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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 조절 실패? 배관서 연료 누출? 바다에 수장된 ‘5000억짜리 우주 꿈’

나로호가 발사 137초 만에 통신 두절되기 전까지 만사가 순조로워 보였다. 10일 오전부터 한국과 러시아 연구진이 총동원돼 최종 점검을 했는데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나로호는 결국 제주도 남쪽 공해상에 수장됐다. 나로우주센터로부터 470㎞ 거리다. 한·러 합동조사단은 곧 나로호 잔해 수거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해 8월 1차 발사 때는 그래도 우리가 처음 개발한 나로호 2단 로켓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마저도 무산됐다. 과학기술위성도 통째로 날렸다. 1차 발사 때는 페어링(인공위성 보호덮개) 한 쌍 중 한 짝이 분리되지 않아 위성을 제 궤도에 올리지 못했다. 1차 발사 때보다 더한 참담한 실패인 것이다. 나로호 개발에는 1, 2차 포함해 총 5025억원이 들었다. 위성은 136억원이다.

나로호의 공중 폭발 원인은 아직 모른다. 그러나 몇 가지 가능성을 추정해 볼 수 있다. 통신이 두절된 137초 경과시점의 상황은 1단 로켓이 한창 불꽃을 내뿜으며 타고 있을 때다. 지난해 실패의 원인이 된 페어링이 벗겨지는 단계의 78초 전이기도 하다. 1단 로켓에는 액체산소와 연료인 케로신(등유)을 적절하게 뿜어내도록 하는 분사구와 그 양을 조절하는 밸브가 있고, 관련 배관이 복잡하게 설치돼 있다.

발사 순간부터 다 탈 때까지 엔진 노즐에서는 순간적으로 엄청난 양의 액체 산소와 케로신이 분사된다. 140t의 나로호 무게를 들어 올려 우주공간까지 가야 하는 데다 초속 8㎞의 초고속에 이르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연료 밸브가 연료 분사량 조절에 실패해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

또 한가지는 엔진 배관에 문제가 생겨 연료가 새어 나왔을 가능성이다. 누출된 연료에 불이 붙어 엔진 내부가 과열돼 폭발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로호의 비행 경로가 당초 설계된 것보다 공기 밀도가 높은 저고도를 난 것이 비행체 내외부를 손상하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다.

1단 로켓은 러시아에서 100% 수입해 온 것이다. 이 1단과 국내에서 개발한 2단 로켓을 연결해 나로호 몸체를 만들었다. 아직 공중 폭발 원인을 파악하지는 못했어도 그런 사고를 가져올 만한 조짐은 상존했다.

우선 1단 로켓은 충분한 시험이 이뤄지지 않았다. 완전히 개발이 끝나 본격적으로 발사체 시장에 투입된 것이 아니다. 러시아 발사체 제작업체인 흐루니체프는 ‘앙가라’라는 새로운 발사체를 개발하는 중이다. 그 로켓 엔진은 추력이 커 나로호에는 그 힘을 낮춰 장착했다. 이 때문에 나로호 발사는 러시아 측에서 보면 사실상 자신이 개발하고 있는 앙가라 발사체 엔진의 비행시험 격인 셈이다. 앙가라 발사체 엔진은 아직도 연소 시험과 안정화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익명을 원한 한 로켓 전문가는 “로켓을 개발하려면 최소 서너 차례의 엔진연소 시험과 비행 시험을 거치는 것은 상식”이라고 했다. 나로호는 이런 절차의 상당 부분이 생략한 채 곧바로 위성을 탑재했다. 개발 과정 중의 비행 시험 과정에는 비싼 실제 위성보다는 위성 모양의 모형을 올려 싣는다.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을 때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았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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