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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오늘 ‘유쾌한 도전’시작 … 두려워 말고 맞서세요

신문을 펼쳐도, TV를 틀어도 온통 월드컵 물결이다. 드디어 그리스전의 날이 왔다. 나는 월드컵의 ‘월’자만 들어도, 그리스의 ‘그’자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16강전의 향방을 가름하는 게 그리스전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남편(허정무 감독)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어제(10일·한국시간) 그리스와의 경기가 열릴 포트엘리자베스에 도착한 남편은 “선수들 다 괜찮아. 잘할거야” 하며 도리어 나를 안심시켰다. 나는 경기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경기를 앞두고 공연히 남편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다.

TV를 통해 본 남편의 표정이 밝아서 다행이다. 선수들이 킥을 하는데, 뒤에서 활짝 웃고 있다. 어찌나 얼굴이 좋은지 지인들이 나에게 전화를 해서 “허 감독님, 보톡스 맞았어요?” 하고 묻는다. 그리스전이 끝나고도 저런 얼굴로 웃을 수만 있다면. 나는 또 마음속으로 기도를 한다.

이번 한국 대표팀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역대 최강의 팀’이라고들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주역이었던 박지성·김남일·이영표 선수는 이제 다들 30줄의 고참이 돼 팀을 이끌고 있다. 이 선수들이 형처럼 후배들을 다독이며 팀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그 덕에 선수단이 똘똘 뭉쳐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뛴다고 들었다. 참 고마운 일이다.

특히 주장 박지성 선수는 참 든든하다. 그라운드 안에서 남편을 대신해 선수들을 잘 보살펴 준다. “정말 힘들겠지만 달리면서 선수들한테 얘기도 많이 해주고, 파이팅도 해주세요. 잘할거라는 것 알고 있어요. 건실하고 책임감 있고, 참 든든합니다.” 이게 박지성 선수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재작년 ‘유로 2008’(유럽축구선수권대회)이 한창일 때, 중앙일보에 연재된 ‘차두리의 ㅋㅋㅋ’를 재미나게 읽었다. 제1회가 지금 그리스를 이끄는 오토 레하겔 감독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때는 그냥 재미있게 읽고 넘어갔는데, 지금 생각하니 의미심장한 부분이 많다. 레하겔 감독이 그렇게 덜렁대는 성격이라니. 레하겔이 독일 분데스리가 감독 시절, 외국인 선수를 3명까지 기용할 수 있는데 덜렁대다가 4명을 그라운드에 내보냈다. 그러다 심판한테 발각될까봐 갑자기 한 선수에게 ‘꾀병’을 부리라고 지시해 교체시켰단다. 이 장면이 독일 TV에 한동안 나와 시청자들이 배꼽을 잡고 웃었다고 한다. 이번 그리스전에도 그런 실수 좀 해주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든다.

어제 그리스팀 숙소에 도난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지인들이 “경기를 앞두고 우리한테 좋은 징조 아니냐”고 하는데, 나는 왠지 남의 불행에 기뻐할 수가 없다. 혹여 죄가 돼 남편한테 전가될까봐 남의 불행도 내 불행처럼 생각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심판을 두고도 기도한다. 그리스전 주심을 맡은 뉴질랜드 출신 헤스터 심판이 우리와는 악연이라는 소식을 들은 뒤부터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때 우리에게 불리하게 판정을 했다던데, 이번에는 정상적으로 게임이 운영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기도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나는 ‘길거리 응원’을 즐기지 못했다. 남편한테는 시련의 시기였던 까닭이다. 그때는 그 응원을 즐기는 축구팬들이 참 부러웠는데, 막상 남편이 대표팀 감독을 맡으니까 또 길거리에 응원을 나갈 수가 없다. 길거리 응원이라니. 가족의 일이라도 그렇게 열심히 하기 힘든데, 월드컵 16강을 향한 국민의 염원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단지 축구가 좋아서 그렇게 응원을 해 주시다니, 선수들한테도 얼마나 힘이 될까. 국민 한 분 한 분께 정말 감사하는 마음이다. 대표팀이 16강에 올라가면 큰절이라도 올리고 싶다.

친한 사람들이 “TV 응원을 우리와 함께 하자”고 전화를 많이 한다. 나는 완곡히 거절하고 있다. 얼마 전 중앙일보 시리즈에서도 밝혔듯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보면 가슴 졸이는 시간에 방방 뛸 수가 없고, 골이 들어가도 맘 놓고 기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위가 남아공에 가는 바람에 우리 딸도 그리스전을 혼자 보지만, 이런 나를 알기에 같이 보자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 나는 그냥 안방에서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혼자 뛰어다니면서 응원을 할 거다. 그리스전에 이기면, 어쩌면 너무 기뻐서 쓰러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좋다. 우리가 이길 수만 있다면.

‘유쾌한 도전’이 오늘 시작된다. 우리 대표팀 모두모두 즐겁게, 열심히 뛰어주길 바란다. 두려움은 잊고 자신감으로 떨쳐 나갔으면 한다. 대한민국 파이팅이다.

정리=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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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