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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조선 기술 앞세워 50조원 세계 레저보트 시장 노린다

경기국제보트쇼에는 베네토·페어라인·리갈 등 해외 유명 업체들이 대거 참가해 보트에서 길이 13m가 넘는 대형 요트까지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신인섭 기자
한국 요트 산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경기도 화성시 전곡항을 찾았다. ‘제3회 경기국제보트쇼’가 막을 올린 9일 서해안 고속도로 비봉IC를 빠져 나와 20분을 달리니 항구가 눈 앞에 펼쳐졌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로 색색 돛을 단 수십 척의 요트가 유유히 물을 가르고 있었다.

먼저 국내외 200여 개 업체가 보트와 각종 항해·통신장비 등을 전시하고 있는 실내 전시장으로 향했다. 가장 큰 보트에 올랐다. 프랑스산 ‘프레스티지42’다. 선체 길이 13.3m, 폭 4.2m의 대형 파워요트다. 두 개의 엔진을 풀가동하면 시속 30노트(55㎞)를 낼 수 있다. 계단을 밟고 보트 지붕에 오르자 자동차 운전석처럼 생긴 조종석과 서너 명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이 눈에 띈다. 다시 갑판으로 내려와 유리문을 옆으로 밀고 들어가자 별도의 조종석과 주방 시설, 소파를 갖춘 거주 공간이 나타난다.

배 길이가 10m를 넘는 크루저급 요트는 내부에 넉넉한 거주공간을 갖추고 있다.
갑판 아래로는 침실과 화장실이 있어 며칠씩 바다에서 지내는 것이 가능하다.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침대가 1m 높이의 받침대 위에 설치돼 있다. 침대에 앉으면 천장에 머리가 닿을 정도지만 고개만 돌리면 바로 눈 앞에 창문이 있어 답답하지는 않다. 침대 아래는 옷가지 등을 넣을 수 있는 수납 공간이다. 가격은 23만 유로(3억5000만원). 국내 수입가격은 4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프랑스산 요트를 수입하는 씨케이마린의 김영일 부장은 “비싼 요트는 수십억원씩 하지만 4~6명이 타고 연안 항해를 즐길 수 있는 25피트짜리 데이크루즈는 7000만원, 선실을 갖춘 30피트급 크루저는 1억2000만원 정도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유럽·호주 등 요트 선진국에서는 콘도처럼 배를 여러 명이 함께 소유하는 제도가 잘 갖춰진 데다 일정 회비를 내면 언제든지 배를 빌려 탈 수 있는 요트 클럽도 많다”고 소개했다.

프랑스산 캐터머랜(쌍동선)인 라군420.
요트 대중화 눈앞
보트쇼 관계자들은 고급 요트에만 관심이 쏠리는 것을 꺼려했다. 자문위원인 인하대 유흥주(생활체육과) 교수는 “요트가 비싸다, 위험하다, 어렵다는 인식이 대중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군사관학교 출신으로 30년 전부터 요트를 탔다는 그는 “경기도 요트학교 등을 이용하면 큰 비용 부담 없이 요트를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곡항 요트아카데미에서는 지난해부터 무료 요트교실을 열었다. 올해도 4월 24일부터 10월 16일까지 문을 연다.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1인당 1만원의 보험료만 내면 누구나 요트를 탈 수 있다. 이미 수강자가 3000명을 넘어섰다. 유 교수는 “학생들에게 요트를 체험하는 행사를 자주 열고 싶은데 학교에서 ‘사고가 우려된다’며 몸을 사리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연안에서 즐기면 물에 빠져 죽을 확률이 거의 없는 안전한 스포츠”라고 강조했다.

유 교수를 따라 요트 시승장으로 갔다. 딩기급 요트 20여 척으로 무료체험 행사를 진행하는 경기씨그랜트사업단의 노창래 과장은 “하루만 배워도 딩기급으로 방향을 바꿔가며 항해할 수 있고 1~2년 배우면 크루저급으로 2~3일 항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배 뒤에서 부는 순풍에 삼각 돛을 수직으로 세우고 질주하면 크루저급은 시속 30노트(55㎞)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한다. 노 과장은 “역풍이 불 때 45도 각도로 바람을 거스르며 항해하면 속도 자체는 순풍일 때만큼 빠르지는 않지만 온몸을 스치는 바람에 체감 속도는 엄청나다”고 말했다. 전곡항은 5월과 6월에 낮이면 시속 20㎞ 정도의 바람이 꾸준하게 불어 요트를 배우는 것은 물론 요트 경기에도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전곡항에서는 13일까지 세계 랭킹 1위인 영국의 이반 윌리엄스 등 정상급 팀들이 참가하는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가 열리고 있다. 2008년 첫 대회가 열린 이래 세 번째다. 예선전을 거쳐 선발된 8개 팀이 3전2선승제로 승자를 가린다. 대회를 주관하는 월드매치레이싱투어(WMRT)는 최근 2008년 코리아매치컵을 그해 열린 10개의 대회 가운데 최고로 선정했다. 상금 규모, 경기 운영 등 10개 부문을 평가한 결과다. 패트릭 림 WMRT 회장은 “자연환경과 입지, 지원 등 모든 면에서 나무랄 데가 없다”며 “2008년 대회에 대해 이제야 시상하는 것은 새로 생긴 대회라 3년간 운영 상황을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리아매치컵은 국제요트연맹(ISAF)에서 공인한 3대 요트대회 중 하나다.

