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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울린 구리, 안조영에 울다

9일 끝난 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우승상금 2억5000만원)에서 한국은 이창호 9단, 최철한 9단, 안조영(사진) 9단 3명이 8강에 올랐다. 최강자 이세돌 9단이 숙적 구리 9단에게 져 1회전(32강전)에서 탈락한 것은 이번 대회 최대의 아픔이었지만 한국 바둑은 거센 황사 바람을 뚫고 8강에 3명을 올려놓는 저력을 보여줬다. 특히 ‘반집의 제왕’이란 별명으로 유명했던 31세의 안조영 9단이 BC카드배에 이어 두 번 연속 구리 9단을 격파하며 천적으로 떠오른 것은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였다. 안조영은 전성기 때 이창호에 필적할 만한 종반 능력을 지닌 기사로 유명했다. 그는 지난 2월의 BC카드배 16강전에서 구리를 반집으로 꺾었는데 이번에도 결과는 불계승이었지만 내용은 반집 승이었다(구리는 반집 패를 뒤집을 수 없자 돌을 던졌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전체적으로 조감할 때 중국 바둑의 중간층이 한국보다 두텁고 신예 쪽은 더욱 앞서 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랭킹을 보면 한국은 이창호(2위), 최철한(5위), 안조영(11위)이 8강에 올랐다. 대체적으로 상위권이며 이변은 없었다. 중국은 쿵제(1위), 창하오(7위), 박문요(10위), 왕야오(19위), 멍타이링(22위)이 8강에 올랐다. 랭킹의 상하위 폭이 한국의 두 배다. 그만큼 유연성이 좋고 비슷한 실력자들이 넓게 퍼져 있음을 말해준다.

이세돌 9단에게 무슨 일이 있나. 곤지암에서 벌어진 LG배 32강전에서 얼굴이 부은 모습으로 나타난 이세돌 9단(왼쪽)이 숙적 구리 9단과 대국 중 고개를 숙인 채 고통을 감추려고 애쓰고 있다. 이 대국은 이세돌의 불계패. 중국 언론은 10번기를 앞둔 두 기사의 대국과 구리의 승리를 집중 보도했다. [한국기원 제공]
이세돌 이후의 한국 바둑을 이끌어 갈 대표주자로 손꼽히고 있는 한국 3위 박정환 8단이 중국 신예 4인방의 선두인 중국 3위 천야오예 9단에게 또다시 패배한 것도 이세돌의 패배 못지않은 아픔이다. 박정환은 17세로 천야오예보다 4살 어리다는 점이 위안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 최연소자는 중국의 린샤오(16세) 3단이다. 일본의 ‘명인’ 이야마 유타 9단을 꺾고 16강에 올랐는데 린샤오는 중국 랭킹 30위권 밖이다.

이창호 9단은 중국의 강자 왕시 9단과 유망주 퉈자시 3단을 연파했고 최철한 9단은 스위에 4단 등 막강한 중국 신예들에게 한 수 가르쳐줬다. 그러나 랭킹 4위 박영훈 9단이 복병 왕야오 6단에게 졌고 김지석 7단은 저우루이양 5단을 꺾은 뒤 역시 왕야오에게 졌다.

83년생인 왕야오 와 87년생인 멍타이링, 두 사람의 중고 신인이 이번 대회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멍타이링은 한국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기사로 32강전에서 허영호 7단(한국 6위), 16강전에서 린샤오를 꺾고 8강에 올랐다.

오는 11월 열릴 8강전은 이창호 VS 왕야오, 최철한 VS 박문요, 안조영 VS 멍타이링, 쿵제 VS 후야오위의 대진이다. 이세돌-구리의 탈락과 함께 이창호, 최철한의 우승이 유력해지고 있는데 최대 난적은 쿵제 9단. 그는 32강전에서 일본의 요다 9단에게 행운의 반집 승을 거둔 뒤 16강전에서 목진석 9단을 이겼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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