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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에게 묻는다

여권(與圈)의 지방선거 후유증이 심각하다. 선거 패배를 둘러싸고 ‘네탓’ 타령의 책임 전가(轉嫁) 싸움만 요란할 뿐 내부 혼란상을 추스르는 움직임도, 이렇다 할 국정쇄신의 방향 제시도 없다. 청와대와 여당과 총리실이, 친이와 친박이 이리저리 뒤엉켜 낯부끄러운 소음만 내고 있다. 초선 의원들은 연판장을 돌리고, 정운찬 총리를 둘러싸고 음모론까지 나온다. 그야말로 콩가루 집안이다. 이러고도 국정(國政)이 제대로 굴러갈 것인지 국민은 불안하기만 하다.

하루빨리 가닥을 잡아나가야 한다. 혼란을 정리하고 중심을 잡을 사람은 대통령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공개되지 않은 자리에서 “이번 선거 결과를 성찰(省察)의 기회로 삼고,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자”는 말을 한 뒤 침묵을 지키고 있다. 구체적으로 누가 무엇을 반성하고 살펴야 한다는 건지 모르겠다. 대통령은 중요 국면에서 국민에게 입장을 밝히는 기본적인 정무(政務)를 너무 소홀히 하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물론 전면적인 쇄신을 위해서는 숙고할 내용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인식과 방향은 밝히고 넘어가는 것이 수순이요 도리다.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니 정작 표를 던진 유권자는 무시당한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여권의 혼란도 결국 대통령의 침묵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우선 대통령에게 다음 세 가지만이라도 명확한 입장을 밝혀 주기를 당부한다.

첫째, 이번 선거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야권에 표를 던진 상당수 유권자는 살림살이가 나아질 것이란 기대가 배신당했다고 한다. 소통을 거부하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데 대한 불만도 이야기한다. 여당의 선거 패배는 무엇 때문이며, 투표에 나타난 민의(民意)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름대로 확인한 민의가 있다면 그걸 어떻게 수렴할 것인가.

둘째, 동력(動力)을 잃은 주요 국책사업은 어떻게 할 것인가. 세종시 원안 추진을 요구하는 후보들이 충청권을 장악했다. 여권 내 친박 세력도 원안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세종시 원안의 문제점을 여러 차례 지적해 왔지만 선거 결과로 수정안에 대한 추진 동력이 많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세종시 수정안을 철회할 것인가, 국회 처리에 맡길 것인가. 또 4대 강 사업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야권은 사업저지 연대투쟁에 나설 기세지만, 이미 상당히 진척 중인 상황에서 공사 중단 또한 간단치 않다. 향후 대처 방안이 궁금하다. 천안함 사건 이후 국방태세는 어떻게 가다듬을 것인가.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면 이런 군대를 믿고 어떻게 편히 잠을 잘 수 있을지 한숨이 나온다. 중국의 반대로 벽에 부딪힌 대북 제재와 대북 관계는 또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셋째, 여권 내에서부터 인적 쇄신 요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확정된 내용은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다음 달 중순 열린다는 것뿐, 개각과 청와대 개편은 설만 무성하다. 국민이 헷갈리고 공무원들은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 대통령이 인사의 큰 그림을 속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언급대로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기 위해서도 국정의 가닥잡기와 여권의 몸 추스르기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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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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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