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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홍의 소프트파워] 대한민국을 응원하라!

#공은 둥글다. 어디로 튀고 어디로 구를지 모른다. 우리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까지 오를 줄 꿈엔들 생각이나 했었는가. 하지만 우리는 당당히 4강에 올랐다. 히딩크가 이끌었던 태극전사들의 투혼도 투혼이었지만 세상을 더욱 놀라게 했던 것은 우리의 응원이었다.

#더구나 이번 월드컵 공인구(公認球) ‘자블라니’는 더욱 둥글다. 축구공 하면 떠오르는 검은색 오각형 12개와 흰색 육각형 20개를 꿰매 만든 1970년 멕시코 월드컵 공인구 ‘텔스타’가 둥근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32면체의 구형일 뿐이었다. 32면체 축구공은 2002년 한·일 월드컵 공인구 ‘피버노바’ 때까지 그대로 유지되다가 2006년 독일 월드컵 공인구 ‘팀가이스트’부터는 월드컵 트로피를 둥글게 단순화한 모양의 6개 조각과 삼각 부메랑 모양의 8개 조각을 접합시킨 14개 조각의 구체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것이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3D(3차원) 곡선 형태의 8개 조각을 이어 붙여 가장 원형에 가까운 공으로 거듭난 것이다. 그렇다. 공은 더욱 둥그래졌고 축구의 대륙별·국가별 실력 차는 간발의 차에 불과하다. 그만큼 월드컵에서의 승패는 더욱 가늠하기 힘들어졌다.

#1974년 7월 3일 남아공의 더반에서 당시 24세의 홍수환이 아널드 테일러를 15회 판정승으로 누르고 세계복싱연맹(WBA) 밴텀급 챔피언 벨트를 거머쥐었다. 그는 여전히 멀리 들리는 국제전화로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라고 말했다. 그러자 수화기 저 멀리서 응답이 도착했다. “그래, 대한국민 만세다!” 그 후 두고두고 이 두 마디는 사람들 입에 끊임없이 오르내렸다. 챔피언을 먹은 아들과 대한국민 만세라고 화답한 엄마. 36년 전 바로 그 현장이었던 남아공에서 다시 한번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와 “그래 대한국민 만세다!”가 울려 퍼지길 간절히 소망해본다.

#지난 2월 밴쿠버 겨울 올림픽에서 김연아,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 이정수 등이 금밭을 일구며 낭보를 전해왔을 때 대한민국은 스스로를 대견해했다. 우리가 이만큼 컸구나 싶었다. 하지만 얼마 안 지나 대한민국은 만신창이가 됐다. 천안함 사태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더욱 그렇다. 부끄럽다. 이 정도의 나라였나 싶을 정도다. 우주강국을 꿈꾸며 나로호도 발사되긴 했지만 폭발 후 추락했다. 두 번째 실패다. 6·2 지방선거 이후 집권여당과 청와대, 총리실 할 것 없이 이 나라를 책임지고 있다는 사람들이 보여준 책임 공방전은 거의 추태에 가깝다. 게다가 ‘작전계획 5027’이 현역 장성에 의해 간첩 손에 넘어갔다는 소설 같은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마저 접하니 이런 정부와 군이 전쟁을 결심하니 뭐니 했던 것 자체가 우스워진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한 방에 걷어치우고 우리 안의 뭉개진 자존심을 다시 일으켜 세우며 갈가리 찢어진 우리를 다시 하나 되게 만들 것이 있다. 다름아닌 월드컵이다. 그것을 통해 우리 안의 묵은 찌꺼기들을 떨쳐버리자. 새로운 에너지를 재충전하자. 우리 모두의 기운을 모아 새롭게 일어서 보자. 그리고 목청 터져라 외치자. “대~한민국!”

#허정무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이끄는 2010 남아공 월드컵 대표팀 23인의 태극전사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본다. 이운재, 정성룡, 김영광, 조용형, 이정수, 강민수, 김형일, 이영표, 차두리, 오범석, 김동진, 박지성, 이청용, 기성용, 김재성, 김남일, 김정우, 김보경, 박주영, 이동국, 안정환, 이승렬, 염기훈. 이들을 고(故) 한주호 준위와 46인의 천안함 전사 수병들의 넋마저도 응원할 것이다. 그러니 살아있는 모든 이들이여 대한민국을 응원하라! 그래서 대한민국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떨치자. 그리고 대한민국은 몇몇 위정자들의 나라가 아니라 우렁찬 함성으로 하나되는 국민이 견인하는 나라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자.

정진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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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