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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지 않는 기업은 죽은 나무와 같다 

이채욱 사장
Q.존경받는 글로벌 기업의 두 번째 조건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꼽으셨는데, 성장이 왜 중요합니까? 공기업도 성장을 추구해야 하나요? 인프라가 고정된 공항이 어떻게 성장을 하나요? 기업이 성장을 못 하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외형에 치우친 성장은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는데요. 지속 가능한 성장의 조건은 뭔가요?

A.모름지기 기업은 성장해야 합니다. 외형이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조직이 커지고, 그래야 고용을 늘리고 조직에 몸담은 구성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죠. 기업은 성장을 멈추는 순간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무엇보다 미래가 불투명해집니다. 물론 이익을 내는 성장(profitable growth)이어야겠죠.

이런 조직의 원리는 자연의 원리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성장을 멈춘 나무가 죽은 나무이듯 성장을 멈춘 조직은 죽은 조직이라고 할 수 있죠. 경쟁사들이 성장을 지속하는데 우리 회사는 성장이 정체됐다면 상대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입니다. 기업이든 국가든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건실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은 공기업도 마찬가지예요. 성장은 모든 조직에 필수적 요소죠.

그런데 수요가 계속 늘어나면 손쉽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수요가 정체됐을 때 성장의 돌파구를 어떻게 마련하느냐입니다. 공기업은 특수 목적에 따라 설립돼 사업을 다각화하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인천국제공항의 브랜드 파워를 높여 해결했습니다. 세계 공항 서비스 평가에서 5연패를 해 우리 브랜드를 자산화한 것이죠. 그 덕에 우리의 공항 운영 노하우를 외국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이라크와 컨설팅 용역 계약을 맺었는데 이에 따라 5년간 운영 관리, 정보통신, 구조 소방 등 6개 분야에 걸쳐 전문가를 파견해 이 나라 아르빌 국제공항의 운영을 지원합니다. 이 계약으로 우리 공사에 31개의 고급 일자리가 생겼습니다. 노하우 수출은 최근까지 프랑크푸르트 공항, 파리 공항, 암스테르담의 스히폴 공항 등 선진국 공항들이 하던 일이죠.

중국·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필리핀 등과도 노하우 수출과 관련한 협의를 하고 있습니다. 이라크에 대한 노하우 수출 액수가 400억원에 이르는데 우리의 경험을 파는 것이니 물건 하나 갖다 주는 게 없습니다. 소프트웨어 수출이라 수익률이 굉장히 높은 비즈니스죠. 프라포트(프랑크푸르트 운영사)·파리공항공단 등은 수익의 10~15%를 해외에서의 운영을 통해 거둬들입니다. 해외 공항 운영 수익 규모가 우리가 내는 수익보다 더 커요. 그야말로 알짜배기 사업이죠.

우리도 과거엔 그렇게 돈 내고 배웠습니다. 런던 히스로 공항을 둘러보는 데 1인당 몇백 파운드를 지불했고, 지난해 국제공항 평가에서 인천공항에 이어 2위를 한 싱가포르 공항에 한 수 가르쳐 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싱가포르 공항 측에서 사장을 비롯해 관계자들이 팀을 이뤄 며칠 동안 우리에게서 노하우를 배워 갔습니다. 우리 공사 내부에서 노하우 제공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지만 1등 공항답게 과감하게 보여 주기로 했죠.

세계 공항 서비스 평가를 주관하는 국제공항협의회는 2007년 인천공항을 글로벌 교육 허브로 지정했습니다. 동아시아 회원국을 대상으로 공항 건설과 운영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게 된 거죠.

우리 공사는 또 성과 지향적인 조직으로 바꾸기 위해 하부 조직의 브랜드를 변경했습니다. 예를 들어 운영본부는 영업본부로, 관리본부는 경영지원실로 고쳤습니다. 영업본부 밑엔 마케팅팀을 뒀습니다. 공기업 중 마케팅팀이 있는 곳으로는 우리 공사가 거의 유일할 거예요. 이렇게 브랜드가 바뀌면 구성원들의 사고 방식이 달라집니다. 단적으로 영업본부라고 할 때 비로소 소속원들에게 영업 마인드가 생깁니다.

우리 마케팅팀에서는 실제로 마케팅을 합니다. 일본과 중국의 여러 도시를 찾아 나리타 공항과 베이징(北京) 공항 대신 인천공항에서 환승하면 어떤 이점이 있는지 설명합니다. 시간과 경비가 절감될뿐더러 더 좋은 환승 라운지와 면세점을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합니다. 실제로 베이징 공항 대신 인천공항에서 갈아타면 다섯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나리타 대신 인천공항을 이용하면 두어 시간 세이브하고 비용도 100만원 줄일 수 있죠. 그 덕에 지난해 상반기 국내 항공 수요가 10% 이상 줄었지만 외국인 수요는 20% 이상 늘어났습니다. 우리의 경쟁 상대는 나리타와 간사이 공항, 베이징 공항입니다.

지난 3월부터 국제선 환승객에게서도 1만원씩 공항 이용료를 받습니다. 환승객 수가 520만 명가량 되는데 99%가 외국인입니다.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약 500억원의 추가 수익을 올리는 셈이죠. 성장을 추구하는 마케팅의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 항공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공항 주변 부지를 패션 아일랜드, 컨벤션센터, 쇼핑몰 등으로 개발하려고 합니다.

성장하는 조직이 되려면 무엇보다 구성원들이 성장에 대한 마인드를 갖춰야 합니다. 영업부서뿐 아니라 모든 부서의 전 구성원이 성장형 리더(growth leader)가 돼야 합니다. 성장형 리더란 성장에 도움이 되는 사고를 하고 그런 방향으로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이들은 대외지향적이고 상상력을 발휘하는 한편 생각이 분명합니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일뿐더러 포용력도 있는 사람들이죠. 주변 공항에서 환승객을 끌어들여야겠다는 생각, 주변 부지를 개발해야겠다는 발상은 회사의 성장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하기 어렵습니다. 성장은 영업본부처럼 성장을 직접 견인하는 부서 사람만 관심을 기울인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경영지원실 사람들은 그들대로 성장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지원을 하고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를 제거해 나가야 합니다.

성장을 추구하는 데도 룰이 있습니다. 우선 조직이 감내할 만한 속도라야 합니다. 요즘 민간 기업들이 인수합병(M&A)을 많이 하는데 조직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면, 일부 사례에서 보듯 모기업이 흔들릴 수 있어요. 또 공기업의 경우 설립 목적에 부합해야 합니다. 가령 한국전력 같은 회사가 건설업에 진출할 수는 없어요.

회사가 성장을 멈추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한마디로 미래가 없는 회사로 전락하고 맙니다. 신바람이라고는 기대할 수 없고, 몸담고 있는 구성원들이 불안해하게 되죠. 조직이 성장해야 개인도 성장에 대한 열망을 키울 수 있습니다. 성장하지 않는 조직에서는 승진도 기대할 수 없어요. 결국 조직이 고인 물처럼 썩고 맙니다.

GE는 성장을 하나의 프로세스로서 관리합니다. 기술·세계화 등을 성장을 견인하는 요소로 보고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거죠. 지속 가능한 성장이 되려면 여기에 투명성 등 윤리적 요소가 가미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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