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복지지출과 공짜는 다르다

‘복지투자’란 말이 제법 널리 쓰인다. 사회복지가 소모적 지출이 아니라 경제와 사회의 장기적 성장을 위한 밑천이 된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 ‘퍼주기 복지’와 ‘성장 만능’의 아둔한 이분법을 넘어 다행이다. ‘투자로서의 복지’를 몰라준다며 답답해하던 분들께는 늦게나마 반가운 일이다.

복지지출은 일과 삶의 현실을 개선해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저출산 고령화사회의 현실에서 출산과 육아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장기적 인력 수급이 가능하다. 여성 인력 활용도 가능해진다. 불편한 노인을 위한 의료와 간병 지원이 있어야 가족들도 맘 편히 일하러 나갈 수 있다. 고용 훈련 정책을 통해 달라진 산업현장에 적응할 기회를 만들면 더 많은 사람이 일할 수 있다. 복지지출은 사회적 안정을 통해서도 지속적 성장에 기여한다. 삶의 희망을 잃은 이들에겐 남 탓, 세상 탓이 더 와 닿고, 양극화로 불만과 증오가 자라면 민주사회의 제도들은 무력해진다.

복지투자를 일과 삶의 현실을 개선해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일로 생각하면 정책의 범위는 훨씬 넓어진다. 약자 배려를 위한 사회보장에 더해 먹고살 만한 분들의 교육·직업·의료 문제까지 확대된다. 기업 수준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 고유의 역할이고, 사람의 생각과 감성이 가치의 중심인 ‘지식기반 사회’에서 합당한 처방이다. 그러나 복지지출이 진정한 의미에서 투자가 되려면 생각할 점도 있다.

첫째는 투자의 가치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돈은 아껴 써야 하며 이왕 쓰려면 제대로 써야 한다. 복지는 착한 일이니 무조건 도와야 한다는 편견은 금물이다. 돈을 어디 썼는지도 모르고 ‘관계자’만 많은 비효율적 전달체계도 용인될 수 없다. 약자를 위한 배려를 넘어 투자로서의 복지를 얘기한다면 다른 투자들과의 균형도 중요하다. 복지는 사람의 일이니 지고지선(至高至善)이고 다른 일은 ‘시멘트 투자’라고 매도할 순 없다.

둘째는 합리적 목표와 실행계획이다. 국가가 복지의 모든 것을 한순간에 해결할 수 없다면 결국 선택과 시간계획이 필요하다.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은 무엇이며 어떻게 바꿔 갈지, 개인의 부담은 어떻게 가져갈지 일과 삶의 구체적 내용들을 놓고 답을 찾아야 한다. ‘XX주의’ ‘XX국형’ 같은 모호한 말만 슬로건으로 난무해선 곤란하다. 경제와 사회의 미래 모습과 재정구조를 입체적으로 고려하지 못한 계획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셋째는 차별화된 전략이다.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보장은 꼭 필요한 이들에게 쓸모 있게 주어져야 한다. 대충 ‘서민’을 내세우면 돈이 나가는 선심 정책, 모두를 돕는다며 푼돈으로 생색만 내는 부실 정책은 곤란하다. 돈을 더 쓰더라도 나은 서비스를 받으려는 이들을 위해선 자기 부담의 원칙과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건강보험의 예를 보자. 더 많은 이에게 혜택을 주자니 돈이 없다. 의료 수가를 쥐어짜니 병원은 빠져나갈 방법을 만든다. 결국 큰 병엔 도움이 안 되는 ‘감기보험’이란 푸념이 나온다. 자기 돈 내서라도 더 보장받기도 쉽지 않다. 이미 특약이 곳곳에 있고 외국 병원이 영업을 하는 데도 공공성의 원칙이 문제가 된다. 서민들 쓰라고 준 차는 자전거만도 못 하고 다른 차 타려면 집을 팔아야 하는 꼴이다.

약자를 위한 의료 보장은 큰 병 몇 가지라도 걱정 없게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무상의료든 무상급식이든 불가능한 것은 없다. 다만 공짜는 어디까지 해당되는지, 그 돈을 어디서 마련하며 다른 일에 비해 왜 더 중요한지 설명해야 한다.

함께 사는 세상에서 약자에 대한 배려는 꼭 필요하다. 복지지출이 이를 넘어 성장을 위한 투자가 되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공허한 슬로건, 억지와 편견을 감시하는 실력도 필요하다. 이것이 모여 한 사회의 복지 역량을 이룬다.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태그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