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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관객과 소통하면 고전 작품도 현대발레”

“여러분은 고전과 현대를 어떻게 정의하죠? 고전발레는 ‘옛날 발레’가 아니에요. 현대 관객들과 소통한다면 그게 현대발레거든요. 하지만, 관객들이 재미없어 하고 고개를 돌린다면, 그거야말로 과거의 발레가 되는 겁니다.”

러시아가 자랑하는 볼쇼이 극장의 최고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83·사진)가 정의하는 ‘고전’과 ‘현대’는 관객이 결정하는 것이었다. 최근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만난 그는 고전발레에 주력해온 이유를 묻는 질문에 “진짜 예술 작품에는 고전과 현대의 구분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국립발레단이 그간 공연해온 볼쇼이 발레단의 대표작 ‘스파르타쿠스’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리고로비치가 안무한 작품이다. 여기에 9월 25~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전막 공연으로 올리는 ‘라이몬다’를 더하면 한국 무대에서도 그의 ‘5대 레퍼토리’가 완성된다.

80대의 나이에도 그에게 춤은 ‘현재진행형’이다. 16년 동안 볼쇼이가 공연해온 ‘로미오와 줄리엣’을 지난 4월 새로운 버전으로 올렸다. 그는 “고전발레를 안무하는 것은 예술작품을 보존하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수정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원칙은 바뀌지 않아도 태도와 생각은 바뀌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전발레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리우스 프티파(1819~1910)의 버전으로 ‘라이몬다’에 15년간 주역을 맡았던 그는 “프티파의 안무를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수정을 가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988년 한국을 처음 방문한 이래 그간 여러 차례 한국을 찾아왔다. “국립발레단이 세계적인 안무를 초청하며 다양한 작품을 소화하며 눈에 띄게 성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젊은 무용수들의 높은 수준과 열정에 매번 놀랐지요.”

그리고로비치는 64년 37세의 나이에 볼쇼이 발레단의 예술감독으로 발탁돼 95년에 퇴진할 때까지 31년간 이 발레단을 이끌었다. 역동적이면서도 주인공의 내적 감정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발레=볼쇼이’라는 등식마저 세웠다.

자신이 이끄는 개인 발레단을 갖고 있지만 2년 반 전부터 다시 볼쇼이를 위해 일하고 있다. 볼쇼이에 복귀한 이유에 대해 “볼쇼이에 내 안무작품이 9개나 있다. 주인이 없으면 안 된다”며 자기 작품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모스크바=글·사진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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