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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골프 명문’ 육민관 중·고등학교를 아시나요

주니어 골프 무대를 석권하고 있는 강원도 원주의 육민관 중·고등학교 골프부 선수들. 왼쪽부터 국가대표 상비군 이수민(고2), 여자 국가대표 김지희(고1), 이억기 후원회장, 여자 국가대표 김효주(중3), 박지영(중2), 졸업생 박성혁(한국체대2) 군. [김상선 기자]
육민관(育民館) 중·고등학교를 아시나요. 일반인들에겐 생소하지만 골프팬들이라면 ‘육민관’이란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강원도 원주에 있는 이 학교는 2006년 12월 골프부를 창단한 지 4년 만에 주니어 골프대회에서 총 41승을 거뒀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 주니어골프 무대는 수도권 학교들이 주름잡았는데 최근엔 육민관 중·고교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거지요. 육민관 중·고교가 짧은 시간 안에 골프 명문으로 부상한 비결은 뭘까요. 이번주 golf&이 들여다봤습니다.

올 상반기에만 공식 대회 13승

“또 육민관 애들이야?”

요즘 아마추어 골프대회에 가면 어렵지 않게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육민관 중·고등학교 선수들이 전국 주니어 골프 무대를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육민관 중·고교는 지난 4월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지사배와 제17회 파맥스-빅야드배에서 부문별 우승을 싹쓸이했다.

4월 초에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지사배에서는 김시우(중3)가 남중부 개인전 우승을 차지했고, 여중부에서는 강예린(중3)이 개인전 준우승, 남고부에서는 이수민(고2)이 개인전 우승과 함께 종합우승을 차지해 2관왕에 올랐다.

이 학교의 에이스이자 여자 국가대표인 김효주(중3)와 김지희(고1)는 같은 기간 뉴질랜드에서 열린 제32회 퀸시리키트컵 아시아·태평양 여자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했다.

그 결과 김효주는 퀸시리키트컵 대회에서 개인전 우승을 차지했고, 선배 김지희와 호흡을 맞춘 단체전에서도 우승하면서 2관왕에 올랐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이 대회에서 두 선수의 활약에 힘입어 종합우승의 성과를 올린 것이다.

육민관 중·고교의 학생들이 올해 들어 10일 현재까지 대한골프협회(KGA)와 한국중·고등학교골프연맹(KJGA) 주관 대회 및 국제대회에서 거둔 승수는 13승. 여기에 강원도골프협회가 주관한 대회에서 우승한 6승을 포함하면 상반기에만 무려 19승을 거둔 것이다.

이 때문에 주니어 골프 무대는 ‘육민관 중·고교 출전=우승’이라는 등식이 공식화되고 있다. 한국중·고등학교골프연맹 김형근 부장은 “육민관 중·고교가 최근 3~4년 사이에 무섭게 성장해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며 “학교와 동문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됐다고 하지만 시골 학교인 육민관이 단기간에 골프 명문으로 부상한 건 정말 놀랍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시골 학교에 골프 연습장을 만들다

“아이들이 참 대견스러워요. 항상 좋은 날씨에서만 경기를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가끔 격려차 대회장에 직접 나가보면 비바람이 몰아칠 때도 있고, 어떨 때는 손가락이 오그라들 정도로 춥기도 하죠. 그런 상황을 모두 이겨내고 우승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져요.”

육민관 중학교 진현숙 교장의 말이다. 지난 34년간 이 학교에 몸담았던 진 교장은 2006년 12월 골프부를 창단했다.

“이 학교는 내무부 차관과 국회의원을 역임한 일곡 홍범희(1917~72년) 선생이 1946년에 ‘육민관’을 설립하면서 비롯됐죠. 지금까지 그분의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지만 시골학교이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어요.”

이 학교의 소재지는 강원도 원주시 흥업면. 시골 학교다 보니 2000년 이후 점점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신입생 모집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고민 끝에 학교 교사들이 내놓은 아이디어가 바로 ‘특색 있는 학교’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걸 계기로 2003년 학교 안에 골프연습장(5타석)을 만들게 됐고, 이후 원주시와 원주교육청의 도움을 받아 2004년부터는 골프특기생을 영입하게 됐다는 얘기다.

그렇게 몇 명의 학생이 모였지만 골프부가 본격적으로 탄생한 것은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06년 12월이었다. 2007년 공식적인 골프부의 인원은 14명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그해 전국 대회에서 거둔 우승은 당시 남고부에서 박성혁군이 거둔 단 1승뿐이었다.

그러나 2008년 들어 이 학교 학생들이 우승한 횟수는 9승으로 늘어났고, 2009년에는 무려 18승을 거두며 전국 주니어 골프무대에 ‘육민관’이라는 이름을 확고하게 새기게 된다.

“학생들 스스로의 노력과 학부형들이 힘을 합쳐 일군 성과죠. 학교가 노력한 것은 학부모의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드리려고 지역사회의 도움을 이끌어냈다는 점이죠.”

골프 연습장은 마련해줬지만 아이들에게는 직접 공을 칠 수 있는 골프장이 필요했다. 그래서 진 교장은 원주시에 도움을 청해 지역 소재 골프장들의 지원을 이끌어냈다. 손님이 없는 이른 새벽과 방과후 오후 늦은 시간에 무료 라운드를 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이 학교의 골프부는 중등부 50명과 고등부 22명 등 총 72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중에 2명은 국가대표로, 4명은 대표상비군으로 활약 중이다.

골프부 살리기에 동문도 팔 걷고 나서

“우리 학교 골프부가 굴러가는 건 동문들의 도움 덕분이기도 합니다. 골프부 감독(김기현)도, 라운드 스케줄을 담당하는 행정실장(손태환)도, 후원회장(이억기)도 모두 우리 학교 동문들이죠. 아마 동문들이 나서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육민관 골프부는 없었을 겁니다.”

진 교장은 동문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지원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골프부의 후원을 맡고 있는 이억기(55·㈜파이빅 회장)씨는 육민관 고교 21회 졸업생으로 자수성가한 사업가다. 2006년 학교 골프부가 창단될 때 기금을 내놨고, 지난해 연말에는 1억원의 장학금을 쾌척했다.

“나이가 들고 보니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시골에 학교를 짓고 가르친 설립자(홍범희 선생)의 큰 뜻을 알겠더라고요. 나도 후배들에게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학교에서 골프부를 창단한다고 하더군요. 마다할 이유가 없었지요.”

2006년 제주 핀크스 골프장 클럽 챔피언을 하기도 했던 이 회장의 요즘 주된 일과는 시합이 열리는 대회장을 찾아 아이들을 격려하는 일이다. 단지 이름만 걸어놓고 지내는 후원회장이 아니다. 이 회장은 부모들보다 더 자주 대회장을 찾는다. 아이들에게 먹을 걸 사주고, 틈틈이 격려를 잊지 않는다.

“아이들이 우승 트로피를 안겨줄 때가 가장 행복해요. 학교의 명예를 드높여 주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아팠던 몸에 기운이 가득 도는 것 같아 기분이 참 좋아요.” 이 회장은 “아이들이 학교의 교훈처럼 ‘참된 실력’을 갖췄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 최창호 기자
사진=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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