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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 지겹더라도 60년 분단 세월에 관심 갖자”

소설가 이호철씨는 대표적인 분단문학 작가다. 그는 “소설이 통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김정일을 감동시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포토]
대표적인 분단문학 작가인 이호철(78)씨가 50년 넘는 문학인생을 정리한 『선유리』(미뉴엣)를 펴냈다. 공교롭게도 60년 전 한국전쟁이 일어난 6월이다. 함경남도 원산 출신인 이씨가 처음 인민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국군에 포로로 붙잡힌 뒤 부산에 정착한 얘기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이씨는 1974년 문인간첩단 사건, 80년 김대중 내란 음모사건 등에 연루돼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이런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소설에 담아 이씨는 대표적 분단문학 작가로 꼽힌다.

그러니 이 6월, 이씨 문학의 중간 결산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책에는 ‘이호철 소설 독회록’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2006년 9월부터 2년간 경기도 고양시 선유리에 있는 이씨의 작업실 마당 느티나무 아래서 한 달에 한 차례씩 개최한 소설 독회 녹취록을 책으로 펴낸 것이다. 55년 등단작인 단편 ‘탈향’부터 장편 『소시민』 등 이씨의 대표작 20여 편을 다뤘다.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씨는 “대표작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으니 스스로 대견하다”고 했다.

독회 현장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책 속 글들은 구성 방식이 일정하다. 이씨가 소설의 일부분을 낭송한 후 집필 계기, 일화, 반응, 당시 시대상황 등을 설명하고 참석자들과 문답을 주고받는 식으로 매 꼭지가 구성된다. 작가 지망생이 참고할 만한 문학교재이자 일반인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단 야사 같은 느낌도 준다.

이씨는 60년대 중반 한 일간지에 연재한 장편 『서울은 만원이다』로 ‘세태소설 작가’라는 타이틀도 얻는다. 이 소설은 소설가 김병총씨의 사회로 독회를 했다. 두 사람의 대담을 통해 연재를 시작한 66년 서울의 인구가 380만 명이었다는 점, 68년 서울의 전차와 종로 공창(公娼)이 없어졌다는 사실 등 당대의 흥미로운 풍속화가 그려진다. 영부인 육영수가 지방 행사 후 자신이 건넨 따뜻한 감사의 말 한 마디에 왈칵 울음을 터뜨리는 것을 보고 차지철 같은 권력형 인간만 보다가 말랑말랑한 사람을 보니 그랬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대목도 나온다. 소설 제목, 주인공 이름을 두고 고뇌하는 작가 이호철의 모습도 보인다.

『서울은 만원이다』 꼭지에는 연재 당시만 해도 신문소설의 문학성을 낮춰 봤으나 요즘은 생각이 바뀌었다고 밝히는 대목이 나온다. 간담회에서 이씨는 “그렇더라도 나를 세태소설가로만 치부하는 것은 못마땅하다”고 말했다. 최고의 작품은 역시 전쟁·월남 체험을 담은 연작 장편 『남녘사람 북녁사람』이라는 것이다.

이씨는 “90년대 중반에 출간된 이 책이 독일·러시아·프랑스·헝가리 등 전 세계 10개국에 번역됐다”고 소개했다. 특히 몇 해 전 과거 동독 지역에서 연 문학행사에서는 한 주부 독자가 ‘어떻게 소설 속에 나타난 공산화 전 북한의 모습이 공산화 전 동독과 그렇게 똑같을 수 있느냐’며 감격하더라고 했다.

이씨는 이 같은 반응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머리로 글을 쓴 게 아니라 실제 그 시절을 살아낸 체험을 바탕으로 썼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 독자들이나 작가들 모두 통일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일제 시대보다 긴 60년 분단세월을 보내고 있어 지겹더라도 통일에 관심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씨는 이산가족이다. 열 살 어린 여동생 영덕씨가 아직 고향 땅인 원산에 살고 있다. 그는 “한 달 전에도 일본을 통해 동생에게 5만엔을 송금했다”고 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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