 아니라 전문성을 심화하고, 리스크(위험)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지가 대형화의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임영재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형화를 했을 때 어떤 부문에서 비교우위를 가질지 먼저 꼼꼼히 분석한 뒤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형화가 곧 경쟁력은 아니기 때문에 한국의 은행들이 어떤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는지 분석한 뒤 이에 맞는 전략을 짜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종윤·한애란 기자





이래서 반대 



‘대형화의 이익은 거의 없고, 잃을 것은 많다’. 메가뱅크를 반대하는 쪽의 논리다. 요즘은 여기에다 상황논리도 덧붙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형 금융회사들의 부실화가 금융시장과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게 확인됐다. 따라서 무작정 대형화를 한다는 것은 시대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선 금융회사가 인수합병(M&A)으로 시장점유율 10%를 넘기지 못하도록 하는 볼커룰이 추진되고 있다.



◆경제 전체의 위험성 커져=홍익대 전성인(경제학) 교수는 “대형화한 은행이 흔들리기라도 하면 금융시장과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며 “외국에선 금융회사가 커지지 못하도록 막는 방안을 고심하는데, 우리가 반대로 대형화를 추진한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2001년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을 하면서 송금수수료를 앞장서서 올렸다”며 “은행이 대형화하면 시장지배력을 남용할 우려가 있고, 이렇게 되면 금융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규모에 대한 견해도 다르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 은행들의 절대 규모가 외국은행에 비해 작은 것은 맞다”면서도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감안해 비교하면 국내 은행들의 규모가 미국 씨티그룹이나 JP모건체이스보다 오히려 크다”고 말했다.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국내 은행의 규모가 그리 작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또 “외환위기 이후 국내 은행들이 M&A로 대형화했지만 실제로 금융산업의 효율화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쟁력 강화 안 돼=구체적인 전략이 없는 대형화로는 은행 경쟁력이 강화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한성대 김정렬(경제학) 교수는 “2008년 메가뱅크 논의(우리금융+기업은행+산업은행) 때는 국내 투자은행(IB)을 키운다는 측면에서 나름대로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KB금융과 우리금융같이 비슷한 기능을 하는 상업은행이라면 대형화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대형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운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고 한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은 수익구조가 취약하고 생산성도 떨어진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형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은 뭔가 순서가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부에서 경쟁력을 높인 다음에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대형화를 이룬다면 모르지만 최근의 메가뱅크 추진 움직임은 너무 인위적”이라고 지적했다.



현실적으로 금융노조 등이 강력하게 저항할 경우 대형화를 쉽게 이룰 수 있겠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형화를 통해 시너지를 내려면 인력과 점포를 과감하게 구조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하지 못하면 대형화를 통해 비대한 공룡을 만드는 결과만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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