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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건축 거장 20명, 마음속 설계도를 공개하다

나는 건축가다
한노
라우테르베르크 지음
김현우 옮김, 현암사
276쪽, 1만2500원


세계의 건축 거장을 찾아 다니며 인터뷰하던 독일 ‘슈피겔’ 잡지의 기자가 브라질의 국민 건축가 오스카르 니에메예르(103)를 만났다. 이 고령의 건축가는 기자에게 천연덕스럽게 “건축은 중요하지 않다”며 대신 문학과 우주에 대해, 그리고 여자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너스레를 떤다. 삶에 방점을 찍고 있는 노 건축가의 철학이 잘 드러난 대목이다.

그를 만났던 ‘슈피겔’의 기자가 바로 책의 지은이다. 기자 입장에서 그가 부럽지 않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일 테다. 전용 비행기까지 갖고 있는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를 만나 맨체스터의 빈민가에서 보낸 어린 시절 얘기를 직접 들었다. 테이트 모던 미술관을 설계하고 상종가를 달리고 있는 자크 에르조&피에르 드 무롱도 만나고, 프랭크 게리와 렘 콜하스, 자하 하디드, 페터 춤토르 등 쟁쟁한 건축가 20명을 만났다. 각각의 인터뷰는 ‘좋은 건축’ ‘현대 건축’에 대한 생각, 요즘 건축 현장에서 느끼는 것, 영감을 주는 것과 작품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 등이 각기 자기 색깔을 내세운 그들의 건축물만큼이나 다채롭다.

“건축은 상상력이야.” 건축가 오스카르 니에메예르(103)는 스승 르 코르뷔지에(1887~1965)의 이말을 가슴에 새기면서도 자신은 그의 건축 양식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사진은 니에메예르가설계한 브라질 니테로이의 현대미술관(1999). 브라질의 랜드마크다. [현암사 제공]
기자가 포스터의 건축에 묻어난 ‘항공기 미학’의 요소를 지적하자 그는 “비행이라는 낭만적인 개념이 나를 놔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비행기, 우주동체, 무중력 상태, 공중에서 바라보는 드넓은 시야 등이 자신을 매료시킨다는 설명이다. 이라크 출신의 여류 건축가 자하 하디드는 확실히 ‘강성’(强性)이다. 낙천주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건축을 찾는다고 자부한다. 렘 콜하스는 아이콘에 집착하는 미디어, 허영과 상업 논리만 추구하는 왜곡된 건축 환경에 대해 일갈한다. “여러 도시가 남의 눈을 끌어야 한다는 신드롬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한 그는 “실제로 이들은 문화가 아니라 외형과 마케팅에 투자한다”고 꼬집었다.

건축을 대하는 태도도 흥미롭다. 스위스 건축가 페터 춤토르는 “건축은 음악과 같은 것”이라며 “내면의 소리에 자신을 맡겨 설계한다”고 말했다.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를 건축한 이오 밍 페이는 “건축이란 공간을 조각하는 일”이라는 말을 들려준다.

책은 현대 건축에 대한 쟁쟁한 토론이면서 장인들의 자질과 인간적 매력을 드러내주는 생생한 보고서다.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한 프랭크 게리의 작품에 대한 동료 건축가들의 은근한 비판을 듣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포만감을 주는 화려한 언어로 차려낸 성찬의 주제는 건축의 가치다. 그래서 책은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서 삶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우리가 어떻게 살기를 원하는지,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지를 이들은 서로 묻고 답한다. 차 한잔을 든 가벼운 마음으로 거장들의 인터뷰 현장에 참여한 기쁨을 만끽한다는 건, 역시 책이 줄 수 있는 호사를 누리는 일이다. 원제 Talking Architecture.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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