경기도는 화성시 일대를 동북아의 요트 허브로 키울 계획이다. 2012년까지 화성시 전곡항과 제부항에 각각 500척 이상의 요트를 댈 수 있는 마리나를 완공하고 호텔·해양공원·스포츠센터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2020년까지는 안산시 흘곳항과 방아머리항을 포함해 여의도 크기의 90배인 2억6000만㎢에 테마파크와 해양산업단지를 갖춘다는 장기 계획도 세웠다. 김문수 경기도 지사는 “전곡항 일대는 2000만 수도권 주민이 한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데다 인천국제공항·평택항 등과도 가까워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기도 좋은 위치”라며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해양 스포츠 단지의 기초를 다지겠다”고 말했다.

요트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
세계 레저보트 시장 규모는 연간 470억 달러(50조원)로 추산된다. 상선시장 규모의 80%를 넘는다. 미국(1600만 척)을 비롯해 전 세계에 2300만 척의 요트가 보급돼 있고 매년 신규 수요만 100만 척이다. 이 분야에서 유럽이 여전히 주도권을 지키며 시장의 절반에 육박하는 21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국이 상선과 플랜트 수출로 거둬들이는 것과 비슷한 규모다. 지식경제부는 요트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2020년 세계 소형레저 선박 시장의 20%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일본 등 급성장하는 신규 시장에서 가까운 데다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는 것이 강점이다.

이번 보트쇼에는 블루갤럭시·이스타마린·현대요트·제이와이요트 등 국내 업체들이 자체 건조한 각종 요트를 선보였다. 블루갤럭시는 트라이마린(삼동선) 형태의 세일 요트인 ‘F32AX’를 내놓았다. 다중선체(멀티헐) 방식은 같은 크기의 싱글헐 요트에 비해 실내 공간이 넓은 편이다. 선체 길이가 10m를 조금 넘지만 갑판 아래에 침실과 화장실 등을 갖췄다. 김대현 과장은 “세계적인 요트 설계자인 이언 페리에의 설계를 바탕으로 생산했다”며 “돛과 엔진을 뺀 선체 가격만 1억5000만원으로 뉴질랜드산 동급 제품의 절반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요트 시장 진입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제이와이요트의 김윤영 기술연구소장은 “유럽과 미국업체의 브랜드 파워가 워낙 강한 데다 중국에서 생산해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은 30년 이상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세계 5위권의 요트 생산국으로 자리 잡은 대만과의 경쟁을 이겨내는 것이 당면과제다. 김 소장은 “우리나라의 전자와 조선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이라 한 번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해변 리조트 등에서 손님용으로 사용할 63피트 크기의 카타마란 제작에 들어간다. 내년 하반기 진수 예정인 이 배의 가격은 17억원 정도다.

반면 요트용 부품 분야는 이미 성장 궤도에 접어들었다. 삼영이엔씨의 박능출 부장은 “항해·통신장비로 러시아·중국·중동 등 신규시장을 공략해 50여 개국에 진출했다”며 “지난해 매출 410억원 가운데 60% 이상을 해외에서 올렸다”고 말했다. 아직 브랜드 파워가 약해 선진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파고들지 못했지만 연안 항해용 장비 풀세트가 500만원대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데다 품질도 수준급이어서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보트쇼를 찾은 나이지리아 베가본드의 로티미 올라델레 최고경영자(CEO)는 “해양용 전자 장비는 신뢰성이 중요한데 한국 제품을 써보니 만족스러워 이번 보트쇼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영국에 요트를 수출한다.

경기도에 따르면 세계 35개국에서 121개 업체가 제품을 전시했고 216개 업체에서 바이어를 파견했다.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었다. 1만㎡의 실내 전시장이 모자라 야외에 3000㎡의 전시장을 추가로 설치했다.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의 이계열 팀장은 “이탈리아 시텍을 비롯해 마이애미·요코하마 보트쇼가 경기 침체와 이상 기후 등의 여파로 규모가 줄어든 데 비해 경기보트쇼는 지난 4월에 참가 신청을 마감했는데도 참가 신청이 줄을 이어 대기자를 둬야 했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고 말했다. 그는 “세 번 이상 성공적으로 개최해야 신청 자격을 주는 국제보트쇼연합(IFBSO) 인증을 다음 달에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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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