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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물건으로 인형만드는 ‘초록 가게’

커피물이 들어 입지 않는 옷과 죽은 나무·깨진 액자-. 이들이 이야기가 듬뿍 담긴 ‘예술 작품’으로 탄생하는 곳이 있다. 환경 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를 위해 착한 동화를 만들고 있는 ‘초록 가게’. 그곳을 찾았다.



버려진 물건으로 인형만드는 ‘초록 가게’



“버려진 것들로 이렇게 예쁜 인형이 나오다니 희망이라는 단어가 떠올라요.”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어린이가 될게요.” “지구를 위해 고민해줘서 고맙습니다.”공책을 빼곡하게 채운 글들이 가리키는 건 특별하게 만들어진 ‘인형들’이다. 이들 인형을 본 사람들은 아이와 어른 할 것 없이 그 소감을 글로 남겼다. 지난해 12월 24일부터12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형전시회’에서 사람들이 남긴 소감으로 채워진 방명록만 10권이 넘는다.



‘초록가게 되살림 센터(일산서구 주엽동·이하 초록가게)’에서 만든 이들 인형은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 생활용품을 소재로 한,이른바 ‘재활용 인형’이다. 찢어진 우산과 헌옷·오염된 천 등 버려진 것들 모두가 훌륭한 재료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기존의 재활용 제품과의 차별화를 위해 인형에 ‘이야기’라는 옷을 입혔다.



‘재활용 스토리텔링’이라 불리는 이 새로운 문화예술 장르에 도전한 사람이 초록가게 권옥희 집행위원장(49)과 안영숙(42) 디자인 팀장이다. 각각 인문학과 의상 디자인을 전공한 두 사람이 힘을 모아 버려진 물건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권 위원장은 “엄마들이 우리 주변의 재료들로 작품을 꾸민다는 사실에 감탄한다”며 “특히 다른 인형을 볼 때처럼 단순히 보는 데서 만족하지 않고 자녀들에게 동화를 들려주며 이야기를 나눌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독일인 사로잡은 전래동화 ‘해님달님’



초록가게는 지난달 독일 바이에른주에서 열린 ‘국제 인형페스티벌’에 ‘지구에게 바치는 착한 동화 해님달님’이란 제목의 작품을 출품했다. 전래동화 해님달님 중에서 오누이가 호랑이에게 쫓겨 나무 위에 올라간 장면을 표현한 이 작품은 버려진 나무와 지푸라기·호피 무늬 옷·오염된 한복 등으로 만들었다.



작품 바닥에는 동화 내용과 장면을 설명하는 글귀를 실로 수 놓았다. 동화 내용을 모르는 이들도 글을 보고 어떤 장면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 전시회와 함께 진행된‘막스오스카아놀드 인형예술상 대회’의 라이브너 하버 사무처장은 “자원 재활용과 환경보호라는 시대적 흐름에 호응해 새롭게 시도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성공적으로 전시를 마친 ‘해님달님’은 독일의 ‘한·유럽문화교류센터’에 전시돼 유럽 사람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홍보 도우미 역할을 할 예정이다.



원하는 재료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작품 제작은 동화를 고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동화 내용 중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장면을 정한 뒤 디자인한다. 그리고 디자인에 필요한 재료를 찾는다. 시중에 파는 재료들이 아니라 헌 옷이나 버려진 그릇·오염된 천처럼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 재료들을 기증받아 제작한다. 그런 만큼 필요로 하는 재료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재료가 다 모아지면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해 인형을 만든다. 작품을 넣는 액자조차도 재활용한 것들이다. 이렇다 보니 가끔은 모서리가 깨지거나 금이 간 액자에 담긴 작품들도 볼 수 있다. 안 팀장은 버려진 것들을 재창조할 때 느끼는 뿌듯함을 ‘재활용 스토리텔링’의 매력으로 꼽았다.



“고양에 재활용 마을을 세우고 싶어요”



캐릭터 인형과 재활용 제품 시장이 활성화된 데 비해 이들을 아우르는 일이 처음이다 보니 어려움도 많았다. 권 위원장은 “‘재활용 스토리텔링’이라는 장르가 생소하다 보니 예술로서 인정받고, 나아가 지자체의 지원을 얻는 것이 힘들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국제 전시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초록가게 사람들은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우리 지역인 고양시에 재활용대회를 유치하고 재활용 마을을 세우는 것이다. 이들은 재활용과 문학의 만남을 통해 고양시를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사진설명]‘초록가게’ 권옥희 위원장과 안영숙 팀장이 버려진 생활소품을 이용해 만든 인형을 보여 주고 있다.



▶문의=031-919-9905



< 송정 기자 asitwere@joongang.co.kr / 사진=최명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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