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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위기 용곡동 둥구나무 … “우리동네 수호신을 살려주세요”

“우리 동네에는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동네 어르신들은 매년 칠석날 마다 이 수호신 앞에서 제사를 올립니다. 제사가 끝난 뒤 쨍쨍한 꽹과리 소리에 맞춰 덩실덩실 춤도 추시고, 막걸리를 서로 주고받으며 정을 나눕니다. 아주머니들이 준비하는 푸짐한 음식 덕분에 어린 아이들도 이날을 기다립니다. 아버지의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아주 오래 전부터 이 동네잔치를 열었답니다. 그런데 우리의 수호신이 아파하고 있어 동네 어르신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수 백 년 된 느티나무입니다. ‘보호수’라 쓰인 표지판에는 200년 정도 됐다고 하지만 700년도 넘었을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얼른 나아서 우리 마을을 잘 지켜줬으면 좋겠습니다.”



천안시 용곡동에 보호수로 지정된 느티나무가 도로공사로 인해 고사위기에 놓였다. 왼쪽 사진 중 점선은 도로공사 후 예상되는 지면 높이. 오른쪽 사진은 느티나무를 가까운 곳에서 촬영한 모습. [조영회 기자]
천안시 용곡동에 보호수로 지정된 느티나무가 도로공사로 인해 고사위기에 놓였다. 왼쪽 사진 중 점선은 도로공사 후 예상되는 지면 높이. 오른쪽 사진은 느티나무를 가까운 곳에서 촬영한 모습. [조영회 기자]천안시 용곡동에 있는 보호수가 고사위기에 놓였다. 1982년 보호수로 지정된 이 느티나무는 수고 16m에 나무둘레 3.9m에 이른다. 수령은 200년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마을사람들은 이곳에서 매년 칠석 제사를 지내며, 쉼터로도 이용한다.



인근 하천 제방둑 공사를 하면서 현재 도로높이보다 2m80㎝ 정도를 더 높여야 한다. 이 도로 높이와 맞추게 되면 그 높이만큼 이 느티나무는 잠기게 된다. 또 바로 옆에 D건설에서 아파트 공사현장과 인근 건축물 공사 등으로 나무 주변 환경이 열악해진 상태다.



박인구(76) 용곡동 노인회장은 “마을 사람들의 추억이 담긴 공간이 사라지게 생겼다”며 “시와 건설업체가 지역 현실과 정서를 고려하지 않고 일을 추진해 이 같은 일이 생겼다”고 열을 올렸다. 그는 또 “이전에도 도포 포장 때문에 나무의 2m50㎝ 정도가 묻히게 돼 자칫 나무가 고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천안시청 관계자는 “(도로계획을 바꾸려면)아파트 설계를 변경해야 했지만 지구단위까지 바꿔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변경을 못했다”며 “안 옮기고 나무를 살리려면 배수시설을 잘 해야 하는데 이 조차도 반대하는 주민들이 있어 어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D건설 관계자는 “도로레벨이 높아져 보호수를 사업지 안쪽으로 위치 이동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마을에서도 아직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결정된 바는 없지만 조경전문 업체를 통해 이전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호수 지정은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하고 해제하게 돼 있다. 수종별 수령이나 크기, 희귀성, 보존가치 등 다양한 기준으로 지정한다. 노목(老木) ·거목(巨木) ·회귀목(稀貴木) 중 명목(名木) ·보목(寶木) ·당산목(堂山木) ·정자목 ·호안목 ·기형목 ·풍치목 등이 이에 해당한다.



글=김정규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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