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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4강, 유로 2004 우승한 한국과 그리스 … 그 뒤 내리막길

한국과 그리스는 비슷한 영광의 과거를 가지고 있다. 8년 전 한국은 2002 월드컵에서 4강에 올라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그리스는 유로 2004에서 우승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2000년대 초반 세계 축구사에 새겨진 양대 이변이었다. 2년 시차를 두고 출현한 두 팀은 무척 닮았다. 유로 2004 때의 그리스는 쉬지 않고 뛰는 2년 전 한국을 연상시켰다. 수비를 두텁게 하면서도 풍부한 운동량으로 압박에 나서 상대와의 기술적 격차를 커버했다.

이후 내리막길을 걸은 모양새도 같다. 한국은 수차례 감독이 교체되는 홍역을 치르며 2006 독일 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리스는 2006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에 이어 유로 2008에서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과거의 영광이 오히려 짐이 됐다. 팬들의 요구 수준은 높아졌지만 현실은 그 반대였다.

양 팀에는 영광의 순간을 함께한 역전의 용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이들에겐 과거의 업적이 여전히 동기부여가 된다. 한국의 코칭스태프에는 정해성 수석코치와 김현태 골키퍼 코치가 히딩크 사단의 맹장으로 활약했다. 박지성·이영표·이운재·차두리·김남일 등 베테랑들이 후배들을 이끈다. 그리스의 코칭스태프는 유로 2004 체제 그대로다. 여기에 당시 우승 멤버인 타키스 피사스가 코치로 합류했다. 오토 레하겔 감독이 과거의 영광 재현을 위한 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전격 영입한 것이다. 그라운드에도 영광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다.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넣어 국민영웅이 된 하리스테아스를 비롯해 주장 카라구니스 등 5명이 주전급으로 뛰고 있다.

피사스 코치는 “당시 우리가 일궈낸 업적은 내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6년 전 일이다. 당시 뛰었던 선수들이라도 매일매일 자신의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고 후배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유로 2004 이후 세대인 지올리스는 “유럽 제패는 다시 없을 수도 있다. 월드컵이란 큰 무대에 선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16강에 진출한다면 새로운 업적이 될 것”이라며 현실적인 목표를 잡았다.

더반=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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