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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석 칼럼] 우리에겐 왜 톰 웨이츠가 없지?

‘음악의 저수지’ 블루스(하)

언제부턴가 젊은 가수들 사이에 흑인음악이 초강세다. 펑크·힙합·랩·리듬앤블루스(R&B) 등이 모두 그 쪽이다. 그들이 노래하는 걸 유심히 보라. 옛날처럼 한 음 한 음 얌전하게 부르지 않고 요란하게 목을 꺾고 흔든다. 풍부한 표현과 소울풀한 맛이 주특기인 흑인음악 창법이다. 사실 20세기 모차르트·베토벤인 비틀스·밥 딜런·엘비스 프레슬리도 흑인음악, 즉 블루스에서 출발했다. 이를테면 비틀즈의 초기 음악은 척 베리의 R&B 영향을 받았으니 블루스는 ‘음악의 저수지’로 손색이 없다.

록의 탄생 자체가 1950년대 백인 팝음악과 블루스의 만남에서 나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블루스가 뭐지? 아메리카대륙으로 팔려온 흑인들의 노동요다. 우리네 민속악의 들노래·선소리와 같다. 목을 꺾는 창법에 거친 사운드까지 붕어빵이다. 그렇게 꽥꽥대는 샤우트(shout)나 삶의 고통을 노래한 노동현장, 도시빈민의 블루스가 어떻게 우리시대 대중음악을 사로잡았을까? 그것이야말로 20세기 최대의 문화 퓨전이자, 아프리카문화의 큰 공헌이라는 게 내 판단이다. 대중음악은 더 이상 동시대 음악이 아닌 클래식을 제치고 등장한 음악이라서 더욱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에 비한다면 19세기 클래식은 곱고 예쁜 사운드 즉 유포니(euphony)에 너무 집착했다. 깨끗한 바이올린 소리 등 ‘타일 같은’ 표준화된 사운드만을 사랑한다. 창법도 거친 소리를 배제한 벨칸토(아름다운 소리)를 편애한다. 그게 진부해졌기 때문에 대중이 훌쩍 떠나버린 것인데, 사실 클래식이 말하는 세련미란 울림이 크지 못하다. 잘 해보니 근대적 에고(자아)를 담아내는 파리한 세계다. 그런 클래식과 기존의 진부해진 대중음악에 블루스의 진솔함, 거친 사운드란 새로운 세계의 등장이 분명하다. 재즈의 듀크 앨링턴 밴드가 정글 사운드, 즉 악기들의 울부짖는 사운드로 성공했음을 상기해볼 일이다.

루이 암스트롱이 허스키한 목소리를 선보였을 때의 충격을 이 분야의 고전적 저술 『재즈 북』의 저자 요하힘 베렌트는 이렇게 말한다. “(그의) 거친 노래는 1920년대 감상자들을 경악하게 했다. 아직도 빅토리아 시대의 정서와 부르주아적 위선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감히 직설적으로 자기 느낌을 표현하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127쪽)

지난 번(5월 28일자 27면) 소개했던 톰 웨이츠는 더 지독하다. 훨씬 더 거친 목소리이며, 블루스를 읊조리던 흑인처럼 웅얼웅얼 대지만, 안에 진솔한 생명력이 숨 쉬고 있다. 그래서 매력이다.

문제는 톰 웨이츠에 대한 열광이 아니라 이 땅에서 음악 하는 자세다. 제법 재미있게 논다고 하는 홍익대 앞 인디밴드에서 왜 2000년대 한국의 톰 웨이츠가 나오지 않는 것일까? 서구문화에 ‘음악의 저수지’ 블루스가 있다면, 우리문화에도 블루스도 있다. 그게 판소리·민요를 포함한 민속악이다. 이런 유산을 가지고 한류(韓流)에 값하는 21세기형 문화상품은 왜 못 만들까? 지난 세기 한국문화사는 이식·모방의 과정이었지만 이젠 때가 됐다. 크고 멋진 그 무엇이 나올 때다. 톰 웨이츠, 그의 음악을 듣고 즐기는 것은 한국 대중음악의 오늘과 내일을 생각하는 행위다.

조우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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