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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장벽, BBB로 넘자

외국에 나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언어장벽’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말이 통하지 않고 아는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의 막막함이란 암흑 속을 홀로 걸어가는 기분이 아닐까.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780만 명. 국내 거주 외국인도 12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에 머물거나 생활하면서 높은 언어장벽을 경험하고 있다.

외국 관광객의 경우 가이드가 함께하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교통·숙박·쇼핑 등 여행 기간 내내 언어 문제에 부딪힌다. 외국인들이 길거리에서 외국어로 도움을 청하면 어떤 이들은 당황해 황급히 지나가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도와주려고는 하지만 말이 안 통해 답답해한다. 영어권 외국인이 아닌 경우 이러한 상황은 더욱 심각한 형편이다.

한국으로 시집 온 며느리를 둔 다문화가정에서는 ‘언어 차이’가 잠깐의 불편함이 아니라 부부간, 고부 간 오해와 갈등을 야기하기도 한다. 동일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 간 결혼 생활도 서로를 이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하물며 전혀 다른 문화와 언어로 수십 년간 살아온 사람들은 오죽하랴.

코리안드림를 품고 한국에 온 이주 노동자들 중에서는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자신의 입장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채 그저 참고 지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언어 차이로 인한 불편함은 비단 외국인들만 겪는 문제가 아니다. 외국인들에게 물건을 팔아야 할 상인들은 충분한 설명을 해야 물건을 팔 수 있고 이주 여성과 결혼한 한국 남성들,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들도 원활한 의사소통은 절실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급속하게 다문화사회로 옮겨 가는 우리나라에서 외국인들은 이제 낯선 이방인이 아니라 우리의 이웃으로 가까워졌다. 언어장벽을 허물고 이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

2002년 서울 월드컵 때 시작된 ‘BBB (Before Babel Brigade) 통역봉사 서비스’는 원활한 언어소통을 돕는 인프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현재 BBB는 17개 외국어에 능통한 37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통해 밤낮 없이 하루 24시간 통역봉사 서비스를 제공한다. 내·외국인 누구든지 언어소통이 필요한 때 1588-5644로 전화하면 17개국 언어 중 해당 언어 통역봉사자에게 자동 연결돼 도움을 받을 수 있다.

BBB를 활용함으로써 지난해 한 해 4만 건이 넘는 언어 문제가 해결됐다. 어떤 다문화가정 부부는 BBB 통역봉사자의 권유로 싸움 도중 오해를 풀 수 있었고 등산 도중 조난당한 어떤 외국인은 BBB에 전화해 무사히 119 구조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또 사업주와 갈등을 빚던 어떤 이주노동자는 BBB 봉사자의 도움으로 원만한 합의를 통해 서로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해 왔다.

BBB 통역봉사 서비스는 택시·병원·식당·경찰서·다문화가정 등 어느 곳에서건 이용이 가능하다. 외국인과 언어소통이 필요한 상황이 생긴다면, 또 해외여행 중 말이 안 통해 어려움을 겪을 경우 BBB(1588-5644)로 전화해 언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BBB의 꿈은 언어장벽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현재 인천공항,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경기도 안산시 등에서 BBB의 활용이 매우 돋보이고 있다. 언어장벽 없는 한국, 그것을 자원봉사 네트워크로 이뤄간다면 얼마나 장한 일인가!

한국에서 시작된, 세계 유일의 BBB를 한국을 방문하는 모든 외국인이 알게 하고 또 온 국민이 활용하게 되면 한국은 세계에서 ‘언어장벽 없는 나라’로 크게 주목받게 될 것이다.

외국 관광객 유치는 물론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꿈을 안고 언제 어디서나 기쁜 마음으로 자신의 휴대전화를 통해 통역봉사를 하고 있는 BBB 봉사자들에게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를 표하고 싶다.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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