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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가위바위보 문화 힘 대결 아닌 공생·순환”

이어령 중앙일보 고문이 10일 도쿄 한국문화원에서 ‘한·중·일과 가위바위보 문화’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문화의 ‘소프트 파워’를 강조했다. [도쿄 한국문화원 제공]
“그간 정치·경제 측면에서 분석해온 한국·중국·일본 동아시아 3국의 관계를 문화로 재조명하는 것, 그것이 한·중·일의 미래 100년을 시작하는 첫걸음이다.”

10일 도쿄 한국문화원 한마당홀에서 열린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본지 고문)의 강연회. 500석을 가득 메운 일본 청중 앞에 선 이 전 장관은 자신의 전자명함을 프레젠테이션 보드 위에 올렸다. 그러자 무대 위 배경화면에는 그의 사진과 함께 약력이 음성으로 재생됐다.

‘한·중·일과 가위바위보 문화’라는 주제의 이날 강연을 그는 “하이테크를 동원한 새로운 형태의 문화 전달 양식”이라고 정의했다. 21세기 우리 사회가 단순히 IT(정보기술) 선진국을 지향할게 아니라 문화를 IT에 접목함으로써 세 나라가 고유한 문화의 독자성·창조성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었다. 그간의 정치외교적인 마찰을 평화적으로 풀어가고 대립을 화합의 힘으로 뛰어넘을 수 있는 매개체가 바로 문화의 ‘소프트파워’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그는 세 나라가 공유하는 가위바위보 문화를 통해 세 나라의 역사와 현재의 관계도를 소개했다.

“손가락을 모두 닫으면 주먹이 되고, 모두 펴면 보자기가 된다. 이는 서양에서 승패를 가르는 흑백논리의 개념이다. 하지만 손가락의 반은 닫고 반을 열면 주먹과 보자기 사이에 가위가 생겨난다. 이렇게 되면 보자기는 주먹을 이기고, 거꾸로 가위는 주먹을 이긴 보자기를 이긴다. 가위바위보에는 관계만이 있을 뿐 그 어떤 것도 절대 승자가, 절대 패자가 생길 수 없다. 한·중·일의 관계가 바로 이 가위바위보의 관계다.”

대국주의 중국(주먹)과 경제대국 일본(보자기) 사이에 위치한 한반도의 존재는 가위다. 즉 한국의 문화가 중·일 양국의 패권싸움에 큰 힘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가위바위보의 논리는 결국 동아시아가 특정한 두 나라의 힘의 대결이 아닌 함께 공생하고 순환하는 지역임을 의미한다. 강연을 들은 오다키 야스코(大滝康子·54)는 “가위바위보라는 세 나라의 놀이문화로 서양의 역사와 문화·정치까지 해석하는 기발한 내용이 흥미진진했다”고 말했다.

한중일 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을 겸임하고 있는 그는 11일 도쿄 한국문화원에서 ‘다시 쓰는 한·중·일 신(新)삼국지, 과거 100년 미래 100년’이라는 국제심포지엄을 연다. 세 나라가 공유하는 문화를 분석하고 함께 공동발전 모델을 탐구하는 자리다. 한국문화원 개원 1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다.

김기덕 건국대 문화콘텐트학과 교수는 ‘미디어 속의 한·중·일 젊은이들’이라는 발표를 통해 삼국의 문화 교류에서 인터넷의 역할에 주목한다. 부정적인 측면에서 활용되고 있는 세 나라 네티즌의 인터넷 활용을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장치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다른 국가와 문화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갖고 민(民)과 민 사이의 소통을 통한 새로운 집합지성을 창출하는 장으로 인터넷을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날 포럼에는 한국 측에서 최관·최동호 고려대 교수와 이응수 세종대 교수·정재서 이화여대 교수가, 일본에선 가미가이토 겐이치(上垣外憲一) 오데마에대학 교수·하가 도오루(芳賀徹) 교토조형예술대 명예교수·오구라 기조(小倉紀蔵) 교토대 부교수 등이 참석한다. 류젠휘(劉建輝)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조교수가 중국 측 대표로 나선다.

도쿄=박소영 특파원·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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